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례에 반기 든 2심 “성공보수 합법”
2015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형사사건에 관한 성공보수 약정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돼 무효”라고 판결하자 변호사들은 ‘볼멘소리’를 해왔다. 대법원은 전관예우의 핵심고리로 지적했지만, 정작 일반 변호사들조차 ‘형사사건’으로는 어려운 쟁점을 해결해도 성공 보수를 받을 수 없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최근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지난 1월 말, 서울중앙지법 항소심 재판부가 “모든 형사 성공보수를 무효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변호사의 손을 들어준 판결이 나왔다. 대한변협은 이를 놓치지 않고 ‘형사 성공보수 부활’을 핵심 과제로 꺼내 들었다.
변호사들의 논리는 간단하다. “변호사가 유사 판례 분석 등을 통해 증거를 찾고 논리를 짜 의뢰인이 원하는 판단을 받아냈는데 그 성과에 대한 보상을 금지하는 것은 계약 자유의 원칙 위반”이라는 것이다.
법무법인 위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과 허위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은 무죄,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 혐의는 유죄로 인정된 의뢰인의 항소심 사건을 맡기로 했다. 그러면서 ‘착수금 3000만 원과 추가보수(성공보수) 약정을 맺었다.
△전부 무죄를 선고받거나 △1심이 유죄로 인정한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이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공소장이 변경돼 사실적시 명예훼손 혐의가 인정되거나 △공소장 변경 없이 사실적시 명예훼손 혐의가 인정되어 벌금형 또는 선고유예의 형이 선고될 경우 3000만 원(부가세 별도)의 추가보수를 지급하는 내용이다.
이후 항소심에서 의뢰인은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고, 대법원 상고까지 기각되며 무죄가 확정됐다. 하지만 의뢰인은 성공보수를 지급하지 않았다. 통상 이런 경우 변호사들은 “재수없이 걸렸다”며 성공보수를 포기했지만, 법무법인 위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항소심 재판부는 “형사사건에서 변호사와 의뢰인의 관계는 자유로운 위임계약에 기초하므로, 그에 부수한 성공보수 약정 역시 강행규정이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지 않는 한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당사자의 자유에 맡겨져야 한다”며 3300만 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사건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원래 형사사건은 변호사 업무의 꽃으로, 높은 보수를 자랑했지만 성공보수가 사라지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한 사건에 집중해 성공보수까지 받으려 하기보다는 500만~1000만 원을 받는 사건을 많이 수임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을 선호했다. 대한변협은 2015년 대법원의 선고가 변호사 업계의 시장논리를 망쳤다고 보고 이번 하급심 판결을 지렛대 삼아 ‘성공보수 부활’을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대한변협 ‘힘 줬던’ 변호사법 개정안도 처리
지난 1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대한변협이 그동안 추진해 왔던 변호사법 개정안(제26조의2 신설)이 통과됐다. 최근 몇 년 사이 검찰이나 경찰 등 수사기관은 변호사 사무실에 핵심 피고인의 주요 증거가 은닉돼 있다며 증거 확보를 위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는데, 이제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의 이메일이나 상담 의견서를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게 됐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정욱)는 곧바로 낸 성명에서 “이번 입법은 대한민국 사법 역사에 있어 인권 보호와 방어권 보장의 수준을 한 단계 격상시킨 중대한 행보로 기록될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마지막 남은 관문은 공정위 디스커버리 제도
대한변협이 다음 과제로 제시한 것은 한국형 디스커버리(증거개시제도)다. 디스커버리는 소송 전 단계에서 상대방이 보유한 증거를 법원이 강제로 제출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대한변협은 공정거래위원회 사건 등 기업 간 분쟁에 이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통상 기술탈취 등 분쟁 유형의 대부분이 원고(통상 소규모 기업)보다 피고(통상 대기업)에게 더 정보가 많은데, 이를 원고가 대부분 입증해야 하다 보니 소송에서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낮았다. 정보 비대칭 등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디스커버리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형 증거개시제도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하도급법 일부개정법률안(개정법률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하도급법의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도 지난해 11월 기술탈취 근절 대책으로 하도급법에 한국형 증거개시제도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술탈취 관련 조사 과정에서 확보한 증거가 영업비밀에 해당하더라도 법원 요구가 있을 경우 제출을 의무화했고, 입증책임을 피해기업에서 가해기업으로 전환한 게 핵심이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한국형 디스커버리가 도입되면 분쟁 유형과 무관하게 당사자 간 증거 접근권이 제도적으로 보장되고, 재판 이전 단계에서부터 쟁점이 정리돼 당사자는 물론, 재판부도 소송의 효율성과 판단의 신속성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변호사 업계는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소송 승패와 상관없이 많은 사건 수임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업 간 분쟁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상대방 측의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소송을 거는 경우들이 발생할 수 있어, 새로운 변호사 수임 시장이 열리는 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로스쿨 출신의 한 개업 변호사는 “형사사건은 그동안 ‘피곤해서 안 한다’는 이들이 많았던 영역이라면 성공보수 부활 시 고생하는 만큼 고수익이 가능해지고, 변호사법 개정 덕분에 이제 변호사들은 기업이나 의뢰인의 비밀을 안전하게 상담할 수 있는 자문 시장이 생겼으며, 디스커버리 제도까지 도입되면 기업 대 기업, 기업 대 소비자 간 소송이 늘어나 사건 수임이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