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외에도 임권택, 배창호, 이준익, 김한민 감독과 배우 현빈, 변요한, 정준호, 박상원, 한예리, 안재욱, 김보연, 정혜선 등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영결식에서는 고인의 후배이자 소속사 아티스트컴퍼니 공동대표인 정우성, 고인과 13편의 작품을 함께한 배창호 감독이 조사를 낭독했다. 정우성은 고인에 대해 "한국 영화를 온 마음으로 품고, 한국 영화의 정신을 이으려 애쓰셨다"며 "배우 안성기를 넘어 시대를 잇는 시대인 안성기로 스스로에게 그 책임을 다하려 하셨다. 늘 의연하신 선배님의 모습이 제게는 항상 철인처럼 보였다"고 회상했다.

공동장례위원장을 맡은 배창호 감독은 조사를 통해 "오로지 영화에만 전념한 안 형은 1990년대 국민배우 호칭을 받았다. 부담감이 되지 않을까 내심 걱정도 됐지만 그만큼 한국을 대표하는 연기자로 자리매김했고 성실한 연기자의 표본이 됐다"며 "정말 엊그제 같은데 그동안의 세월은 어디로 간 것일까. 지금 이 순간을 맞이하며 우리 곁을 너무 일찍 떠나야 하는 것이 마음 아프지만 엄숙하게 보내드리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를 사랑하고, 촬영 현장을 집처럼 다니고, 늘 신중해 생각이 많았던 안 형. 투병을 말없이 감당했던 안 형. 그동안 함께해 즐거웠고 든든했고 고마웠다"라며 "지난 세월은 그냥 흘러간 것이 아니라 관객들을 웃고 울게 해준 그 주옥같은 순간 속에 고스란히 살아있다. 많이 애쓰셨으니 이제 하늘에서 편히 쉬시길 기원한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편지에는 어린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사랑과 대중들이 기억하는 생전 안성기의 다정한 모습이 담겨 있어 눈물을 자아냈다. 편지 속 고인은 "아빠는 다빈이가 항상 겸손하고 정직하며, 남을 사랑할 줄 아는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됐으면 한다. 자기 일에는 최선을 다하고 실패와 슬픔을 마음의 평화로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야망과 용기를 잃지 말고 끝까지 도전하면 네가 나아갈 길이 뭔지 보일 것"이라며 "동생 필립이 있다는 걸 늘 기쁘게 생각하고, 동생을 위해 기도할 줄 아는 형이 되거라. 이 세상에서 참으로 바꿀 수 없이 필요한 것은 착한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라. 1993년 아빠가"라고 적었다. 안 작가가 편지를 읽는 동안 그는 물론 영결식장에 모인 모두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안성기는 지난 1월 5일 오전 9시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병원 중환자실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 2019년 혈액암 진단을 받고 이듬해 완치 판정을 받았으나 6개월 만에 재발해 투병을 이어왔던 고인은 2025년 12월 30일 자택에서 음식물이 목에 걸린 채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로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그러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입원 6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