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대로 뽑았습니다’라고 (하면) 그냥 자기(대한체육회)들은 이것(총괄 평가점수표)만 보면 ‘그런가보다’ 하고 그냥 넘겨줄 수 있는 거라고요…(중략) 아니, 이것은 지금 임기응변으로 점수를 줘서 설정해서 지금 제출하자는 거예요. 지금…(중략) 이것은 그냥 임기응변으로 그냥 우리가 수치화시켜서 제출하자는 것이지 이걸(규정으로) 하자는 건 아니에요.”‘체조 레전드’ 여홍철 대한체조협회 전무는 딸 여서정이 기계체조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과정서 결재권을 행사하며 이해충돌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여홍철 전무는 국가대표 선발 세부기준 변경과 국가대표 선발 등 주요 행정절차에서 결정권을 행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아빠찬스 논란’으로 비화했다. 감사원과 국민권익위원회 등은 해당 사안에 대한 조사에 돌입한 상태다.
-2025년 5월 23일 경남 마산실내체육관, 대한체조협회 경기력향상위원회 여홍철 전무이사 발언 요약
2025년 3월 29일 대한체조협회 경기력향상위원회는 여홍철 전무가 참석한 상태로 회의를 열어 국가대표 선발 세부기준 변경을 결정했다. 2024년 9월 폐지된 랭킹포인트 제도를 다시 도입함과 동시에 ‘메달 획득 가능성’을 국가대표 선발에 반영하는 방안이 새로운 기준에 반영됐다. 그 결과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30명 중 29위를 한 여서정이 국가대표로 선발될 수 있었다(관련기사 [단독] 아빠가 관여했나? ‘체조 레전드’ 여홍철 이해충돌 논란).

대한체육회는 대한체조협회가 결의한 국가대표 명단에 대한 승인을 보류했다. 랭킹포인트와 메달 획득 가능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국가대표로 선발된 남녀 선수 6명(남3, 여3)에 대한 승인이 보류됐다. 여서정 역시 승인 보류 대상이었다.
2025년 5월 14일 대한체육회는 공문을 통해 ‘승인 보류 선수에 대한 객관적 선발 근거 자료(선발 기준 충족을 입증하는 자료)’와 ‘국가대표 선수 선발 이의신청 제도 운영 자료’에 대한 보완을 요청했다. 대한체육회에서도 대한체조협회 국가대표 선발 기준 객관성을 문제삼은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체조협회는 경기력향상위원회를 다시 소집했다.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실이 대한체육회와 대한체조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 등에 따르면, 2025년 5월 23일 경남 마산실내체육관에서 대한체조협회 4차 경기력향상위원회 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 심의사항 제4호는 ‘2025년도 여자 기계체조 국가대표 선수 평가의 건’이었다. 심의 사유는 대한체육회 보완자료 요청이었다.
심의사항 추진 방침으로는 “성적순 6명을 제외한 랭킹포인트 획득 선수를 대상으로 위원회 평가 실시를 통한 객관적 데이터 산출”이 명시됐다. 평가 범주는 랭킹포인트, 메달 가능성, 국가대표 지도자 의견 반영 평가였다. 랭킹포인트 50점, 메달 가능성 30점, 지도자 의견 20점을 합산해 총점 100점을 매기는 방식으로 선수를 선발하는 기본안을 두고 회의가 열렸다.
대한체조협회 경기력향상위원회는 평가 점수를 랭킹포인트 40점, 메달 가능성 40점, 국가대표 지도자 의견 20점을 수정 반영한 평가점수를 (대한체육회에) 제출하기로 결의했다. 메달 가능성과 지도자 의견 평가항목의 경우 스타트 점수 등을 경기력향상위원회에서 결정해 평가하기로 결의했다.
체조계 한 관계자는 “메달 가능성이나 국가대표 지도자 의견은 여전히 추상적인 기준인데, 수치화한 점수만 따로 적용해 객관성을 확보하겠다는 발상이었다”면서 “메달 가능성과 지도자 의견 점수가 어떻게 매겨지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했다.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실이 대한체조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제4차 경기력향상위원회 회의 녹취록’에 따르면 여홍철 전무는 이날 선수 선발과 관련해 의견을 적극 개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홍철 전무는 ‘메달 가능성’ 점수 항목에 대해 ‘스타트 점수(기술 기본 점수)’를 기준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여홍철 전무는 “소년체전 끝나고 부회장님이랑 선수촌에 들어가서 (국가대표 선발) 승인해준 다음부터 우리가 보완을 해서 (선발 기준) 객관화 시키겠다(고 얘기하겠다)”면서 “아까 스타트 점수나 자료 좀 만들어 달라”고 했다. 선발전 이후 선수 평가 관련 기준을 마련한 정황이다.
