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는 웃음을 잃은 세자 이강(강태오 분)과 기억을 잃은 부보상 박달이(김세정 분)의 영혼 체인지 역지사지를 그린 로맨스 판타지 사극이다. 작품 속 강태오는 마음속 깊이 상처를 품은 세자 이강으로 분했다.
이강은 어린 시절 빈궁을 잃은 뒤 정치와 권력에서 등을 돌리고 망나니처럼 살아가지만 그 안에는 복수와 상실, 그리고 사랑이 뒤엉킨 깊은 균열이 자리한 인물이다. 강태오는 이강을 통해 이처럼 복잡한 감정선을 촘촘하게 쌓아 올리며 사극 로맨스 속 한 남자의 서사를 입체적으로 완성해 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1~4부까지 대본을 받고 촬영하면서 이강뿐 아니라 다른 인물도 분석하며 감정선을 만들어 나갔어요. 5년 전에 빈궁을 잃은 아픔을 가진 인물이 정치에 관심이 없는 척 망나니처럼 살아가고 있다는 걸 장면과 장면으로 분석했죠. 이런 분석은 초반에 제 머릿속에만 있었지만 회가 거듭될수록 새로운 신에 기존에 찍었던 것들을 더해 감정적으로 개연성을 만들고자 했어요. 눈물 같은 경우도 '여기에선 슬프게 울고, 저기에선 약하게 울어야지' 이런 것보다 그저 대본을 처음 봤을 때 느낀 감정을 고스란히 표현하려 했죠."

"대본에 '눈물을 흘린다'고 적혀 있으면 거기 꽂히는 순간부터 오히려 눈물이 더 안 나오고 자연스럽지 않게 돼요. 그런데 저는 또 부담을 많이 갖는 스타일이라 그런 걸 보면 '울어야 하는데! 억지로라도 그래야 하는데!'라는 강박이 있어요(웃음). 다행히도 작품 안에서 강이가 워낙 많이 울어서 그런지 중반부터는 그런 강박 없이도 알아서 몸이 반응해서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그 눈빛 안에 복수심 같은 디테일한 감정을 보여주고 싶어서 눈을 좀 빨갛게 만들려고 조명 세팅할 때부터 일부러 눈을 안 감기도 했어요. 너무 시렵고 고통스러웠죠(웃음)."
자연스럽다고 해서 계산적이지 않았던 것만도 아니었다. 이강의 눈물은 상대에 따라 미묘하게 결이 달랐다. 실제로는 같은 인물이지만 장면 속 연월과 달이를 대할 때 감정 톤을 의도적으로 구분하며 이 둘에 대해 이강이 갖는 감정을 눈물의 질감으로 표현하고자 했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강이가 달이를 대할 때 흘리는 눈물은 울분을 토해내는 쪽에 가까워 좀 더 까슬하고 거칠게, 비교적 남자다운 느낌으로 표현하고자 했어요. 반대로 연월이 앞에서는 한없이 무너지는 아이처럼,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모성애를 자극하는 아이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죠. 그래서 연월이 앞에선 말랑말랑한 마음에 포인트를 두고 연기했습니다."

"제가 낯가림이 진짜 심한데, (김)세정 씨가 워낙 에너지와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라고 많이 들어왔거든요. 첫 만남부터 그런 기운이 느껴졌어요(웃음). 영혼이 바뀌는 역이다 보니 서로 간 공유가 많이 필요해서 각자 집에 있다가도 궁금한 게 생기면 카톡하고, '대본 이거 읽어줄 수 있어?'하며 각자 대사를 녹음하면서 보내주기도 했어요. 또 저희 작품 속 로맨스가 워낙 설레는 부분이 많잖아요. 세정 씨가 워낙 멋지게 소화해주셔서 강이 입장에서도 그게 리허설 때부터 잘 느껴지더라고요. 세정 씨도 저한테 '이런 부분은 이렇게 연기하면 더 설렐 거야'라면서 스스럼없이 이야기해주기도 했고요(웃음)."
이처럼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두 남녀의 설렘 가득한 로맨스의 '성적표'는 2025년 연말 시상식에서 받아볼 수 있었다. 두 배우 모두 2025 MBC 연기대상 '베스트커플상'과 미니시리즈 부문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강태오의 경우 2019 KBS 연기대상에서 KBS2 드라마 '조선로코-녹두전'으로 남자 신인상을 수상한 데다 이번 작품으로도 최우수연기상을 거머쥐며 또 한 번 '사극 장인'과 '로코 장인'으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다졌다. 2025년의 시작부터 끝까지 노력한 만큼 좋은 결실을 거뒀던 그가 2026년에는 또 어떤 '장인'으로 돌아올 지에 기대감이 모인다.
"그런 별명을 붙여주신다는 게 너무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또 저에겐 아직 과분한 말인 것 같아요. 할 수 있다면 다른 장르물에서도 '강태오가 이런 모습도 보여줄 수 있구나'라는 걸 어필하고 싶어요. 지금 제 나이대 로맨스가 있을 수도 있지만 10년 뒤의 제가 가진 분위기는 또 다를 수도 있으니까요. 그때 가서 그렇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고, 저도 제 변한 모습이 어떨지 기대가 많이 됩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