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심 배경으로는 ‘장부거래’ 구조가 지목됐다. 빗썸 등 CEX 내에서 이뤄지는 가상자산 매매는 장부거래로 처리하고 있다. 이용자가 비트코인을 거래소로 ‘입금’할 때는 블록체인에 전송 기록이 남지만, 거래소 내 매매는 대부분 거래소 내부 장부에서 잔고 숫자만 바뀌는 방식이다. 속도와 수수료 측면에서 효율적이어서 대다수 CEX가 이 방식을 활용 중이다.
문제는 장부와 실물 보유량이 어긋날 경우 대규모 매도나 출금 상황에서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사고에서도 잘못 지급된 물량 상당수가 단기간에 출금으로 이어졌다면 이러한 위험이 현실화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른바 ‘한국판 FTX 사태’로 번질 수 있었다는 우려도 있다. 세계 3위 가상자산 거래소였던 FTX는 2022년 11월 고객 출금이 급증하자 유동성 부족이 드러나며 출금을 중단, 결국 파산했다.

금융당국은 가상자산업체의 장부상 거래 내역과 실제 보유량을 실시간 확인하는 정합 작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빗썸은 정합 작업에 하루 시차를 두고 진행하고 있고, 다른 국내 거래소인 업비트는 5분 간격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11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긴급 현안 질의에서 “실시간 연동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5분도 사실은 짧은 게 아니고 굉장히 길다”며 “실제 보유량과 장부상 잔고가 실시간으로 일치되는 연동 시스템이 돼야만 시스템상 안전성이 확보된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법은 내부통제나 위험관리 기준에 관한 것도 이용자보호법을 통해 규정돼 있지 않다”며 “금융사 수준으로 규제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감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거래소 내부통제 기준을 구체화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장부거래 시 2중, 3중으로 실물 자산과 괴리가 없는지 확인하는 인증 체계를 거래소들이 갖추도록 내부통제 관련 부분을 법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빗썸에 대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가상자산 2단계 입법 논의에 보완책을 반영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빗썸에 대한 정식 검사를 진행 중으로, 업비트와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다른 거래소 업체에 대한 현장점검도 진행할 계획이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