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펀치는 지난해 7월 26일, 도쿄에서 약 32km 떨어진 이치카와시 동물원에서 태어났다. 이름은 만화 ‘루팡 3세’로 잘 알려진 작가 ‘몽키 펀치’에서 따왔다. 펀치를 낳은 어미는 혹독한 여름 더위 속에서 첫 출산을 치른 뒤 체력이 떨어진 탓인지 좀처럼 육아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사실상 어미로부터 버림을 받은 셈이다.
사육사들의 손길은 쉴 틈이 없었다.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해 펀치에게 우유를 먹이고, 낮에는 일반 업무를 처리한 뒤 밤늦게 다시 젖병을 들었다. 원래 새끼 원숭이는 어미에게 매달리며 안정감을 얻고 근력을 키우지만, 그럴 수 없었던 펀치를 위해 이케아(IKEA)의 오랑우탄 인형이 대신 주어졌다. 인형은 곧바로 펀치의 마음을 붙드는 존재가 됐다. 펀치는 인형을 끌어안고, 잡아당기고, 함께 놀았다.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어디를 가든 곁에 두었다.

이처럼 외로운 새끼 원숭이가 다른 동료들에게 받아들여지려 애쓰는 모습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힘내라 펀치’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전 세계 네티즌들의 응원이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원숭이탈을 쓰고 가서 펀치를 위로해 주고 싶다”고 적기도 했다. 일본 각국 방송사는 물론 해외 언론에서도 펀치의 사연이 잇따라 소개됐다. 동물원에는 펀치를 보려는 관람객이 줄을 섰고, 해외 방문객의 발길도 이어졌다.
펀치의 환경은 서서히 달라지는 분위기다. 최근 동물원이 공개한 영상에서는 펀치가 다른 원숭이의 등에 올라타거나 털 고르기를 받는 모습, 어른 원숭이 곁에 앉아 있는 장면이 포착됐다. 펀치가 조금씩 ‘친구 사귀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관계자에 따르면 “펀치의 어미 역시 현재 같은 원숭이 우리에서 지내고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는 새끼를 안거나 모유 수유를 하면서 모성 행동이 형성되지만, 인공 수유로 떨어져 지낸 기간이 길어지면서 자신의 새끼라는 인식이 약해진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구름 관중에 인형 품절까지
말할 것도 없이 펀치는 이제 이치카와시 동물원의 스타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펀치가 있는 ‘원숭이 산’ 주변은 평일에도 인파가 몰릴 정도로 붐빈다. 2월 둘째 주 주말 입장객 수는 약 8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펀치를 지켜본 한 방문객(30대 여성)은 “다른 원숭이와 교류하며 털을 다듬는 장면을 보니 그만큼 성장한 것 같아 뿌듯하다”고 기뻐했다.

험악한 뉴스가 세계를 뒤덮는 가운데, 펀치의 기특한 모습은 국경을 넘어 많은 네티즌에게 ‘힐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펀치가 매우 용감하고 사랑스럽기 때문이다. 현재 체중 2kg까지 자란 펀치는 무리와 완전히 어울리지 못한 채 사육사에게 매달리는 등 ‘아직은 손이 가는’ 단계다. 다른 원숭이에게 혼나는 모습도 목격돼 보는 이들의 걱정을 사지만, 무리에서 가장 어리고 작은 펀치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다가선다. 실제로 털을 손질받는 장면이 포착되는 등 그는 무리의 일원이 되기 위해 분투를 이어가고 있다.
거짓 없는 ‘리얼한 다큐멘터리’라는 점 역시 펀치를 향한 응원을 키운 요인이다. 보도의 공정성이 의심받고, 온라인에는 가짜 영상이 범람하며, 다큐멘터리조차 연출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은 시대다. 그에 비해 펀치가 처한 상황과 하루하루의 성장은 의심할 여지 없는 현실의 기록에 가깝다.

X(옛 트위터)를 비롯해 소셜미디어에는 펀치에게 자신의 사연을 겹쳐 보는 반응도 이어진다. 양육을 포기할까 고민했던 사람, 부모와의 관계로 외로움을 겪는 사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고립감을 느끼는 사람 등 다양한 사연이 댓글로 남겨졌다. “씩씩하게 견디는 펀치를 보며 눈물이 날 것 같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어쩌면 우리가 펀치를 응원하는 이유는, 그 작은 도전 속에서 각자의 오늘을 버티는 힘을 발견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