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환 고양특례시장은 15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영화 '인셉션'을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도시의 흥망성쇠는 외부 환경이 아니라 행정의 선택과 구조 설계에 달려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 4년, 고양시가 생존형 행정에서 벗어나 구조 개편에 집중해왔다는 것이 이 시장의 평가다.
이 시장은 취임 이후를 "도시의 기초 설계를 다시 한 시간"이라고 규정했다. 빈번한 축제와 소비성 예산으로 버텨오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산업·교통·교육·문화 전반의 구조를 바꾸는 데 집중했다고 전했다.

이 시장이 가장 먼저 강조한 변화는 토지 이용 방식이다. 고양시 전체 면적 가운데 실제 전략적으로 활용 가능한 가용지는 약 10% 수준이다. 이 시장은 남은 땅을 다시 주택 공급으로 채우는 대신, 장기 수익을 창출하는 산업 기반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대곡역세권을 사례로 들며 “정부의 주택 공급 압박 속에서도 아파트 위주의 개발이 아닌, 기업과 사람, 기술이 모이는 지식융합단지로 지켜냈다”고 말했다. 창릉지구에는 축구장 21개 규모의 공업지역을 확보해 공업지역 면적을 두 배 가까이 늘렸다.
일산호수공원보다 넓은 125만㎡ 부지는 경기북부 최초 벤처기업육성촉진지구로 지정됐고, 벤처기업 수는 16% 증가했다. 한편, 고양시는 산업 기반 강화를 위해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추진 중이다. 이 시장은 "고양이 '땅을 파는 도시'에서 '기업이 머무는 도시'로 바뀌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수소·스마트팜·침수대책...생활 인프라 재설계
산업 기반을 뒷받침할 에너지 전략도 제시했다. 경기북부 최초로 하루 1톤 규모 수소 생산 거점인 '미니 수소도시'를 조성하고, 120여 개 스마트팜을 구축해 유휴 공간을 수익형 생산기지로 전환했다는 설명이다.
강매·대화·탄현·관산 등 상습 침수지역에는 국도비 1,385억 원을 투입해 구조적 정비에 나선다. 이 시장은 "불안하던 일상을 가장 안전한 공간으로 되돌리겠다"고 강조했다.
#한강·창릉천...경관축 복원
도시의 얼굴도 바꿨다고 평가했다. 50년간 철책에 가려졌던 한강 접근권을 회복하고, 두 곳의 한강공원을 조성했다. 창릉천에는 국비 3,200억 원을 확보해 수변축 재생 사업을 추진 중이다. 공릉천 역시 저탄소 수변공원으로 변모하고 있다.
도시숲 51곳 조성 사업도 절반 이상 진행됐으며, 1인당 도시공원 면적을 WHO 권고 기준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콘서트 도시로 변신...'킬러 콘텐츠' 전략
고양시가 전국적인 주목을 받은 분야는 문화산업이다. 이 시장은 "행사로 끝나던 축제를 산업으로 승격시켰다"고 표현했다.
1,300억 원을 들여 건립됐지만 활용도가 낮았던 고양종합운동장을 대형 콘서트장으로 전환한 것이 대표적이다. 1년 동안 세계적 아티스트 공연 26회, 관객 85만 명, 연 수입 125억 원이라는 성과를 냈다.
경찰·소방·교통 등 30개 기관이 협업하는 '공연 운영 표준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대형 이벤트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도시'라는 이미지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행주산성 야간 콘텐츠는 관람객을 27% 늘렸고, 고양국제꽃박람회는 화훼 수급을 130% 확대해 농가 소득 증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 시장은 "머물고 싶어도 숙소가 없던 현실을 바꾸기 위해 20년 숙원이던 킨텍스 앵커호텔을 시 예산 부담 없이 착공했다"며 "앞으로 킨텍스 제3전시장과 방송영상밸리, 대형 아레나까지 완공되면 고양이 국제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통 혁명…'지나는 도시'에서 '만나는 도시'로
이 시장은 GTX와 서해선 개통을 "고양시 역사상 가장 큰 교통 혁명"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역 16분, 김포공항 19분 시대가 열리면서 고양은 수도권 10분대 생활권으로 편입됐다.
대장홍대선은 착공, 고양은평선은 올해 착공 예정이며, 가좌식사선·대곡고양시청식사선도 정부 승인을 받았다. 신분당선·9호선·3호선 급행·교외선 전철화 등도 국가철도망 반영을 앞두고 있다. 도로 분야에서는 강변북로 지하화, 통일로 확장 등이 추진된다.
#교육·AI 전략...'AI역세권·학세권' 구상
교육 분야에서는 교육발전특구 선도지역으로 승격돼 약 166억 원이 투입된다. 자율형 공립고, 산업맞춤형 특성화고, 국제학교·해외대학 협약, 과학고·자사고 유치까지 포함한 '캠퍼스 시티' 구상을 제시했다.
이 시장이 강조한 핵심 키워드는 인공지능(AI)다. 거점형 스마트시티 공모에 선정돼 약 400억 원을 투입 중이며, AI교통·AI교육을 통해 도시 전반의 접근성 격차를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자율주행 셔틀, 스마트 교차로, 도심항공교통(UAM) 실증까지 포함해 AI로 광역교통의 빈틈을 메우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쉬운 선택과 결별...정치적 결단 강조
이동환 시장은 1970년대 경부고속도로 건설 사례를 언급하며 "당장 반대가 크더라도 미래를 위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50만 원이 있으면 하루를 호화롭게 쓸지, 아이 미래를 위해 아낄지 고민하듯 고양의 미래에 투자해왔다"며 "쉬운 선택과 결별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연매출 1조2천억 원 규모 코스피 상장사 LG헬로비전 본사가 삼송으로 이전한 것도 구조 변화의 상징으로 제시했다.
#도시 리브랜딩...시민의 선택은
이 시장의 구상은 분명하다. 주택 중심의 베드타운 구조를 산업·문화·AI 중심 도시로 전환하겠다는 '도시 리브랜딩'이다.
이동환 고양특례시장은 "뒤돌아가지도 속도를 늦추지도 않겠다"며 "108만 시민 앞에 드린 고양 도약의 약속, 제가 책임지고 끝까지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고양시가 '설계된 자립도시'로 자리 잡을지, 또 하나의 실험에 그칠지는 시민의 선택으로 판가름 날 전망이다.
김영식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