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대통령은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광역 통합 방향이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서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치열한 토론으로 합리적 대안을 찾아내며 이를 위한 행정·재정·제도적 지원을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광역 통합을 발판 삼아 ‘수도권 1극 체제’였던 대한민국의 국토는 지방주도성장을 이끌 ‘5극 3특 체제’로 새롭게 재편될 것”이라면서 “수도권에서 멀수록 더 두텁게 지원한다는 대원칙은 정부의 모든 정책을 통해 구현될 것”이라고 밝혔다.
‘5극 3특 체제’는 이재명 대통령 대선 공약이었다. 5극은 5개 초광역권을 의미한다. 수도권, 충청권, 광주·전남권, 대구·경북권, 동남권(부산·울산·경남)이 5극에 포함된다. 3특은 3개 특별자치도를 의미한다. 강원, 전북, 제주 등 지역에 자치 권한 부여 및 재정적 지원을 강화해 독자적 발전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취지다.


광주·전남 통합은 ‘속성 공청회’를 통해 가시화되고 있다. 1월 22일 광주광역시 서구 풍암동 서빛마루예술회관에서 광주·전남 통합 시민공청회가 열렸다. 1월 27일엔 전남 여수시에서 행정통합 관련 도민 공청회가 열릴 계획이다. 광주·전남은 통합 관련 입법과 주민 의견 수렴을 투트랙으로 진행하며 ‘5극’ 중 가장 빠른 통합 움직임을 보이는 양상이다.

통합론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대구시와 경북도는 1월 22일 ‘대구경북특별시 출범을 목표로 한 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안’ 초안을 구체화했다. 두 광역지자체는 1월 안에 법안을 최종 완성한 뒤 발의할 계획이다.
부산·울산·경남을 아우르는 동남권 통합론에도 시동이 걸렸다. 기존 부산과 경남만 통합을 추진하던 가운데, 논의에서 빠져 있던 울산이 ‘시민 과반 동의’를 전제로 통합 물살에 합류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울산시는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고 시민 여론조사를 거쳐 50% 이상 동의가 확인되면 통합에 대해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했다. 박형준 부산시장과 박완수 경남지사는 1월 28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행정통합 일정을 구체화할 전망이다.
경남도지사 출신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은 1월 22일 “통합은 늦어질수록 손해다.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이 있을 때 속도를 내야 한다”면서 동남권의 신속한 통합 움직임을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통합에 소극적인 것은)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얘기밖에 되지 않겠느냐”면서 “오히려 지금은 1년 늦으면 5조 원을 손해 보는 그런 형편이 됐다”고 했다.
이처럼 ‘5극’ 중 수도권을 제외한 4극에서 통합론이 동시다발적으로 분화하고 있다. 김경수 위원장 발언에도 나온 ‘정부의 파격적 지원안’이 지방 통합 발화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월 16일 김민석 국무총리는 행정통합 특별시에 대해 연간 최대 5조 원, 4년간 최대 20조 원을 지원할 것이란 ‘통합 인센티브 구상’을 발표했다. 통합에 성공한 지자체에 한해 현금성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1월 20일 ‘통합 지방정부 재정지원 TF’ 구성을 선언했다. TF 단장직은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맡는다. 김 실장은 TF를 이끌며 전반적인 지방행정 통합을 지휘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현금성 인센티브로 광역지자체 통합을 유도하는 것을 두고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한다.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은 “지자체 통합은 지방행정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고민돼야 하는데, 선거 전에 데드라인을 정하는 것은 포퓰리즘”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1월 19일 강득구 민주당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이 행정통합 인센티브를 포퓰리즘이라 비난하는 것은 무능의 자기고백”이라면서 “(행정통합) 특별법 논의에 적극 참여하라”고 촉구했다.
‘5극 3특 체제’와 관련한 정치권 시계가 빨라지는 가운데,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현장 행보를 통해 행정통합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김 장관은 1월 22일 ‘3특’ 중 하나인 전북을 찾은 데 이어 1월 23일엔 ‘5극’에 속하는 동남권을 직접 찾았다. 김 장관은 2월 말까지 ‘5극 3특’ 권역 순회 행보를 이어갈 전망이다.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5극 3특’이 그렇게 쉽게 이뤄질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면서 “지역 내 통합 반대 여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역 행정통합 관련 현금성 인센티브 구상과 관련해 신 교수는 “재원을 어디서 마련하느냐도 쉽지 않은 문제”라면서 “현금성 지원이 일반 시민들에게 얼마나 매력적으로 다가갈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