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사탕수수밭 살인사건’의 주범이기도 한 박왕렬은 필리핀 법원에서 단기 57년 4개월, 장기 60년의 징역형이 확정된 상태다. 박왕렬은 필리핀 교도소에서 VIP 대접을 받으며 외부 부하들을 활용해 여전히 마약을 불법 유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정옥은 2011년 탈북한 인물이다. 2016년 마약 불법 유통으로 적발돼 1년가량 수감생활을 한 뒤 석방된 최정옥은 2018년 3월 중국으로 출국했다. 출국 이후 부하들에게 국내에 숨겨둔 필로폰 3kg의 수거를 지시한 뒤 1.3kg을 국내에 유통했다.
중국에서 북한산 마약을 구해 한국으로 밀반입 불법 유통하던 최정옥은 2019년 동남아시아로 거처를 옮겼다. 이후 ‘동남아 마약왕’ 김형렬에게 마약을 공급받으며 불법 유통 규모를 더욱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로 밀반입한 필로폰은 텔레그램과 X(구 트위터) 등을 활용해 구매자와 접촉한 뒤 속칭 ‘던지기 수법’으로 판매했다.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를 오가며 마약 불법 유통 총책으로 활동하던 최정옥은 한국 수사기관의 요청을 받은 태국 경찰에 2021년 7월 현지에서 체포됐다. 그러나 최정옥은 태국 법원에 2억여 원의 보석금을 내고 석방됐다. 보석 석방 소식을 접한 한국 경찰이 곧바로 태국 경찰에 재구금을 요청했지만 이미 종적을 감춘 뒤였다.
이후 한국 경찰은 최정옥이 캄보디아로 거처를 옮겼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캄보디아 경찰과 공조에 돌입했다. 국정원까지 공조해 은신처를 찾아낸 한국 경찰은 2022년 1월 최정옥을 검거했다.
2022년 4월 국내로 송환된 최정옥은 관련 수사가 길어지면서 4년여가 흐른 지난 2월에서야 1심 선고를 받았다. 수사 과정에서 최정옥은 법정형이 높은 범죄는 강하게 부인하면서도, 다른 마약 사범 검거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다수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출소하자마자 중국으로 건너가 본격적으로 국내에 필로폰을 유통했다. 동종 범죄로 인한 누범 기간 중 대부분 범행을 저질렀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법정형이 높은 범죄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어 “수입한 필로폰 중 상당 부분은 압수돼 유통되지 못했고, 북한에 남겨 둔 딸을 만나기 위해서라도 재범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고 있으며 다수의 마약 사범을 검거하는 데 협조한 부분은 유리한 양형 요소”라고 밝혔다.
실제로 최정옥이 국내로 송환된 지 3개월여 만에 ‘동남아 마약왕’ 김형렬이 베트남에서 검거됐다. ‘동남아 3대 마약왕’ 가운데 한 명인 김형렬은 ‘사라 김’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다른 ‘동남아 3대 마약왕’ 두 명에게 마약을 공급해온, 사실상 최상선이다. 한국 경찰이 검거에 가장 공을 들였음에도 번번이 실패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김형렬이 텔레그램을 활용해 국내 공급책과 거래하며 필로폰과 합성대마 등을 국내로 밀반입하기 시작한 것은 2018년 10월 베트남으로 출국한 이후로 알려져 있다. 먼저 해외에서 마약 불법 유통을 시작한 최정옥을 만나 마약을 공급하기 시작한 김형렬은 이후 또 다른 동남아 마약왕 박왕열을 필리핀 교도소에서 만나 인연을 맺은 뒤 마약을 공급해줬다.
한국 경찰은 2019년 김형렬의 존재를 파악해 관련 수사에 돌입했지만 김형렬은 한국 경찰과 베트남 공안의 공조 수사를 피해가며 거물로 성장했다. X(구 트위터), 텀블러, 텔레그램, 위챗 등 다양한 SNS에서 닉네임 ‘사라 김’으로 활동하며 필로폰과 케타민 등 마약류를 국내로 밀반입해 불법 유통했다. 확인된 마약 유통 규모만 70억 원에 이른다.
김형렬은 2022년 7월 베트남 호치민에서 검거됐다. 김형렬의 은신처와 관련된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7월 16일 검거 지원팀을 베트남으로 파견해, 이튿날인 17일 오후 2시쯤 베트남 공안과 함께 호치민 소재 김형렬의 주거지를 기습해 검거에 성공했다. 앞서 2022년 4월 최정옥이 국내로 송환되면서 김형렬 관련 수사도 속도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은 2020년 10월 필리핀에서 검거됐음에도 아직 국내로 송환되지 못하고 있다. 박왕열은 ‘필리핀 사탕수수밭 살인사건’ 주범으로, 2016년 10월 필리핀 팜팡가주 바클로르시의 사탕수수밭에서 한국인 남녀 3명을 총으로 살해했다.
이 사건으로 필리핀 경찰에 체포됐지만 두 차례 탈옥했다. 당시 필리핀 교도소에서 ‘동남아 마약왕’ 김형렬을 처음 만난 박왕열은 탈옥 이후 김형렬에게 마약을 공급받아 마약 밀매상이 됐다. 2020년 10월 28일 필리핀 경찰에 체포된 박왕열은 2022년 5월 필리핀 대법원에서 ‘다량 살인’ 혐의로 단기 57년 4개월, 장기 60년의 징역형이 확정됐다.

다만 한국과 필리핀이 맺은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르면 박왕렬은 현지에서 선고된 형의 집행이 종료된 뒤에야 송환이 가능하다. 그가 받은 형량을 감안하면, 필리핀 정부의 임시 인도 조치 합의가 없다면 송환이 어려운 상황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