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남은 ‘친중파’로 분류되며 중국 고위 인사들과 깊은 신뢰를 쌓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당국은 김정남이 김정일 후계자가 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인맥 형성에 공을 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후계자가 김정은으로 결정났고,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김정남은 피살됐다. 김정남 피살은 2013년 장성택 숙청과 더불어 북한 내부 친중 성향 핵심 인사 연쇄 제거 핵심 사례로 꼽혔다.
2017년 김한솔은 북한 내부 지하혁명조직으로 알려진 ‘천리마 민방위’ 도움을 받아 외국으로 망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김한솔은 ‘천리마 민방위’ 유튜브를 통해 얼굴을 공개하며 자신의 신변이 안전하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알리기도 했다. 복수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김한솔은 현재 미국 보호 아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한솔의 도피를 도운 것으로 알려진 ‘천리마 민방위’는 ‘자유조선’으로 간판을 바꾼 뒤 ‘새조선’이라는 지하혁명조직으로 탈바꿈했다. 2024년 5월 5일 새조선은 웹페이지 성명서를 통해 “우리는 지구상에서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이라는 국호를 영원히 지워버리고 새 국호 ‘조선’ 건국을 자신 있게 준비하는 평양의 비밀 자유민주정부”라고 자신들을 소개했다(관련기사 김일성 비석에 ‘N’ 먹칠…‘반 김정은’ 북한 지하조직 ‘새조선’의 실체).
새조선은 북한에 대해 “수령 중심 극소수 범죄집단이 국토를 점령하고 전체 인민을 노예화한 수령 식민지”라고 평가했다. 새조선은 “우리의 최우선 목표는 ‘김가 세습 종식’이라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새조선’은 김주애가 후계자로 부각되기 시작하는 양상과 관련해서 문제를 제기하며 ‘건국 로드맵’을 제시했다.

새조선은 자신들의 지하혁명 목적이 남북통일은 아니라고도 했다. 새조선은 “우리가 독재와의 목숨을 건 전쟁을 하는 것은 조선인민 자유와 번영을 위해서지 대한민국 귀순 목적이 아니”라며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김가 세습 고리를 끊고 인민이 진정한 주인이 되는 정상적인 나라로 조선이 홀로 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가 세습’ 척결을 명분으로 내세운 새조선은 역설적이게도 김씨 일가 적자인 김한솔의 외국 탈출을 도왔다. 새조선이 향후 새로운 건국과 관련한 행동에 나설 경우, 김한솔을 정통성 확보 차원에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반 김정은 세력이 ‘찐 백두혈통’ 김한솔을 내세우며 정치적 정통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에 나설 수 있다는 해석이다(관련기사 반 김정은 쪽에선 ‘찐 백두혈통’…김한솔 주목받는 까닭).

이 소식통은 “병아리 계획은 황해도와 평안남도 일대는 한국, 북한이 점유 중인 강원도 일대는 미국, 평안북도·양강도·자강도·함경남도 일대는 중국, 함경북도는 러시아가 분할 통치하면서 평양과 주변 일대를 ‘공동 구역’으로 설정하는 안”이라면서 “대동강 이북에 대한 영유권을 중국이 주장하면서 한반도 주변국들의 충돌을 최소화하는 취지로 자의적으로 만든 계획”이라고 했다.
소식통은 “중국이 분할통치 계획을 11년 전에 공식적으로 띄운 바 있는데, 이는 김정은 정권이 입맛에 맞지 않는다면 행동에 나설 수 있는 경고성 메시지로도 볼 수 있다”면서 “김정은이 중국이 내부적으로 설정한 ‘레드 라인’을 넘을 경우 중국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라고 했다.
그는 “중국이 노골적으로 자신들의 이익이 가장 큰 ‘병아리 계획’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김정은 체제에 이상이 생겼을 시 ‘과도 정부’를 통해 자신들의 큰 그림을 완성하려는 시도는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소식통은 “‘병아리 계획’ 일환 시나리오에서 중국이 김한솔을 정통성 있는 과도기 지도자로 내세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김정은은 나이가 어린 딸 주애를 지속적으로 외부에 노출시키며, 사실상 어린 아이인 김주애를 ‘컴퓨터 천재 여장군’으로 칭송하는 등 후계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양상”이라면서 “후계 작업을 서두른다는 점은 김정은이 자신에게 남은 후계구도 확보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자각했다고 볼 수 있는 지점도 있다”고 했다.
그는 “사회적 통념으로 여성 지도자를 받아들일 준비가 아직 덜 된 것으로 보이는 북한 특성 상, 김정은이 김주애를 더 빠르고 확실하게 부각시키지 않으면 ‘세습 체제’가 붕괴될 수 있다고 우려할 만한 여지도 충분할 것”이라면서 “어디엔가 살아 있는 김한솔의 존재감 역시 김정은에겐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 체제에 비상경고음이 발생할 시, 한반도 상황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완충재’ 역할을 할 핵심 인물로 김한솔이 재조명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강 대표는 “북한 체제에 이상이 생겼을 시 상황을 안정시킬 수 있는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 한다면, 미국과 중국이 동시에 외칠 수 있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카드는 김한솔뿐일 것”이라면서 “한반도 정세가 급변할 시 미국과 중국 양국이 서로의 국익에 맞는 합의가 필요할 수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김한솔 카드’의 활용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