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다면 정치적으로 진보적인 성향과 보수적인 성향은 성격 면에서 어떻게 다를까. 컬럼비아대학교의 대나 카니와 동료들의 공동 논문인 ‘자유주의와 보수주의의 비밀스러운 삶’에 따르면, 자유주의적인 성향, 즉 진보적 성향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특징은 다음과 같다.
△별나다, 민감하다, 개인주의적이다 △개방적이다, 관대하다, 유연하다 △창의적이다, 상상력이 풍부하다, 호기심이 많다 △예측 불가능하다, 충동적이다 △새로움과 다양성을 추구한다 △복잡하고 미묘하다 △사고가 열려 있다, 경험에 개방적이다반면, 보수적인 성향인 사람들의 특성은 아래와 같다.
△끈기 있다, 집요하다 △신뢰할 수 있다, 믿음직하다, 충실하고 의리 있다 △안정적이다, 꾸준하다 △엄격하다, 관대하지 않다 △신중하다, 실용적이다, 체계적이다 △관습적이다, 평범하다 △순종적이다, 체제에 순응한다, 규칙과 규범을 중시한다 △두려움이 많다, 위협을 잘 느낀다 △사고가 닫혀 있다, 경험에 덜 개방적이다카니의 논문에 따르면, 정치적으로 진보 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MBTI의 직관형(N)과 빅파이브의 높은 ‘개방성’을 나타냈다. 요컨대 개방적인 사람들은 지적 호기심이 많고, 감정에 솔직하며, 아름다움에 민감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이런 사람들은 폐쇄적인 사람들에 비해 더 창의적이고, 자신의 감정을 더 잘 인지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관습을 벗어난 신념을 가질 가능성도 더 높다.
마찬가지로 MBTI의 직관형(N)은 창의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하며,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사고방식을 보인다. 이들은 또한 ‘전체적인 그림’을 중시하며, 폭 넓은 연결고리를 찾고, 세부 사항이나 일부를 보기 전에 전체를 먼저 보는 경향이 있다.

MBTI의 모든 성격 변수 가운데 내향형(I)과 외향형(E)의 구분은 정치적으로 가장 영향력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반적으로 더 개방적이고 덜 성실한 경향이 있는 외향인의 사람은 자유주의 성향을 띠기 쉬운 반면, 내향인은 보수주의 성향을 띨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 3097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실시된 정치 설문조사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실시된 이 설문조사에는 16가지 MBTI 유형을 망라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했으며, 사람들이 정부, 공동체, 그리고 발전을 바라보는 방식을 살펴봤다. 가령 왜 어떤 사람들은 특정 정당에 투표하는지, 왜 누군가는 공감을 중시하는 반면 누군가는 효율성을 중시하는지를 탐구했다.
조사 결과, 모든 진영의 사람들이 양극화에 대한 피로감, 미래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진정한 대화를 갈망한다는 의사를 표시했으며,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과도 친구로 지낼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놀랍게도 대부분 ‘그렇다’고 답했다.
또한 3097명의 응답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유형들이 이분법적 구분을 거부하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특히 INTP, ENTP, INTJ 유형은 “어떤 정당도 내 정치적 성향을 정확히 대변하지 않는다”라고 답하는 경향이 강했다. 조사를 실시한 연구진은 “이 조사의 목표는 우리 두뇌의 인지적 구조가 어떤 해결책을 선호하는지를 탐구하는 것이지, 무엇이 옳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상주의자(NF 유형: INFJ, ENFJ, INFP, ENFP)
NF 유형은 대체로 진보 성향을 보이며, 연민을 기반으로 정치와 공동체를 치유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기계적인 시스템이 아닌, 인간미가 느껴지는 정부를 원한다.
ENFJ의 경우에는 89.9%가 압도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했다. 이들은 정의, 평등, 인류 전체의 더 나은 미래를 원하며, 정치가 점점 더 잔혹해지고 있다는 점에 큰 두려움을 느낀다. 또한 희망의 힘을 믿지만 때로는 그 희망 때문에 스스로 마음의 상처를 입기도 한다.
→ “우리는 서로에게 더 많이 공감해야 한다. 그런데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은 그 가능성을 완전히 말살하고 있다.” “이민자 친구들을 생각하면 내 인생에서 이토록 두려웠던 적은 없었다.”
