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조계에선 우연히 얻은 비트코인을 통해 이득을 취한 경우 형사처벌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대한민국 법원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형법상 법정 화폐로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고 있는 자에게 적용되는데, 전산에 저장된 ‘정보’에 해당하는 비트코인은 현행법상 재물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배임죄 역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는 조건이 붙어 뜻밖의 횡재(?)를 한 고객에게는 적용할 수 없다.
판례도 있다. 2021년 12월 대법원은 배임 혐의를 받아 기소된 피고인 A 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A 씨는 2018년 6월 알 수 없는 이유로 그리스인 B 씨로부터 자신의 가상지갑에 199.999개의 비트코인이 입금된 사실을 파악했다. 그는 이 가운데 199.994개의 비트코인(당시 시세 기준 약 14억 8000만 원)을 또 다른 지갑으로 옮긴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비트코인을 반환하기 위해 그대로 보관해야 할 임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배해 자신의 다른 계좌로 이체해 불법이득 의사를 실현했다”며 징역형을 선고했다.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에 따라 A 씨가 배임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2심 재판부 역시 “원심의 판단이 옳고 양형도 부당해 보이지 않는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B 씨에 대한 관계에서 A 씨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앞서 A 씨를 기소한 검찰은 공소사실에 횡령죄도 적시했지만 1·2심 재판부는 이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횡령죄 객체는 자기가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이므로 비트코인은 재물이 아닌 만큼 횡령죄가 적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2심 재판부 역시 이 같은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검사가 상고하지 않으며 횡령죄 무죄가 그대로 확정됐다.
홍진현 법무법인 청림 변호사는 “대법원은 가상자산을 ‘재물’로 보고 있지 않기에 절도죄나 횡령죄로 처벌은 어렵지만 재산적 가치는 인정되기에 사안에 따라 사기죄, 배임죄는 인정될 수 있다”면서 “다만 사기죄는 기망행위가 있어야 하는데 빗썸 사태의 경우 고객들이 거래소 측을 속인 것이 아니라 성립되기 어렵고, 배임죄는 타인(빗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거래소 직원 등)가 고객의 가상자산을 빼돌린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고객에게 직원과 동일한 임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오지급된 비트코인의 경우 1인당 당첨금을 2000~5만 원으로 사전에 명시한 만큼 사법부에서 부당이득으로 볼 가능성이 크다. 지난 9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오지급된 비트코인이) 부당이득반환 대상인 것은 명백하다”면서 “매각해서 돈으로 환산(현금화)한 분은 재앙”이라고 밝혔다. 실시간으로 가치가 달라지는 비트코인 특성상 ‘원물 반환’ 원칙을 적용할 경우 판결 시점에 따라 비트코인 가격 상승분을 추가로 반환해야 할 수도 있다.
법조계에선 빗썸이 오지급 비트코인 미반환 고객에게 부당이득반환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홍진현 변호사는 “민사소송의 경우 부당이득반환과 손해배상 두 가지가 가능할 것 같다”며 “부당이득반환은 일반적이고 승소하기 쉬우며 원물 반환 원칙이 적용돼, 예컨대 ‘1 비트코인’을 받았으면 판결 이후 ‘1 비트코인’ 또는 그에 상응하는 가액을 돌려줘야 한다. 손해배상으로 소송을 걸 경우 취득 당시 시세 적용이 가능한데, 빗썸 측이 쉽게 승소하기 위해 미반환 고객들에게 부당이득반환 소송을 걸 확률이 높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 C 씨는 “이번 사태는 실물이 뒷받침되지도 않을뿐더러 이벤트 약관에 명확하게 지급 금액이 명시돼 있다. 결국 최대 5만 원 이상 이득은 모두 부당이득”이라면서 “비트코인을 다른 거래소 또는 지갑으로 옮긴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이때 빗썸 측이 비트코인으로 돌려 달라고 할 수도 있고, 당시 기준 가액을 돌려 달라고 할 수도 있다”고 했다.
빗썸이 민사소송에서 승소한다고 해도 가상자산의 특성상 오지급된 비트코인 전액을 돌려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홍진현 변호사는 “만약 패소한 미반환 고객이 비트코인이나 기존 보유 자산을 해외 거래소나 콜드월렛(오프라인 지갑) 등으로 빼돌려 본인 명의 자산이 없다고 주장하면 되찾기 어려울 수 있다”면서 “가상자산의 장점이자 취약점이기도 한데, 나쁜 마음을 먹었다면 진작 빼돌렸을 것”이라고 했다.
형사처벌 관련 판례 변경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상화폐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가 이뤄졌다는 이유에서다. 가상화폐를 ‘재물’로 취급한다면, 기존의 판례와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다. 은행을 통해 착오송금된 돈을 그대로 써버리거나 반환을 거부할 경우 횡령이나 배임죄가 성립한다.
이번 사건은 2018년 삼성증권이 우리사주에 주당 1000원의 현금을 배당하려다 실수로 주당 1000주를 주는 사고를 낸 ‘유령 주식’ 사건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당시 자신의 계좌로 착오 입고된, 전산상 존재하지 않는 주식을 팔아 이득을 취한 전·현직 직원 8명이 재판에서 징역형과 벌금형이 확정됐다.
홍진현 변호사는 “형사 조치의 경우 선례가 없으나 금감원장이 명백히 부당이득이라고 하는 등 관에서 나서는 상황인 데다 상자산은 이미 제도권으로 들어온 상태고,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도 시행 중이기 때문에 판례 변경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며 “빗썸 미반환 고객들이 형사처벌된다면 리딩 케이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