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펜션과 수영장, 찜질방 등을 갖춘 H랜드는 TV방송에 소개된 후 큰 인기를 끌었다. 사진은 당시 방송 화면 캡처. |
김씨가 2000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한옥레저타운 ‘H 궁’은 양주시 장흥면 일대에서는 꽤 유명한 레저타운이다. 전통 한옥으로 이뤄진 펜션과 수영장, 찜질방 등 다양한 시설이 갖춰져 있는 이곳은 지난 2008년 KBS 2TV <VJ특공대>에 방영되는 등 유명세를 떨쳤다. 김 씨는 “H 궁을 짓는 데 약 80억 원을 투자했다”고 전했다.
입소문이 퍼지니 한 달에 몇 억대의 수익이 들어올 만큼 매출도 좋았다. 그러나 잘나가던 사업은 2007년부터 삐거덕거리기 시작했다. 김 씨가 고령인 데다가 건강에 이상이 오고, 함께 영업을 했던 김 씨의 아들은 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된 것. 김 씨는 이때부터 H 궁을 매각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러던 2007년 12월경 4명의 손님이 찾아왔다. 자신들을 ‘기치료 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이들은 펜션에 장기임대 형식으로 머물렀다. 이들 중 A 씨(60)는 특히 김 씨에게 깍듯하게 대하며 김 씨의 호감을 샀다. 김 씨는 “당시 A 씨가 마치 부모를 모시듯 온갖 정성을 다했다”고 회상했다.
A 씨와 김 씨가 돈독한 관계를 맺을 무렵인 2008년 8월경, A 씨는 친구인 B 씨(60)를 김 씨에게 소개시켜 줬다. 이 과정에서 B 씨는 자신을 ‘부산 소재 현대건설 회장’이라고 밝히며, 현대건설의 비자금을 관리한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김 씨는 “B 씨가 신뢰를 얻기 위해 나를 현대건설 사옥으로 데리고 가 부하 직원들에게 인사시켜 주기도 했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현대건설 근처에 있는 현대RNC건설 사무실이었다”고 전했다. 현대RNC건설은 현대건설 임직원 출신이 만든 건축회사로 2008년에 부도를 맞았다. B 씨는 이 회사에 대표이사 출신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B 씨는 김 씨에게 부산 해운대에 있는 아파트 시공현장을 보여주며 “이 건물을 300억 원에 모두 분양하면 H 궁을 인수하겠다. 대명콘도보다 나은 종합레저타운을 만들 것이고, 경영권을 양도하면 김 씨에게 지분 3분의 1과 30억 원, 매달 1000만 원을 지급하겠다”며 김 씨의 매각을 설득했다고 한다. 김 씨는 “A 씨가 절차를 거론하며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 등을 요구했다. A 씨와 B 씨를 완벽하게 신뢰했기에 인감을 줬는데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 전했다.
이후 김 씨는 세 사람이 합의한 금액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김 씨는 “A 씨와 B 씨가 점점 나를 피해 다니기 시작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까 2009년 1월경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대표이사 명의를 A 씨 앞으로 바꿔 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A 씨가 연 주주총회는 대표이사였던 나도 알지 못하는 명백한 허위”라고 주장했다. 당시 H 궁의 법인 주식회사 A 캠프타운의 주식구조는 김 씨가 97.5%를 소유하고 나머지는 김 씨의 아들, 딸이 나눠 갖고 있는 상태였다.
한편 A 씨는 김 씨의 이러한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A 씨는 “김 씨의 말은 전부 거짓말이다. 김 씨 때문에 입은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직까지 재판이 진행 중이라 말은 더 할 수 없지만 이제까지 재판 기록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이제까지 이뤄진 2심 판결에서 김 씨는 패소를 당한 상태고, 현재 사건은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2심이 진행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문에 따르면 “김 씨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고 이 사건 사업과 관련해 김 씨의 의사와 반한다고 볼 수 없다”는 요지의 판결이 명시돼 있다.
이에 김 씨와 영업을 함께했다는 한 측근은 “김 씨가 고령인 데다가 사기를 당했다는 충격이 커 말을 조리 있게 못하는 측면이 있다. 법원이 이를 감안해야 할 것”이라며 “A 씨와 B 씨가 서류조작을 한 사실은 명백하다. A 씨가 법원에 제출한 주주총회 의사록, 합의서 등은 문서 감정 결과 모두 거짓인 게 탄로 났고 증거 자료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H 궁은 2009년 H 랜드로 상호를 바꾸고 현재까지 A 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상태다. 김 씨와 A 씨는 모두 한 목소리로 “진실은 밝혀지게 돼 있다”고 밝혀 대법원의 판결이 주목되고 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