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월 18일 국회 기자간담회 때 2월 임시국회 내 처리 목표 법안으로 중수청과 공소청 설치법을 꼽은 상황이다. 법조계에서는 민주당 추진안대로라면 ‘검사’들의 중수청 유입 요인이 없다는 점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 안’ 대거 반영

대신 민주당 요구에 따라 중수청 인력 구조는 별도의 사법관 없이 ‘수사관’으로 일원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수사지휘와 실무의 경계를 허물어 검사나 법조인 출신들이 주도했던 ‘검찰’ 모델을 답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중수청장의 자격 요건으로 변호사 자격을 규정했는 안 역시 수사 또는 법조 경력 15년 이상인 사람으로 완화됐다.
수사 범위도 축소된다. 당초 정부안에 따르면 중수청이 넘겨받을 직접 수사 대상은 9대 범죄였다. 하지만 민주당은 수사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며 ‘제2의 검찰’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이에 당정은 대형 참사·공무원·선거 범죄를 수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6대 범죄(부패·경제·방위사업·마약·내란·외환)만 수사가 가능하도록 방향을 잡았다.

검찰청을 대신할 공소청의 권한은 더욱 위축된다. 가장 큰 쟁점이었던 ‘보완수사권’의 향방은 결국 민주당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공소청 검사에게는 직접 보완 수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주지 않고,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에 보완 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보완수사 요구권)만 부여하기로 했다.
당초 민주당에서는 ‘검찰총장’ 명칭을 유지하자는 정부안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가 읽혔지만, 위헌 논란을 고려해 검찰총장 명칭은 받아주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한다. 헌법에 적시된 ‘검찰총장’ 명칭을 고려해 ‘공소청장 호칭’을 고집하지 않는 쪽으로 양보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1월 21일 신년 기자회견 때 “헌법에 검찰총장이라고 쓰여 있다. ‘검찰총장이 뭘 한다, 검사가 뭘 한다’ 이렇게 쓰여 있다”며 “그런데 그걸 헌법에 어긋나게 검찰총장 없애버리면 되느냐”는 취지로 이야기를 한 것도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다만, 이외에 대부분 쟁점은 정부 안이 아닌, 여당 의견이 수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주장한 대로 ‘징계에 의한 검사 파면’도 가능하도록 손볼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정부가 입법 예고했던 공소청 법안에는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를 제외하곤 파면되지 않는다’는 규정이 기존 그대로 반영됐지만, 이 역시 민주당 요구대로 ‘징계 범위’ 안에 파면도 가능하도록 손보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고 한다.
민주당은 10월 초 출범이라는 일정을 고려할 때, ‘2월 중 중수청, 공소청 신설법안 처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18일 기자간담회에서 ‘2월 법안 처리 계획’으로 두 법안을 꼽으며 “오는 22일 의원총회를 통해 입법 방향을 확정하고, 24일 본회의에서 사법개혁 3법과 함께 중수청·공소청 설치법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늦어도 3월 초까지는 법안이 통과돼야 조직 구성과 인력 배치가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현재 거론되는 중수청과 공소청 모델이 기존 검사들에게 아무런 유인책이나 동기부여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중수청의 경우 수사 전문성을 인정받던 검사들의 신분 보장이 불투명해지면서 ‘이직’할 요인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현재 안대로라면 중수청은 검사 출신보다는 기존 경찰이나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출신들이 주류를 이루는 조직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검찰과 경찰의 가장 큰 차이는 ‘중요한 사건’을 처리함에 있어 법적으로 빈틈을 최소화해 법원에서 무죄가 나올 가능성을 낮추는 노하우인데, 수사관을 일원화하면 ‘기존 검사’들이 수사관들과 같은 선상에서 일해야 하기에 가려는 이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전문적인 법률 지식을 갖춘 검사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검찰 출신의 일반 수사관들이 채우더라도, ‘거대해진 또 하나의 경찰서’에 불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검사 출신의 한 대형 로펌 파트너 변호사는 “경찰 수사와 검찰 수사에 모두 변호사로 동행하다 보면 가장 큰 차이가 재판까지 염두에 둔 법리 검토를 얼마나 치밀하게 하느냐에 있다”라며 “지금 법안대로라면 중수청은 현재 경찰과 수사 실력은 유사하지만 조직이 조금 작은 ‘제2의 경찰’이 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공소청에 대한 우려도 읽힌다. 검사가 보완 수사조차 할 수 없게 되면, 부실 수사를 바로잡을 최후의 보루가 없어진다는 지적이다. 익명의 한 검찰 관계자는 “공소를 책임지고 있기에 검사는 경찰이 사건을 넘긴 뒤에도 부족하다 싶으면 보완 수사를 통해 억울한 피고인이 생기지 않도록 하거나, 무죄가 나올 수 있는 사건을 유죄로 굳어지는 일을 막는다”며 “보완수사 요구권만 부여된다면 검사들이 공소청에 앉아 기소 도장만 찍는 공무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