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은 사고 이후 잘못 지급된 비트코인을 대부분 회수한 것으로 전했지만 약 130억 원 가치(11일 기준)인 125개를 아직 회수하지 못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국회 긴급 현안 질의에 나온 이재원 빗썸 대표는 자사의 비트코인 수량 검증 시스템 부실 소지, 이벤트 전용 지급 계좌 미비 등 운영상 과실을 인정했다. 금융당국이 빗썸의 내부 시스템에 대한 집중 조사에 나선 가운데 업비트, 코인원 등 여타 가상자산 거래소들을 상대로도 당국의 점검이 이어질 전망이다.

사고 직후 빗썸에 문의가 빗발쳤다. “비트코인 호가창이 이상하다”, “랜덤박스 이벤트로 비트코인 2000개가 들어왔는데 거래 및 출금이 가능하냐”는 등의 내용이었다.
당시 빗썸 내부 관계자는 ‘일요신문i’에 “해당 문의와 관련해 6일 저녁 7시 27분께 내부적으로 인지했을 때 이벤트 당첨자 695명 중 96%(667명)에게 1인당 비트코인 2000개가 지급된 것으로 파악했다”며 “다만 445명의 이용자가 받은 비트코인은 즉시 회수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6일 저녁 8시 13분 기준, 나머지 250명(62만 개 지급) 가운데 164명에게 지급된 비트코인 41만 6000개도 회수했지만, 86명에게 지급된 20만 4000개는 회수에 실패한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당시 일부 이용자가 오지급 비트코인을 즉시 매도하면서 당일 9800만 원 수준이었던 비트코인 시세가 6일 저녁 7시 30분께 빗썸에서만 8111만 원으로 급락했다. 빗썸은 사고 인지 후 비트코인을 잘못 지급한 이용자 계정과 이상 거래 의심 계정에 대해 입출금·매매를 긴급 차단, 저녁 7시 40분 해당 계정들의 모든 거래 접근을 차단했다.
빗썸은 다음 날(7일) 오전 4시 30분 공지를 올려 “비트코인 오지급 수량은 62만 개”라며 “이상거래 내부 통제 시스템을 통해 오지급 발생 35분 만에 695명 고객에 대한 거래 및 출금을 차단해 61만 8212개(99.7%)를 회수했고, 이미 매도된 비트코인 1788개 상당의 자산도 93% 회수했다”고 밝혔다. 이후 회사 보유 자산을 투입해 7일 밤 10시 45분 기준 고객 예치 자산과 거래소 보유 자산 사이 100% 정합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재원 빗썸 대표는 “비트코인 시세 급락으로 인해 고객 입장에서 불리한 조건으로 체결된 사례(패닉셀·투매)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빗썸은 고객들이 입은 손실을 10억 원 안팎 규모로 파악했다. 해당 시간대 저가 매도로 발생한 차익 손실분 전액과 추가로 10%의 보상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사고 발생 당시 빗썸 앱과 웹에 접속하고 있던 이용자에게는 2만 원을 지급하고, 지난 9일 0시부터 7일 동안 전체 거래 종목에 대한 거래 수수료 0% 정책도 시행한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이번 비트코인 지급 사고가 일종의 ‘착오 송금’으로 규정될 수 있어 빗썸이 본격적으로 법적 대응에 나설 경우 이를 회수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비트코인을 잘못 받은 이용자들을 상대로 빗썸이 부당이득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해 승소할 경우 해당 이용자는 비트코인을 회사에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9일 ‘2026년 금감원 업무계획 발표 및 기자간담회’에서 잘못 지급된 비트코인이 반환 대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원장은 “애초 빗썸이 이벤트를 통해 1인당 2000원씩 당첨금을 지급하겠다고 한 만큼 부당이득 반환 대상임은 명백하다”며 “반환 대상이라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이 원물 반환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오지급된 비트코인을 매도해 현금화한 이용자에 대해선 “재앙적인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오지급 비트코인을 매도한 시점 이후 가격이 상승해 이용자 입장에서는 원물로 반환할 경우 비용 부담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다만 원물 반환을 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 경우도 덧붙였다. 이 원장은 “빗썸 측에 문의해 본인 소유의 코인이 맞는지 즉시 확인받은 투자자의 경우 원물 반환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잘못 지급된 비트코인 물량이 시장에 유입돼 단기간 가격이 급락하며 코인 담보 대출인 ‘렌딩 서비스’를 이용한 계좌 60여 개에서 강제 청산이 발생했다. 렌딩 서비스는 보유한 코인을 매각하지 않고 현금을 융통할 수 있는 담보 대출이다. 이번 오지급 사고로 비트코인 평가액이 급락하면서 ‘유지 증거금(대출 원금 보전을 위해 담보 코인이 방어해야 하는 최소한의 가치 마지노선)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64개 계좌가 순차적으로 강제 청산되는 피해를 입었다. 이와 관련해 빗썸은 억울하게 강제 청산된 물량 현황을 파악해 전액 보상하겠다고 발표했다.
금융감독원은 빗썸에 대한 집중 점검을 벌여 내부 시스템 통제 상황과 위법 사실 여부를 살필 예정이다. 11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서 빗썸의 허술한 내부 통제에 대한 질타가 나왔다. 이 자리에 출석한 이재원 빗썸 대표는 비트코인 보유 수량과 지급 수량을 교차 체크하는 검증 시스템이 미비했던 사실, 이벤트 보상 지급 전용 계좌를 운영하지 않은 과실을 인정했다. 업계에 따르면 다른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이벤트 보상 지급 시 사전에 정한 수량을 초과해 지급되는 일을 막기 위해 지급할 수량을 미리 확보해두고 보상 지급 전용 계좌에서만 지급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이번 사태로 빗썸은 그간 추진하던 기업공개(IPO)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규모 가상자산 오지급 사고로 한국거래소의 상장 심사 시 중요 항목이 되는 ‘내부 통제 시스템 안정성’과 ‘경영 투명성’ 등 기준을 온전히 충족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사고 이후 빗썸 내부는 크게 술렁이고 있다. 빗썸 내부 관계자는 “일부 직원들이 빗썸 감사실로 불려가 조사를 받았으며 지난 10일로 예정됐던 임직원 성과급 지급도 전면 취소했다”고 전했다. 성과급 지급 취소는 오지급 비트코인 회수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과 영업이익 감소분 등을 고려해 현금 유출을 최소화하려는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정동민 기자 workhar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