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감사원은 대한체조협회 ‘아빠찬스’ 논란과 관련해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홍철 전무가 올림픽 메달리스트 출신인 딸 여서정이 기계체조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과정에 특혜를 부여했다는 내용이다.
여홍철 전무는 대한체조협회 경기력향상위원회가 결정한 ‘기계체조 국가대표 선발 세부기준 개정’ 심의에 참여했고, 최종 결재권을 행사했다. 선발전에서 0.5점을 받는 데 그친 여서정은 바뀐 규정에 따라 국가대표로 뽑혔다. 국가대표 선발 건의 최종 결재권자 역시 여홍철 전무였다. 체조계에선 여홍철 전무에 대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공직자 윤리법은 공직자에 대한 이해충돌방지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제7조는 직무관련자가 사적 이해관계자와 관련된 인사채용 및 우수자 선발 등 직무를 수행할 때 공직자는 (사적 이해관계자임을 안 날부터) 14일 이내에 신고 및 회피기피 신청을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사적 이해관계자엔 가족이 포함된다.
스포츠종목단체 관계자는 “가족 등 사적 이해관계자와 관련될 수 있는 회의나 결재에선 담당 임원이 기피 혹은 회피 신청을 해야 한다”면서 “현재 대한체육회 산하 종목단체들이 대부분 공직유관단체로 지정돼 있기 때문에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소지를 차단해야 하는 까닭”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스포츠 쪽에선 국가대표 선발이 상당히 중요한 인사 업무이기 때문에 선발 관련 기준 변경도 사적 이해관계인에 해당되는 사람이 선발 후보군에 포함돼 있다면 기피 신청을 해야 한다”면서 “지도자 채용 등 인사 업무에서도 해당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법 위반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제보자는 “여서정이 2025년 1월 아킬레스건 부상을 당한 뒤인 2025년 3월 랭킹포인트 제도가 부활했다. 새로운 국가대표 선발 기준에 따라 여서정이 0.5점을 받고 국가대표가 됐다”면서 “여홍철 전무가 공직자로서 사적 이해관계인 관련 행정 절차에 대한 회피 및 기피 신청을 하지 않은 점은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여자 기계체조 국가대표 선발전은 2025년 4월 26일부터 27일까지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렸다. 2021년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도마 동메달리스트 여서정은 국가대표 선발전 4개 개인종목서 합계 0.5점을 받았다. 3개 종목에서 기권했고, 1개 종목에서 0.5점을 받았다. 선발전 참가 선수 30명 가운데 29위에 해당하는 성적이었다. 당시 여서정은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제대로 된 연기를 펼치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여서정은 태극마크를 달 수 있었다. 대한체조협회 경기력향상위원회가 국가대표 선발 한 달 전에 변경한 세부기준을 적용받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여서정을 염두에 둔 변경 아니냐는 의혹이 고개를 들었다.