INFJ는 양 진영 모두에 대해 느끼는 좌절감과 감정적 피로를 가장 많이 토로했다. 양당의 인간적인 면과 결함을 모두 보는 뛰어난 공감 능력을 지녔지만, 종종 양극화된 정치 환경에 피로감을 호소했다.
→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정신 건강을 위해 대부분의 뉴스를 피하고 있다. 계속 신경 쓰는 게 너무 고통스럽다.”
INFP는 평화를 갈구한다. 이상주의적인 가치관 때문에 어느 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채 중간에 끼어 고립된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다. 양쪽 모두의 위선에 좌절감을 느끼며, 연민에 기반한 통합을 갈망한다. 이들에게 정치는 개인적인 문제다.
→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정당들이 조장하는 ‘팀 중심’의 사고방식이다. 이는 협력과 객관성을 파괴한다.” “의료 서비스는 인간의 기본 권리여야 한다.”
ENFP는 진보 성향이지만, 독립적인 성향도 강하다. 이들은 자유와 연민을 동시에 원하며, 과도하게 통제되지 않는 세상을 꿈꾼다. 본질적으로는 활동가적 기질을 지녔지만, 이왕이면 더 좋은 음악과 커피가 곁들여진 혁명을 선호하는 유형이다.
→ “나는 당장이라도 이 나라를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
#합리주의자(NT 유형: INTJ, INTP, ENTJ, ENTP)
NT 유형은 엔지니어 입장에서 이념에 접근한다. 요컨대 고장난 것은 고치고, 비논리적인 것은 폐기하며,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선동은 기피한다.
INTP는 모든 유형을 통틀어 가장 정치적으로 독립적이다. 즉, 무당파인 경향이 강하다. 이분법적 사고를 싫어하는 이들은 충성심보다 논리를 앞세우며, 진보를 원할 때도 논리적이고 일관되며 위선이 없을 때만 지지한다. 그래서 종종 정치적으로 ‘갈 곳이 없는’ 미아 느낌을 받는다.
→ “어떤 정당도 내 생각을 정확히 대변하지 않는다.”
INTJ는 정치를 체스판처럼 바라본다. 이들은 회의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이며, 다음 수가 무엇일지, 그리고 그에 따른 영향은 무엇일지 예상한다. 충성심보다는 전략과 유능함을 중시한다. 이들이 가장 좌절할 때는 정치인들이 감시를 피하기 위해 대중의 감정에 호소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사적인 의제를 밀어붙인 결과 시스템이 무너지는 것을 지켜볼 때다.
→ “뉴스에서 모든 사람을 민주당 아니면 공화당으로만 구분하는 것을 멈추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하다.”
ENTP는 정치를 거대한 토론 클럽처럼 여긴다. 이들은 이성, 혁신, 그리고 모든 아이디어를 탐구하는 자유를 갈망하지만, 보여주기식 분노와 확증편향적인 여론 환경에는 지쳐 있다. 대체로 진보 쪽으로 기우는 경향을 보이지만, 많은 이들은 특정 진영보다는 논리적이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정치적 자유인’으로 자신을 포지셔닝한다.
→ “양당제는 결코 이상적이었던 적이 없었다. 예전에는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들과 토론하는 게 즐거웠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이성적으로 대화하려 들지 않아 더 힘들어졌다.”
ENTJ는 공화당 쪽으로 기우는 성향(55%)을 보이지만, 때로는 정당에 상관없이 리더십과 실행력을 중시하기도 한다. 즉, 정당보다 성과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이들은 강인함과 책임감, 측정 가능한 성과를 약속하는 정당과 정책에 끌린다. 실행이 따르지 않는 빈말을 못 참는 경향도 있다.
→ “우리에게는 쓸데없는 논쟁 대신 대화의 장이 필요하다.”
#수호자(SJ 유형: ISTJ, ISFJ, ESTJ, ESFJ)
SJ 유형은 전반적으로 공화당 성향이 더 강하지만, 결코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집단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들에게는 전통도 중요하지만 실용성 역시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치가 지나치게 양극화되고 비효율적으로 변한 현실에 대한 불만을 가장 많이 드러냈다. 혼란스런 상태를 싫어하며, 제대로 작동하는 시스템, 정직한 소통, 전통에 대한 존중을 원한다.
