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용인FC는 중국 하이난에서 전지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아직 단 한 경기도 치르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K리그에서 가장 궁금한 팀으로 꼽힌다. 과연 이 팀은 어떤 축구를 보여줄 것인가. 그리고 이 ‘비현실적으로 정돈된’ 영입 과정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 중심에는 이상일 용인시장, 용인FC 구단주의 보이지 않는 역할이 있었다.
#시민구단의 통상적 실패 공식에서 벗어나다
대한민국 프로축구에서 시민구단 구단주는 막강한 영향력을 갖는다. 선수 영입 과정에 대한 직·간접 개입, 지역 인사 추천, 감독·단장 인사에 대한 압력은 관행처럼 반복돼 왔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시민구단이 같은 길을 걸었다. 전력 외 자원의 누적, ‘유망주’라는 이름의 타협, 그리고 점진적으로 무너지는 현장의 원칙. 실패의 출발점은 대부분 구단주의 개입 구조였다.
이상일 구단주는 이 구조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가장 어려운 선택을 했다. 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는 선택이었다.
#단 한 명의 선수도 추천하지 않은 구단주
용인FC 창단과 선수 영입 과정에서 이상일 구단주는 단 한 명의 선수도 추천하지 않았다. 이는 무관심도, 책임 회피도 아니었다. 의도된 절제이자 리더십의 방식이었다.
시민구단 구단주에게 선수 추천은 가장 쉽고 자연스러운 권한 행사다. 그러나 그는 그 권한을 행사하지 않음으로써 현장이 흔들리지 않도록 보호했다.
그 결과는 명확했다. 선수 선발 기준의 일관성 유지, 감독과 단장의 판단 권한 보장, 정치적·관계적 압력의 원천 차단 등이 선택이 있었기에 용인FC의 영입 명단은 ‘설명 가능한 선수들’로만 채워질 수 있었다.
#“원칙을 지키라”가 아닌, 원칙이 깨지지 않는 환경
이상일 구단주의 리더십은 선언이 아니라 구조였다.
많은 구단주들이 “원칙대로 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단 한 번의 예외, 단 한 명의 부탁이 모든 원칙을 무너뜨린다. 이상일 구단주는 그 점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말 대신 행동으로 선을 그었다.
지역 인사의 청탁에도 동일한 기준 유지, 선수 선발 과정 개입 전면 배제, 일관된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전달... 그 결과, 단장과 코칭스태프는 “거절해도 된다”가 아니라 “거절해야 한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이 차이가 용인FC 영입의 질을 결정지었다.
#‘개입하지 않는 것이 최고의 개입’
이상일 구단주의 가장 큰 강점은 열정이나 추진력이 아니라 문제 인식의 정확성이었다.
그는 시민구단에서 왜 설명되지 않는 선수가 생기고, 전력 외 자원이 쌓이며, 현장이 타협하게 되는지를 알고 있었다. 그 출발점이 구단주의 반복적 개입이라는 사실을 이해했기에 그는 ‘비개입’이라는 전략을 선택했다.
선수를 직접 데려온 사람이 아니라, 선수가 원칙대로 선발될 수 있도록 판을 지킨 사람이었다.
#가장 궁금한 팀, 용인FC의 출발선
용인FC의 안정적인 창단과 화제의 영입은 우연이 아니다. 구단주가 자신의 권한을 절제함으로써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한 결과다.
요란하지 않았고, 전면에 나서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상일 구단주의 보이지 않는 힘, ‘비개입의 책임감’은 용인FC를 시민구단 가운데 가장 단단한 출발선 위에 올려놓았다.
이제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라운드로 향한다. 중국 하이난에서 담금질 중인 용인FC는 과연 어떤 팀으로 증명해낼 것인가.
K리그가 가장 궁금해하는 팀, 그 답은 곧 시작된다.
송기평 경인본부 기자 ilyo11@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