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도 1월 5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 “이혜훈 후보자 지명 자체가 도전이다. 상대 진영에 있었던 분을 이렇게 쓰는 게 또 그 진영에서 일단 반발을 이렇게까지 많이 할 거라고 생각은 안 했다”면서 “결국은 청문회에서 본인이 어떤 입장을 가지는지 들어봐야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당과 청의 최고위 인사가 이 후보자 자진 사퇴에 선을 긋고, 청문회까진 두고 봐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친 셈이다. 국민의힘은 물론, 당 안팎에서 이 후보자에 대한 비토가 퍼지자 의도적으로 당청이 동시 지원사격에 들어간 것으로 읽혔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1월 8일 “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해서, 청문 절차까지 가기도 전인 중간에 사퇴시키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며 여권 기조를 재확인했다.
하지만 이 후보자를 바라보는 당내 분위기는 호의적이지 않다. 이 후보자가 반대 진영 출신이라는 것과는 별개로, 현재 제기되고 있는 의혹이 심각하다는 견해가 주를 이룬다. 이 후보자는 보좌진 폭언·갑질 및 부동산 투기 의혹, 재산 형성 과정을 둘러싼 의문점, 부모 찬스 논란 등에 휩싸인 상태다. 국민의힘에선 1월 19일 열리는 청문회에서 새로운 폭로를 하겠다며 벼르는 상황이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이혜훈 후보자 지명으로 가장 득을 본 사람은 김병기 의원이란 우스갯소리까지 나돈다. 김 의원 못지않게 이 후보자가 이슈를 모으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통합 차원에서 이 후보자를 골랐다고 하는데, 정작 민주당은 이번 지명을 놓고 갈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도대체 왜, 또 누가 이 후보자를 추천했는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재선 의원 역시 비슷한 견해였다. 그는 1월 8일 일요신문에 “당초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여러 정치인과 관료 출신들이 물망에 올랐다고 들었다. 이 중에 이 후보자는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 후보자가 등장했다. 누군가 이 후보자를 밀었던 것”이라면서 “이재명 정부 인사 시스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 후보자를 추천한 경로를 두고 정치권에선 여러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국민의힘에선 청와대 김용범 정책실장을 지목하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낙점’했다는 사실이다. 특히 지금 제기되고 있는 이 후보자의 여러 의혹을 청와대가 사전에 인지했는지 여부를 우선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 때 청와대 인사 파트에서 일했던 관계자는 “몰랐다면 검증 시스템에 오류가 있다는 것인데, 알았을 거라고 본다. 이건 더 큰 문제”라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수 있지만 이보다는 위에서 콕 집은 인사이기 때문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자꾸 이렇게 되면 인사에서 사고가 나기 마련”이라고 했다.
이 후보자를 향한 민주당 내부의 이런 분위기는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고 있다. 의원들은 공개 발언을 피하며 “청문회를 지켜보자”는 말만 되풀이한다. 대통령 인사권과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깜짝 인선’에 담긴 의도를 두고 해석이 분분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 대통령이 어느 정도의 논란을 감수하더라도 이 후보자를 발탁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론은 부정적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1월 5~7일 조사해 8일 발표한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 따르면 이 후보자 지명에 대해 ‘잘못한 결정’이라고 답한 응답은 42%였다. ‘잘한 결정’이라는 긍정적 평가는 35%에 불과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 지지율이 60% 전후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 대통령 지지자들조차 이 후보자 지명을 잘못했다고 본다는 결과로 풀이된다. 청문회를 거쳐 임명을 강행하더라도 상처는 남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더군다나 이 후보자는 보좌관 갑질 의혹 등으로 고발당한 상태여서, ‘사법리스크’ 역시 향후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후보자 결단을 원하는 목소리가 여권 곳곳에서 들리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이 후보자를 지명한 후 이 대통령은 ‘살아서 돌아오라’는 취지로 말했다. 지금의 난관을 뚫는 것은 후보자의 몫”이라면서 “청와대 내부에서도 이 후보자가 알아서 거취를 정했으면 하는 여론이 높은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