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담수사팀은 전국에 산재돼 있는 태국발 마약 밀수사건을 취합해 전수 분석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운반책 C 사건과 밀수한 마약의 종류, 은닉 방법, 상선의 텔레그램 대화명 등이 일치하는 사건이 발견됐다. 지난해 9월 25일 부산지검이 구속 기소한 운반책 D 사건과 같은 해 10월 2일 인천지검이 구속 기소한 운반책 E 사건이 같은 밀수 조직의 범행이라고 판단한 전담수사팀은 총책 추적에 수사력을 집중했다.

또 텔레그램 IP를 추적하는 동시에 운반책들이 가상화폐로 ‘경비’를 받은 전자지갑의 거래내역을 치밀하게 추적했다. 이를 통해 총책이 사용하는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의 전자지갑을 특정해 해당 계정과 전자지갑과 연결된 태국 은행 계좌의 명의자를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11월과 12월 두 달 동안 총 300여 곳에 대한 압수수색과 태국 파견 검찰수사관을 통한 태국 가상화폐 거래소 자료 확보 등 끈질긴 노력이 이어져 전 프로야구 선수 A가 총책으로 특정됐다.
A는 1월 8일 수사팀에 체포돼 10일 구속됐다. 체류 자격 갱신을 위해 일시 귀국한 A를 검거한 전담수사팀은 A의 진술을 바탕으로 공범 B를 특정해 출국금지했다. B는 대전의 은신처에서 1월 13일 체포돼 16일에 구속됐다.
이번 부산지검 수사가 갖는 또 다른 의미는 ‘원점타격형 국제공조시스템’(SOP, International Cooperation System for Striking Origin Point)을 통한 증거 확보다. SOP는 대한민국 상대 주요 마약 발송 국가의 수사기관에 한국 마약수사관을 파견·상주시켜, 실시간 국제공조를 통한 해외 마약 발송 조직에 대한 현지 검거 및 증거 수집 활동으로 마약밀반입 원점(Origin Point)을 타격하는 국제공조시스템이다.
전담수사팀은 부산 세관 및 태국 마약청에 파견 중인 검찰 마약수사관과의 긴밀한 공조로 인천국제공항과 태국 수완나품 공항 화장실 CCTV를 대거 확보해 분석 작업에 돌입했다. 이곳이 마약 전달 현장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단속 회피 수단으로 아동을 이용하려 한 파렴치한 수법까지 드러났다. A와 B는 어린 자녀 동반 가족 여행객에 대한 세관 등의 감시가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점을 악용해 운반책 D에게 ‘미성년자 아들과 외국으로 와서 마약류를 전달받아 대한민국으로 운반하라’고 지시했다. 다만 실제로 해당 수법이 실행에 옮겨지지는 않았다. 빠른 검거가 이뤄진 덕분이다.
A와 B는 수사기관 추적을 의식해 휴대전화 등 관련 증거를 모두 은닉했지만 전담수사팀은 태국 마약청에 파견 중인 검찰 마약수사관을 통해 피고인 A 명의 전자지갑과 연계된 태국 현지 은행 계좌의 상세 거래내역을 확보했다. 또 A가 B에게 자금을 송금한 내역, 운반책들에게 밀수 경비를 지급한 내역 등 증거를 확보해 범행 전모를 규명했다.
부산지검 관계자는 “검찰은 이번에 검거된 총책들로부터 출발해 국내 유통책 등 하선 조직에 대한 ‘탑다운’ 방식의 수사를 이어가 관련 조직원들을 일망타진하는 한편, 범죄수익에 대한 철저한 환수와 공소유지에도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운반책 등 말단 조직원에 대한 단발적 수사에 그치지 않고 해외 상선을 끝까지 추적함으로써 마약 유입 경로를 원천 차단하고, 나아가 국내 유통 단계 전반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통해 마약 범죄의 실체를 규명하고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전동선 프리랜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