이 회의에서 여홍철 전무는 “거기(대한체육회)에서도 수치화된 걸 못 쓰니까 수치화된 것만 일단 주면 통과시켜주겠다는 것”이라면서 “50, 30, 20(평가 범주) 이대로라도 집어 넣어가지고 ‘이대로 뽑았습니다’라고 (하면) 그냥 자기(대한체육회)들은 이것(총괄 평가점수표)만 보면 ‘그런가보다’ 하고 넘겨줄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력향상위원장이 점수 평가 방식에 대해 묻자 여홍철 전무는 “아니, 이것은 지금 임기응변으로 점수를 줘서 설정해서 지금 제출하자는 것이다. 지금”이라며 “지금 (남녀 각) 3명, 6명 때문에 하는 거니까 지금 그렇게 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여홍철 전무는 “이게 규정은 아니다”라면서도 “이대로 점수화해서 선수들에다 (대한)체육회에다 보내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여홍철 전무는 “자기(대한체육회)들도 ‘뭐 이런 식으로 뽑았구나’ 하면 ‘오케이 들어와’ 이걸 지금 하기 위해서 임기응변으로 지금 우리가 만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기력향상위원장이 재차 “점수를 어떻게든 부여해야 되지 않느냐”고 묻자 여홍철 전무는 이렇게 답했다.
“그만해. 내가, 제가 정리 결정할게요. 일단 이 지금 평가표 랭킹포인트하고 메달 가능성 있잖아요. 이걸 점수를 50, 30, 20으로 할건지. 이대로 지금 우리는 넣을 거예요. 그냥 넣을 건데, 이 점수표 점수를 50, 30, 20으로 할 건지 아니면 40, 20, 20으로 할 건지 그걸 좀 논의해 주세요.”
여홍철 전무는 말을 이어갔다.
“점수는 이번만 하는 거고, 이것만 우리가 임기응변만 하는 거지 이걸(규정으로) 하자는 건 아니에요. (중략) 지금 남자도 그렇게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이것은 그냥 임기응변으로 우리가 수치화시켜서 제출하자는 것이지 이걸(규정으로) 하자는 건 아니에요. 다음에 선발하는 것은 우리가 좀 객관화를 시켜가지고 하는 거니까 이거(총괄 평가점수표) 외에는 상관이 없는 거예요.”

여홍철 전무는 “감사 들어오면 이걸 어떻게 평가를 할 것이냐 그것 때문에 그런 것”이라면서 “우리가 50점이 됐던, 40점이 됐던, 30점이 됐던 수치만 넣어주면 자기(대한체육회)들도 ‘이렇게 뽑았습니까’ 하고 (국가대표 선발 선수를 선수촌에) 넣어준다는 말”이라고 했다.
여홍철 전무는 “경기력향상위원장처럼 나도 답답하다 솔직히”라면서 “종목마다 특성이 있는데 왜 그걸 가지고 이랬다저랬다 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그러자 대한체조협회 C 부회장은 “입촌자를 빼고 나머지 선수들을 대상으로 점수를 내면 어느 정도 수치가 나올 것 같다”고 했다.
여홍철 전무는 “(점수를) 해서 주면 빨리 입촌시키자”면서 “저희가 부회장님하고 (진천)선수촌장님하고 좀 가서 이야기 할 테니, 그거(평가 범주)에서 좀 이런 수치 해 주시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여 전무 발언 이후 회의는 끝났다. 이후 승인 보류됐던 국가대표 선수들은 모두 진천선수촌에 입촌한 것으로 파악됐다.
진종오 의원실이 대한체조협회로부터 제출받은 ‘2025년도 제4차 여자 기계체조 경기력향상위원회 회의 참석서명부’에 따르면, 이날 회의엔 여서정의 모친이자 여홍철 전무 배우자인 김 아무개 대한체조협회 전임 감독도 참석했다. 대한체조협회 측은 국가대표 선발 관련 내용을 논의할 때 김 전임 감독은 이석한 상태였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체조계 한 관계자는 “임기응변으로 점수만 수치화시켜 제출하자는 것은 기존 선발 명단을 유지하기 위한 ‘사후 점수 조작’”이라면서 “더구나 여홍철 전무는 경기력향상위원회 소속이 아닌데, 회의를 완전히 주도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해충돌을 넘어 직권남용에도 해당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진 의원은 국가대표 선발 명단 승인 권한이 있는 대한체육회와 관련해 “대한체육회가 (이해충돌 관련) 제도 개선에 나선 것은 반드시 필요한 조치였지만, 지나치게 늦었다”면서 “국가대표 선발 명단 승인 보류 이후 다시 승인을 결정한 과정이 적절했는지 재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번 사안은 관련 기관 모두의 책임 아래 철저한 사실 규명과 재발 방지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요신문은 ‘국가대표 선발 평가점수 사후 조작 정황’ 관련 질의를 목적으로 여홍철 대한체조협회 전무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다. 여 전무는 연락에 응하지 않았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