ESTJ는 공화당 지지 성향(75%)이 강하며, 이상보다는 질서, 책임감, 현실성을 중시한다. 실제로 성과를 내는 기능적인 시스템과 리더십을 원하며, 따라서 비효율적인 정책에는 거부감을 보인다.
→ “내 의견의 대부분은 미묘한 균형감을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이민 절차는 더 단순해져야 하지만, 기준은 더 엄격해져야 한다.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되, 그들이 단순히 부자라서가 아니라 실제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그렇게 해야 한다.”
ISTJ는 우파 성향이지만 독단적인 건 아니다. 이들의 지지 성향은 공화당 51%, 민주당 36%로 나타났다. 많은 이들이 질서와 성실함, 책임감을 중시하며, 현재의 정치적 퇴행에 대해 좌절했다.
→ “우리나라는 뒤로 가고 있다. 우리는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
ISFJ는 가짜뉴스와 미디어의 편향성을 걱정하는 경향이 강하다. 또한 사람들을 보호하고 안정을 유지하기를 원하며, 정직함, 신뢰, 연민을 중시한다. 정치의 품격을 되찾는 것이 이들의 염원이며, 많은 이들이 이 부분에서 환멸을 느끼고 있다.
→ “우리는 뉴스를 접하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마치 진실인 양 포장한 거짓 정보가 너무 많다.”
ESFJ는 이념보다 공동체의 화합과 전통을 더 중시한다. 정치적 주관은 뚜렷해도 갈등을 싫어하며, 예의와 존중을 선호한다. 이들은 정치보다는 관계를 우선시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
→ “그냥 서로의 의견을 인정해 주면 된다. 모두가 똑같이 생각하도록 만들려고 하지 말라.”
#현실주의자(SP 유형: ISTP, ISFP, ESTP, ESFP)
SP 유형은 관료주의적 형식, 보여주기식 분노, 정부의 비효율성에 강한 거부감을 느낀다. 이들은 화려한 말싸움보다는 자유, 실용성, 결과를 중시한다. 말보다는 행동을 원하며, 모든 것을 느리게 만드는 규제가 줄어들기를 원한다.
ESTP는 타고난 개인주의자들이다. 한마디로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라”는 태도를 가진 사람들이다. 이에 정부의 통제나 간섭을 원치 않는 자유지상주의 성향(67.9%)이 강하게 나타나며, 많은 이들이 양당 모두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며 ‘비효율적’이라고 평가한다. 이들은 논쟁보다는 행동하기를 원한다.
→ “현재의 양당제는 미국의 이익을 위해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
ESFP는 낙관적인 애국자들이다. 공화당 성향(72.5%)이 강하며, 국가에 대한 강한 자부심과 도덕적 희망을 피력한다. 공동체 의식이 강하고, 정열적이며, 나라를 사랑하지만 동시에 그 나라가 시대에 발맞춰 진화하기를 기대한다.
→ “나는 여전히 미국인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이 나라를 다시 예전처럼 최고의 나라로 만들기 위해 내 역할을 다하겠다.” “헌법을 무시해서는 안 되지만, AI나 총기 폭력 같은 현대의 문제에 맞게 재검토할 필요는 있다.”
ISTP는 정치를 마치 소음이 많이 나는 기계처럼 바라본다. 따라서 작동만 제대로 한다면 굳이 신경 쓰지 않는다. 단, 문제가 생기면 고치려 한다. 이들은 실용적이고 직설적이며, 감정적인 쇼에는 관심이 없다. 그냥 엔진만 제대로 돌아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 “현재의 정치 환경은 독에 가깝다. 그것은 열망이 아니라 불만에 기반하고 있다.”
ISFP는 양당 체제에 대한 불만을 가장 많이 갖고 있다. 적대감과 위선을 싫어하며 어떤 뉴스가 사실이고 어떤 뉴스가 편향된 것인지 판단하는 데 종종 어려움을 겪는다. 자신이 지지하는 쪽이 어느 쪽이든,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목소리를 내거나 시위에 참여할 의지도 보인다.
→ “나는 잔인함과 배척을 혐오한다. 이 정부는 지나치게 거래 중심적이고, 부자들만 신경 쓴다.” “(좌파의) 논리는 일관성이 없고 비논리적이며, 지나치게 감정적이다. 매우 불쾌하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