‘기계체조 국가대표 선발 세부기준 개정’과 관련해 경기력향상위원회 내부에서도 적지 않은 파장이 있었다. 대한체조협회는 ‘현재 성적’을 기준으로 선수를 선발하기 위해 2024년 9월 랭킹포인트 제도를 폐지한 바 있다. 그런데 폐지 6개월 만에 다시 랭킹포인트 제도를 부활시키는 방안이 논의되자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양궁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떨어진 사례들도 언급됐다.
많은 비판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한체조협회 경기력향상위원회는 국가대표 선발 세부기준에 랭킹포인트를 다시 도입하기로 했다. 여자 기계체조 국가대표의 경우 16세 이상 선수는 선발전 개인종합 성적순 6명, 개인종합과 종목별 랭킹포인트 순으로 메달획득 가능한 자를 경기력향상위원회에서 선발한다는 내용이 국가대표 선발 세부기준에 담겼다.
전에 없던 ‘조건’이 추가되기도 했다. 그 조건은 이렇다. ‘국가대표 선발전과 국제대회 랭킹포인트는 4년 동안 유지하되 올림픽 다음 연도를 기준으로 없어진다. 다만 올림픽 다음 연도까지는 선수선발에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2025년엔 2021년 열린 도쿄올림픽과 2024년 열린 파리올림픽 성적을 모두 반영할 수 있었다. 지난 두 차례 올림픽에서 모두 랭킹포인트를 획득한 건 남녀 기계체조 선수를 통틀어 여서정이 유일했다. ‘올림픽 다음연도를 기준으로 없어지는 랭킹포인트를 올림픽 다음 연도까지 선수선발에 활용할 수 있다’는 부분은 다양한 해석을 낳을 수 있는 모순적 조건이란 비판이 나온다.
한 체조인은 “저 조건만 봐선 랭킹포인트의 유효 기한이 4년인지, 5년인지에 대해 명확하게 알기가 어렵다”면서 “전제에 전제가 덧붙여진 이상한 조건”이라고 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국가대표를 선발하는 세부기준이 직관적이지 않고,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대한체조협회 경기력향상위원회는 올림픽 단체전 출전권 미획득 시, ‘메달 가능성’에 대한 자체적 평가와 랭킹포인트를 국가대표 선발에 반영하는 안을 채택했다. 자체적 평가 항목을 두고 경기력향상위원회 자의적 판단에 따른 선수선발이 공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2025년 3월 29일 회의에선 국제대회 경쟁력과 랭킹포인트 누적치의 괴리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고 한다. 그러자 여홍철 전무는 “그래서 국제대회 메달 (가능성) 문구를 넣은 것”이라면서 “국제대회 경쟁력도 없는데 포인트만 높아버리면 (안 되니) 그 문구를 넣은 그 이야기를 생각하면 될 것 같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체조계 관계자는 “경기력향상위원회가 판단하는 ‘메달 가능성’을 수치화하는 것도 어려울 뿐 아니라, 그 부분을 어느 정도 비중으로 반영할지에도 자의적 판단이 들어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메달 가능성’을 근거로, 원하는 선수를 뽑을 수 있는 규정”이라고 지적했다.
랭킹포인트를 둘러싼 공정성 논란은 2025년 국가대표 선발전 이후에도 지속됐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여자 기계체조 시니어 배점표에 따르면, 여서정은 국제대회 랭킹포인트 810점과 국내대회 랭킹포인트 270점을 적용받았다. 랭킹포인트 총합은 1080점이었다. 여자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랭킹포인트였다. 여서정은 선발전에서 벌어진 45점 이상 격차를 랭킹포인트로 메웠다.

랭킹포인트 22점을 획득한 A 선수는 선발전서 종합점수 47.201점을 받았다. 선발전 성적은 7위였고, A 선수는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랭킹포인트 270점을 획득한 B 선수는 종합점수 46.534점을 기록해 선발전 8위를 기록했다. B 선수는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랭킹포인트를 고려한 선발이라고 보기 어려운 지점이다. 산술적으로 B 선수는 A 선수보다 랭킹포인트를 10배 이상 획득했다. 선발전에서 두 선수의 점수 차이는 0.667점에 불과했다. 그러나 대한체조협회 경기력향상위원회는 A 선수를 국가대표로 선발했다. 랭킹포인트 적용이 여서정에게만 유독 후했다는 뒷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대한체육회도 대한체조협회 국가대표 선발 명단 승인을 보류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체육회는 여서정을 비롯한 남녀 기계체조 선수 6명(남자 3명, 여자 3명)에 대한 국가대표 선발 승인을 한 차례 보류하기도 했다.

게시물을 올린 대한체조협회 직원은 사무처장으로부터 지시를 받고 게시물을 삭제했다. 사무처장이 여홍철 전무와 통화를 마친 뒤 게시물 삭제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대한체조협회는 국가대표 선발 세부기준을 개별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1월 30일 기준 홈페이지 어디서도 체조 국가대표 선발을 어떤 기준으로 진행하는지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한체조협회는 1월 16일 입장문을 통해 “국가대표 선발은 사전에 확정·공지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면서 “특정 개인을 전제로 한 기준 설정이나 선발 이후 기준 변경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대한체조협회는 “2024년 9월 선발 방식을 성적순으로만 하는 방안을 변경 개정한 적은 있었지만, 단판 성적만으로는 부상 리스크 및 전력 공백을 관리하기 어렵다는 현장 지도자 의견이 지속 제기됐다”면서 “(0.5점을 받은 선수는) ‘선발전에 참여한 선수 중에서 국가대표를 선발한다’는 규정 취지를 충족하기 위해 안전범위 내 최소 참여를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대한체조협회는 “선발 결정은 특정 개인의 영향이 아니라 감독·현장 의견 및 경기력향상위원회 심의에 따른 판단”이라며 “협회는 이번 국가대표 선발이 국제대회 성과와 공정한 절차에 기반해 진행됐음을 감사원 등 관계기관 확인절차에 성실히 협조해 객관적 자료로 명확히 소명할 것”이라고 했다.
일요신문은 여서정 국가대표 선발 및 국가대표 선발 세부기준 개정 절차에서 결재권을 행사한 것과 관련한 여홍철 대한체조협회 전무 입장을 들어보려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하고 메시지를 남겼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