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 의원은 또 지난해 경기도의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청년기본소득’ 예산 614억 원이 전액 삭감됐을 때 김동연 지사가 침묵했고, 2024년 9월 민주당의 ‘전 국민 25만 원 지원’ 정책에도 김 지사가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염태영 의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김동연 지사가 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나온 사진을 올리며 “이제 각자의 길을 가는 것이 맞지 않겠습니까”라며 탈당을 시사하는 발언까지 했다.
요약하자면 김 지사는 이재명 대통령에 반하고 민주당의 철학과 맞지 않는다. 보수 정권에서 일했으니, 우리와 함께 할 수 없다. 라는 식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염태영 의원의 발언에 경기도 정가에서는 염 의원이 경기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김동연 지사 ‘네거티브’로 자기 체급을 올리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흔한 정치 초식 중 하나라는 얘기다.

김동연 지사는 경쟁자였던 염태영 전 수원시장을 도지사직 공동 인수위원장으로 앉히고 이후 경기도 경제부지사로 임명했다. 34년 경제 관료 생활을 했던 김동연 지사가 경제부지사로 앉힐 인맥이 없을 리 없지만 김 지사는 염태영 전 시장에게 경제부지사 자리까지 내어줬다.
그 후 염 부지사는 총선 출마를 위해 직을 내려놓기까지 1년 4개월간 김동연 지사와 한솥밥을 먹었다. 한식구나 다름없던 사이에서 탈당 요구라니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후 도의회 여야 간의 마라톤협상과 경기도의 설득이 더해져 청년기본소득 예산은 전액 복구됐다. 임기 초 전임 지사의 포퓰리즘이라며 청년기본소득이 공격받을 때도 김동연 지사는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4년간 이 사업을 굳건히 이어왔다. 김 지사는 자신의 기회소득을 위해 이재명 지사의 기본소득을 지우려 하지 않았다.
염 의원의 주장대로 김동연 지사가 전임 지사, 즉 이재명 대통령의 정책을 지우려 했다면 이재명 대통령이 2020년 도지사 시절 최초로 도입한 ‘극저신용대출’의 2.0 버전을 도입할 필요도 없었다. 경기도는 올해 극저신용대출을 보완한 극저신용대출2.0으로 금융 소외계층의 생존과 재기를 도울 계획이다.

2024년 9월의 전 국민 지원금과 관련해서도 김동연 지사는 “전 국민에게 나눠주는 것보다 상위 20~30%를 제외한 서민과 소상공인에게 지원을 집중하는 게 맞다”라고 제안한 사실이 있다. 하지만 이는 당론과 배치되는 것이 아닌 경제전문가로서 민주당의 가치인 두터운 사회적 약자 보호와 효율적 재정을 주장한 것이었다.
만약 선별 지원이 염 의원의 주장대로 ‘민주당의 핵심가치와 철학을 훼손한 것’이라면 지난해 이재명 정부가 상위 10%를 제외하고 지급한 2차 민생회복지원금과 문재인 정부 시절 소상공인 등에게 선별 지급한 재난지원금도 민주당의 가치와 철학을 훼손한 것이라는 논리가 가능해진다.
이번에 염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의 핵심 가치와 철학을 훼손하는 것은 그냥 지나칠 수 없다”라는 이 대통령 호위무사같은 발언을 했지만, 오히려 염 의원은 수원시장 시절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라는 취지로 추진했던 경기도 공공기관 북부 이전과 관련해 대립했던 사실이 있다.
당시 염태영 수원시장은 2021년 2월 이재명 지사가 수원에 위치한 경기도 공공기관을 경기 동‧북부로 이전하려 하자 “사전 협의 없는 일방적 결정”이라고 유감을 표명했으며 2021년 4월 22일 수원시의회 시정질문에서는 “경기도가 공공기관 이전에 대해 독립적인 주장을 확고히 한 채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이전 반대 의사를 드러내기도 했다.

또한 코로나19 당시 경기도의 재난기본소득 지급 방식을 두고도 이재명 지사가 보편 지급을 추진했을 때 염 시장은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장으로 지자체 재정 여건에 따라 선별 지원이나 지역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전달하며 지자체 자율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던 염 의원이 갑작스럽게 이재명 대통령을 매개로 김동연 지사 공격에 나서자 저의가 궁금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 보수, 진보 정권을 가리지 않았던 엘리트
김동연 지사가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나온 사진 역시 공격 포인트를 잘못 잡았다는 지적이다. 보수 정권에서도 중용된 건 약점이 아닌 탁월한 능력을 부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제 관료 김동연은 보수, 진보를 가리지 않고 중용돼 왔다. 김대중 정부는 기획예산처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던 김동연을 청와대로 불렀다. 청와대에서 김동연은 대한민국 경제 정책의 핵심 실무자로 활약하며 김대중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보좌했다.

세계은행(IBRD) 선임정책관으로 근무하던 김동연은 참여정부의 부름을 받고 귀국해 이 프로젝트를 맡았다. 비전2030은 저성장,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 등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진단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까지 제시했다.
검증된 인재였던 김동연은 이명박 정부에서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국정과제비서관을 맡으며 경제, 재정, 통화, 금융 분야를 총괄했고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 실무를 담당했다. 이후 기획재정부 2차관까지 승진한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초대 국무조정실장(장관급)에 발탁돼 규제 개혁 등을 주도했다. 규제비용총량제를 도입하며 행정 효율화를 꾀했던 시기가 바로 이때다.

김동연은 그런 존재였다. 흙수저, 철거민, 상고 출신이지만 스스로 일어났고, 조직에서 엘리트로 성장하면서도 어려웠던 시절을 잊지 않았다. 가난으로 인해 꿈을 펼칠 수 없는 청년에게 기회의 손을 내밀었고 성장의 과실을 어려운 사람들과 나누려 했다.
염 의원은 “민주당에는 김동연 지사와 같은 평생 관료 출신의 정치인은 많지만”이라고 했지만 김동연을 평범한 관료로 평가절하하는 건 그를 중용한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을 욕보이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중도, 보수 확장성이라는 최대 장점
실제로 김동연은 과거 보수, 진보를 가리지 않고 영입 제안을 받기도 했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2021년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김동연에게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타진했다. 김동연은 거절했지만 이후 정계 개편 과정에서도 보수 정당의 쇄신을 이끌 비상대책위원장 후보로 꾸준히 거론됐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2021년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은 김동연을 서울시장 후보로 영입하려 했다. 김동연은 이때도 거절 의사를 전했는데 “정치 세력의 교체와 판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지, 단순 인물 수혈로는 부족하다”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그런 김동연이 공격당하고 있다. 있지도 않은 반명 프레임이 씌워지고, 임기 내 100조 원의 투자유치를 한 사람에게 도지사로서 한 일이 없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하지만 이것 역시 유구한 민주당의 전통이다. 과거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그랬듯, 친문 세력이 이재명 도지사 측근의 공천을 잘라냈듯 밥그릇을 목적으로 한 친위 세력의 발호라는 민주당의 역사가 반복되는 중이다.
극복하느냐 무너지느냐는 김동연에게 달렸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