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봉쇄로 국헌문란” 판단
이번 재판의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가 될 수 있는가’였다. 이미 한덕수 전 국무총리,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에 대해 유죄가 나온 만큼 ‘유죄’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이 지배적이었다. 그리고 윤 전 대통령 사건을 맡은 재판부 역시 “권한은 있지만 목적의 위헌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재판부는 ‘국회 봉쇄 시도’를 내란 유죄의 결정적 근거인 스모킹 건(Smoking Gun)으로 봤다. 비상계엄 선포 그 자체보다, 선포 이후 군대를 동원해 국회를 물리적으로 봉쇄한 행위를 내란 판단의 핵심 근거로 봤다. 헌법상 국회는 계엄 해제를 요구할 권한이 있고 대통령은 이에 따를 의무가 있다. 그런데 윤 전 대통령은 707특임단 등 최정예 부대를 투입해 국회의원들의 출입을 막고 본회의장을 장악하려 했기 때문에, ‘질서 유지’를 위한 비상계엄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회의 입법 기능을 상당 기간 정지시켜 대통령 1인의 지배 체제를 구축하려는 ‘국헌문란의 목적’이 명백하다고 봤다. 특히 “의원들을 회의장에서 끌어내라”는 구체적인 지시가 있었음이 증거를 통해 확인된 만큼 ‘정당한 권한을 잘못된 목적으로 썼다’고 판단했다.
지귀연 부장판사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는 비유와 함께, 자유민주주의 수호라는 명분을 내세웠을지라도 그 수단이 헌법 파괴적이었다면 결코 정당화될 수 없음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헌정사 처음 이뤄진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건이라는 점을 의식한 듯 역사적·해외 사례를 통한 법리 검토도 상세하게 설명했다. 지귀연 부장판사는 영국의 찰스 1세가 의회를 무력으로 해산하려다 반역죄로 처단된 역사적 사례를 인용하며, “국민으로부터 주권을 위임받은 의회에 대한 공격은 왕(대통령)이라 하더라도 내란죄가 성립한다”고 말했다.

진보 진영에서는 ‘사형 선고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됐지만, 1심 재판부는 법조계 예상대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지귀연 부장판사는 “인명 피해가 부재한 점”을 들어 무기징역을 선고한 배경을 설명했다. 1996년 전두환 씨의 1심 사형 선고는 5·18 당시 수많은 시민의 생명을 앗아간 살상 행위가 직접적인 근거가 됐지만, 이번 12·3 사태는 국회 진입 과정에서 몸싸움과 유리창 파손 등 기물 파손은 있었으나 실탄 소지나 직접적인 살상 행위는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이 다르다고 재판부는 비교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계획에는 실패했을지언정, 물리력 행사를 최대한 자제시키려 했던 정황과 초범인 점 등을 양형의 유리한 요소로 참작했다.
징역 23년이 선고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보다 높은 양형이 선고될 것으로 점쳐졌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도 ‘역시 예상대로’ 징역 30년이 선고됐다. 대통령을 부추겨 실제 병력을 계획하고 독단적으로 부정선거 수사를 준비하는 등 ‘내란 실행의 몸통’ 역할을 한 점이 고려돼, 유기징역 중 최고 수준인 30년이 선고됐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 시간 만에 비상계엄이 해제된 점이나 군과 경찰의 출동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없었던 점을 고려할 때 ‘사형’을 선고하기에는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며 “해외와 역사적 사례를 분석해 헌정사 첫 ‘대통령의 내란’ 사건이 2심과 대법원에서 뒤집힐 여지를 최소화하려 했다는 게 눈에 띄었다”고 평가했다.
#1년 걸렸지만, 2심과 3심은 빠르게 진행
기소부터 1심 선고까지, 1년여의 시간이 걸렸지만, 이제 남은 2심과 대법원 판단은 빠르게 진행된다. 민주당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처리되면서 3개월 안에 선고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내란 특검법이 2심과 3심은 전심의 선고일로부터 각각 3개월 이내에 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항소심 판단은 5~6월 초, 대법원 판결은 9월 즈음에는 나올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의 항소심도 내란전담재판부 두 곳 중 한 곳으로 배정되는데, 윤 전 대통령 측은 선고 직후 “역사의 법정에서 언젠가 반드시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 왜곡과 거짓에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겠다”며 항소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 역시 “의미 있는 판결이었지만 사실 인정과 양형 부분에 상당한 아쉬움이 있다”며 다툴 의사를 내비쳤기 때문에 2심에서도 치열하게 맞붙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사건을 배정받지 않고 내란 관련 사건만 배당받는 방식이어서, 2심 재판부는 주 3회 이상의 집중 심리를 통해 두 달 안에 결심까지 끝낼 가능성이 높다. 1심에서 공판이 43차례, 160여 명이 증인으로 출석했는데 2심은 1심보다 사실관계를 최소화해 확인하기 때문에 공판이 20여 차례 수준에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주 3회 공판 기준, 7주 정도를 진행하면 결심까지 다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미 내란전담재판부 판사들이 전담재판부 법안을 살펴보며 배당 시 재판을 석 달 안에 끝내기 위한 일정 계획을 어느 정도 세워놨을 것”이라며 “1심 재판부에서 법리적으로 디테일한 부분을 나눠 각각의 판단과 근거를 다 제시한 만큼, 윤 전 대통령 측이 2심에서도 1심과 같은 법정 대응 전략을 선택하면 유무죄 판단이 뒤집힐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