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백의 대가’는 남편을 죽인 용의자로 몰린 미술교사 윤수와 ‘마녀’라 불리는 의문의 인물 모은(김고은 분), 비밀 많은 두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다. 남편을 죽였다는 혐의를 받아 궁지에 몰린 윤수에게 모은은 사건을 대신 자백해 주는 대신 그 대가로 누군가의 목숨을 가져와야 한다는 거래를 제안한다. 두 여성을 중심으로 엮여 있는 인물들의 세밀한 심리전을 그려낸 이 작품은 흡인력 있는 전개와 배우들의 열연이 입소문을 타며 공개 2주 차에 넷플릭스 글로벌 TOP 시리즈(비영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윤수는 자유분방하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사람 같지만 그런 만큼 편견 속에 갇힌 여자이기도 해요. 이렇게 겉으로 보이는 윤수의 모습과 달리 그가 가지고 있는 내면의 결핍에도 집중하고자 했어요. 어릴 때부터 고아로 자라면서 남들이 볼 때 번듯한 가족 형태를 가지고 싶다는 욕망이 있죠. 밝아 보이는 윤수의 얼굴 뒤에 어두운 이면을 놓치지 않으려 많이 신경 썼던 기억이 나요.”
시청자들이 윤수를 끊임없이 의심하는 데엔 작품 속 ‘사람들의 편견’의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 “남편이 죽은 여자는 저런 옷을 입으면 안 돼” “학교 선생은 이래야 하고, 아이 엄마는 저래야 해” 와 같은 사람들이 정한 기준에 맞추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윤수에 대한 의심은 확신처럼 여겨진다. 전도연은 바로 이 지점이 ‘자백의 대가’가 초점을 맞추고자 하는 지점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청자들이 윤수의 선악을 가늠하기 어렵게 만들기 위해 이정효 감독은 또 하나의 덫(?)을 놓기도 했다.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그를 유독 ‘뽀샤시’하고 청순하게 찍어 놓은 것. 도저히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을 것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로 순수한 얼굴을 하고 있는 윤수, 즉 전도연의 모습은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소소한 이슈가 됐었다. 촬영 내내 ‘이렇게 하는 게 맞는지를 고민했었다’면서도 나중에 TV로 본 뒤엔 만족과 놀라움이 교차했다는 게 전도연의 이야기다.
“유독 그 신만 너무 ‘뽀샤시’해서 저도 보고 깜짝 놀랐어요(웃음). 사실 그 직전에 피도 흘렸으니 그 흔적이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은 윤수가 말간 얼굴로 있길 바라셨어요. 그 모습이 오히려 더 미스터리한 느낌을 줄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대체 저 여자는 뭐지?’ 하면서요. 하지만 저도 시청자분들만큼이나 그 신을 보고 놀라긴 했습니다(웃음).”
윤수의 모호함과 같은 듯 다른 결을 가진 모은 역시 보는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낸 인물이었다. 윤수와의 거래를 통해 연대하게 되는 과정이 뚜렷하지 않은 탓에 개연성 지적이 나오기도 했지만 두 배우의 열연은 그 허점을 뛰어넘을 정도로 완벽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김고은과 전도연은 2015년 영화 ‘협녀, 칼의 기억’ 이후 10년 만에 이번 드라마로 재회하게 됐다. 아직 신인 티를 벗지 못했던 막내에서 이제는 한국 배우계를 이끄는 선봉장이 된 후배를 상대역으로 만나게 된 것은 전도연에게 있어서도 특별한 경험일 터였다.

많은 후배 여성 배우들이 전도연을 보고 배우의 꿈을 처음 꿔보거나, 지금도 그를 롤 모델로 언급하며 동경하고 있다. 그러나 전도연은 누군가의 ‘꿈’보다는 영원한 ‘현역’으로 변함없이 현장을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에 영부인 역으로 특별출연하며 블랙코미디 장르에 도전해 본 것 역시 그 목표를 향한 한 걸음이었다. ‘칸의 여왕’, 전도연이라는 이름에 자연히 따라붙을 수밖에 없었던 무거운 편견을 이제는 떨쳐 버려야 할 때라는 게 그의 이야기다.
“저는 후배에 대한 책임감으로 작품을 선택하진 않아요. 그러기엔 저도 살아남아야 해서(웃음). 한계를 느끼고 싶지 않기에 더 열심히 하고, 더 노력하고, 더 악착같이 작품에 매달리는 것 같아요. 고정된 시선에 갇히지 않고 ‘전도연이 이런 연기도, 이런 작품도 할 수 있어?’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예전엔 사람들의 시선이나 그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가 중요했지만 지금은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더 중요해졌거든요. 스스로를 만족시키기 위해 좀 더 부족한 부분을 채워 가려 노력하게 돼요. 사람들이 보기엔 ‘뭘 저렇게까지 열심히 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건 평가받고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저 자신을 채우는 작업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