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는 12·3 비상계엄이 헌정 질서를 파괴한 내란임을 분명히 하면서 그 우두머리 혐의를 받아온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그동안 윤 전 대통령은 ‘메시지 계엄’이라는 기이한 용어를 동원해 자신에 대한 방어권을 행사해 왔다. 방어권 행사는 당연히 보장되어야 하지만 자신의 부하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태도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웠다.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계몽령’이었다는 주장을 하려면 최소한 책임을 타인에게 돌리는 태도는 보이지 말았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 인물과 분명히 선을 긋지 못하는 국민의힘의 모습 또한 안타깝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2월 20일 윤 전 대통령 1심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그런데 장 대표의 연설을 들으면서 들었던 느낌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은 전혀 아니었다는 것이다. 장 대표는 오히려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대신 윤 전 대통령 수호를 주장했다. 또한,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재판 재개마저 주장했다. 이런 장 대표의 주장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이 아니라 프레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정도의 언급이 있을 줄 알았는데, 이보다 더 강성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이런 장 대표의 주장은 탄핵 이후 치러질 선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적 판단 속에서 강성 지지층 결집에 우선순위를 두는 행위일 수는 있겠지만, 이런 행보가 지속된다면 국민의힘은 다수 유권자에게 외면받는 정당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장 대표는 이번 사법부의 판결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판결에 대해 더불어민주당도 비판하고 있다. 이런 모습들은 매우 우려스럽다.
일반 유권자 차원에서 사법부 판결에 대해 감정적인 비판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당 지도부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형량의 적정성을 문제 삼는 발언을 하는 것은, 사법 제도 전반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소지가 있어 문제다.
사법부의 판단을 우선 존중하는 태도는 공당, 더구나 여당이라면 기본적으로 견지해야 할 원칙이다. 만약 사법부가 내란죄 성립을 부정하면서 현저히 낮은 형량을 선고했다면, 그 법리적 타당성을 둘러싼 비판과 논쟁은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법부가 윤 전 대통령을 내란 수괴로 인정한 상태에서 법정형 범위 내에서 형을 선고했음에도, 여당이 이를 문제 삼는 것은, 법률 개정을 요구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지 형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불만의 표출인지 불분명하게 만든다.
상황이 이러니 민주당은 형량에 대한 강경 여론을 결집해 이른바 사법 개혁 드라이브를 강화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2월 19일 오후 국회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무기징역 선고를 두고 “내란 수괴에게 조희대 사법부가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선고함으로써 사법 정의를 흔들었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번 판결을 계기로 사법 개혁 추진에 더욱 매진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히는데, 이는 제도를 흔들며 제도를 개혁하겠다는 역설적 주장이다.
중요한 것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내란 문제가 지방선거 국면에서 다시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는 점이다. 아마도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내란 정당’이라고 더욱 거세게 몰아붙일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지방선거는 국민의힘이 궤멸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선거가 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국민의힘의 궤멸이 보수의 궤멸로 이어질 것인지 여부다. 보수의 궤멸 가능성을 맥없이 지켜보면서 국민들의 무력감은 쌓여만 간다.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율 명지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