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직원의 ‘이메일 훔쳐보기’도 검거
대형 법무법인의 직원이었던 40대 A 씨와 B 씨는 기업 관련 정보가 오가는 ‘변호사 이메일’에 주목했다. 이들은 이메일을 무단으로 열람해 얻은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주식을 거래하기로 하고, 2021년 9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기업자금팀 변호사가 자문하던 기업의 주식을 매매했다.

검찰은 지난해 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뒤 수사에 착수했다. 해당 법인은 이 사실을 인지한 직후 두 사람을 해고했고, 검찰은 이들을 구속기소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합의 13부(부장판사 김상연)는 최근 자본시장법과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법무법인 광장의 전 직원 A 씨에게는 징역 3년 6개월에 벌금 60억 원, 함께 재판에 넘겨진 B 씨에게는 징역 3년에 벌금 16억 원을 선고했다. 또 18억 2400여만 원과 5억 2700여만 원의 부당이익금에 대해 추징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적극적으로 정보를 확보하거나 변호사들이 취급하는 이메일을 무단으로 열람하고 거액의 대출을 받기까지 했다”며 “자본시장의 공정성, 신뢰성을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로, 위법한 방법까지 동원한 점에서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지적했다.
#경제지 기자들의 ‘선행매매’도 수사 중
최근 M 경제지 소속 기자들의 선행매매 의혹이 보도돼 큰 이슈가 됐다. 지난해 3월에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부정거래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M 경제지 기자가 고발 조치돼 퇴사하는 일이 있었다. H 경제지에서는 데스크를 포함한 기자 5명이 주가가 오르기 전에 주식을 사둔 뒤 호재성 기사를 출고해 주가가 오르면 파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주가조작 근절 합동 대응단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금융당국이 어떻게 간파했나
금융당국이 이들의 행위를 어떻게 간파했던 것일까. 가장 큰 이유로 진화한 데이터 확보와 수사 방식을 이유로 꼽힌다.
현재 금융당국이 이상 거래를 확인하고 수사에 착수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다. △일정 규모 이상의 금액이 입출금되거나 이체되면 자동으로 기록에 남게 하거나 △은행, 증권사 등 금융기관들이 이상 거래라고 분류되는 케이스를 금융당국에 신고하는 경우 △금융감독원 등 10곳의 수사기관이 특정한 인물에 대한 첩보를 토대로 계좌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최근 금융정보분석원(FIU)을 중심으로 한 ‘금융당국의 정보 분석 능력’이 진화하면서 ‘이상 거래 신고’에서 수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늘고 있다. 앞선 대형 로펌 직원들 사례처럼 일정 금액 이상의 계좌에서 ‘매수와 매도 타이밍’이 지나치게 절묘한 경우 증권사는 이를 의무적으로 금융당국에 신고한다. 이렇게 접수된 이상 거래 기록을 토대로 불법 주식 정보 활용을 적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과거에는 ‘첩보’가 확보되면 해당 인물의 계좌 정보부터 확인하는 방식으로 수사했다면, 이제는 거꾸로 계좌에서 시작해 누구인지 쫓아가는 방식으로 ‘불법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이를 위해 증권사나 은행들은 △주가 급등락을 유발할 수 있는 ‘호재성 뉴스’나 ‘공시’가 나오기 직전, 평소 거래가 없던 계좌에서 일정 금액 이상의 자금이 투입된 흔적이 있거나 △특정 시기에 큰 금액으로 주식을 대거 사들인 뒤 공시나 뉴스가 나오자마자 처분하는 흐름이 반복되면 FIU에 신고한다.
이상 거래 기록 신고 기준도 갈수록 엄격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를 토대로 해당 계좌의 주인이 누구인지, 범행 여부를 추적하고 있다. 범죄를 숨기기 위해 가족이나 지인 명의를 빌린 차명 계좌라 하더라도 인물 간 관계를 토대로 자금의 원천과 흐름을 추적해 실제 행위자를 찾아낼 수 있어 수사가 용이해졌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FIU에 근무한 적이 있는 한 법조인은 “과거에는 2~3년 이상 이뤄진 선행매매나 미공개 정보 활용의 경우를 잡아내는 로직이 없었지만, 현재는 FIU의 이상 거래 분석 기준이 높아지면서 적발이 가능해졌다”며 “기술 진화로 과거 사례들도 다시 수면 위로 오를 수 있다”고 전했다.
#‘계좌’부터 확인했기에 미공개 중요 정보 여부는 입증해야
‘수상한 거래’를 토대로 시작된 수사기 때문에 일부 사례는 법리적 다툼도 예상된다. 특히 기자들 선행매매의 경우 단순히 주식을 산 것만으로는 범죄가 되지 않기 때문에 해당 정보가 직무 수행 중 얻은 ‘미공개 중요 정보’라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H 경제지 측은 “해당 기사가 ‘호재성’이 아니었고, 이미 시장에 알려진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앞선 법조인은 “거래 금액이 일정 규모 이상이고 매수·매도 타이밍이 지나치게 절묘하다면, 계좌 명의가 누구든 반드시 레이더망에 포착된다”고 말했다. 이어 “주식 시장의 ‘디지털 감시망’이 더욱 촘촘해지면서 불법 거래가 쉽지 않아질 것”이라며 “반대로 해당 정보가 ‘미공개 중요 정보’인지에 대한 법적 다툼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