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부터 한국대표팀은 셰이 위트컴(휴스턴 애스트로스), 저마이 존스(디트로이트 타이거즈), 데인 더닝(시애틀 매리너스), 고우석(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산하 마이너리그) 등을 포함해 이정후, 김혜성까지 소집되면서 비로소 ‘완전체’를 이루게 된다.
김혜성은 시범경기에 앞선 라이브 배팅 때부터 매서운 타격감을 자랑했다. 야마모토 요시노부를 상대로 홈런 포함 3안타를, 사사키 로키에게 안타를 뽑아냈던 타격감이 시범경기에서도 이어졌다.
2월 26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시범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한 김혜성은 3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 2도루를 기록하더니 27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시범경기에 첫 홈런을 터트리며 4경기 6안타 1홈런 5타점을 쓸어 모았다.
김혜성의 폭발적인 타격감에 한국 취재진은 물론 현장을 찾은 미국, 일본 기자들도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27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을 마친 김혜성이 클럽하우스로 들어오자 미리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이 김혜성 라커룸 앞으로 모였다.
먼저 김혜성에게 메이저리그 데뷔 첫해인 지난해와 달리 올 시즌 시범경기에서 좋은 타격감을 보이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물었다. 김혜성은 작년부터 변화를 주려고 노력했던 타격 동작에서 하체의 변화를 꼽았다. 그중 하나가 레그킥을 버리고 토탭을 사용한 점이다.
“내가 레그킥을 잘했던 선수가 아니라 토탭으로 바꾸는 게 크게 어렵진 않았다. 지난해 바꾼 타격폼의 연장선으로 다저스 코치들이 알려준 문제점을 고치려고 노력했다. 비시즌 동안 한국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며 순발력이나 민첩성을 높이는 훈련도 이어갔다.”
지난해 LA 다저스 브랜든 곰스 단장은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MLB 미디어데이’에서 김혜성 관련 질문을 받고 김혜성이 “메이저리그 투수들에게 적응하기 위해 타격폼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많은 변화들 중 특히 하체 사용법이나 보폭에 관한 조정을 이루고 있고, (덕분에) 지면을 단단히 지지하는 움직임이 좋아졌다”고 소개한 적이 있었다.
김혜성은 시즌 중, 시즌 종료 후, 그리고 시범경기를 치르고 있는 지금까지 그 과정을 거치는 중이고, 아직 완성되진 않았지만 시범경기에서 뜨거운 타격감을 선보이며 그동안의 고생과 노력을 보상 받는 중이다.
현재 LA 다저스 주전 2루 자리는 토미 에드먼의 부상으로 공석이 되면서 많은 선수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김혜성의 시범경기 첫 홈런이 나온 27일 시카고 화이트삭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한 기자가 “김혜성의 오늘 홈런이 2루수 경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라고 묻자 로버츠 감독은 “아직은 아니다”면서 “오늘은 좋은 경기였고 홈런을 한 개 쳤지만 앞으로 더 갈 길이 남아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김혜성은 WBC 한국대표팀 합류를 앞두고 3년 전인 2023년 WBC의 아쉬움을 떠올렸다.
“3년 전 WBC에선 많은 경기에 나가지 못했고, 결과도 좋지 않아 선수로서 아쉬운 마음이 컸다. 이번 대회에는 내가 얼마나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가서 뛸 수 있다면 꼭 열심히 해서 승리에 보탬이 되고 싶다. (조별 예선을 통과해 8강전이 열리는) 마이애미에 꼭 가고 싶다.”
2023년 WBC에는 김하성과 토미 에드먼이 주전으로 활약했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는 두 선수가 부상으로 모두 빠졌다. 김혜성이 주전 2루수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정후는 정말 좋은 선수이고, 최고의 선수다. 정후가 야구할 때 리더십이 좋다. 대표팀에 어린 선수들이 많은 편인데 어린 선수들과 선배들 사이를 조화롭게 이끌며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WBC 대표팀 주장을 맡게 된 이정후는 2월 26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아메리칸 패밀리 필드 오브 피닉스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원정 시범경기에 3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이 경기가 대표팀 합류 전 치른 마지막 시범경기였는데 마지막 타석의 안타가 3루타였다.
이정후는 일본으로 떠나기 전까지 극도로 부상을 조심했다. 모든 선수들이 부상에 민감할 수밖에 없지만 이정후는 WBC 대표팀 합류를 앞두고 더 신중하게 움직였다.
“몸이 건강해야 대표팀에서 뛸 수 있고, 시범경기 도중 부상을 당하면 대표팀에 갈 수 없는 터라 가장 신경이 쓰였다. 다행히 일본 가기 전까지 예정된 시범경기를 부상 없이 마무리했고, 건강한 몸으로 대표팀에 합류하게 돼 어느 정도의 목표를 이룬 것 같다.”
이정후는 2023년 WBC 한국 대표팀의 조별 예선 탈락으로 처절한 아픔을 겪었다. 그는 3년 전 아쉬운 결과로 인해 3년 후인 2026년 WBC를 기다렸고, 이번 대회에서는 3년 전의 아픔을 꼭 설욕하고 싶다는 각오를 다졌다. 이정후는 주장으로 참가하는 2026 WBC와 관련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주장을 맡고 뛰는 거라 책임감이 더 생기는 것 같다. 3년 전에는 나이도 어리고 선배님들도 많아서 책임감보다 나라를 대표해서 뛴다는 자부심만 있었다. WBC는 아무 선수나 갈 수 있는 대회가 아니지 않나. 그런 대회에서 뛴다는 사실만으로도 재미있었고 행복했다. 반면에 지금은 주장이라 책임감이 커진 것 같다.”
이정후는 3년 전 호주와의 첫 경기에서 예상 외의 결과를 냈던 기억을 떠올리며 첫 경기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한국은 2023 WBC 1라운드 첫 경기에서 호주에 7-8 재역전패를 당했다. 당시 충격패 이후 한국은 일본에도 패해 2승 2패로 조별 예선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호주(3승1패)가 조 2위를 차지, 일본(4승)과 함께 2라운드에 진출한 바 있다.
“국제대회 첫 경기는 모든 선수들이 긴장도 많이 하고 부담을 갖는 편이다. 대표팀 선수들에게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상대가 어느 팀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가 우리의 플레이를 할 수 있느냐의 여부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체코와의 첫 경기가 가장 중요하다.”
C조에서 만나는 팀들은 체코(3월 5일), 일본(3월 7일), 대만(3월 8일), 호주(3월 9일) 팀들이다. 이들 중 일본전 선발 투수로 예상되는 좌완 파이어볼러 기쿠치 유세이(LA 에인절스)에 대해 이정후는 어떤 경험을 갖고 있을까.
“디셉션이 굉장히 좋은 선수다. 좌타자 상대로 몸쪽을 파고드는 공을 잘 던지고 슬라이더가 좋은 데다 스위퍼도 던질 수 있어 공략하기 어려운 투수다. 메이저리그 풀타임 선발 투수라 준비를 잘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일본전보다 체코 대표팀과의 경기가 맨 처음 열리기 때문에 체코전을 잘 마친 다음 전력 분석 과정에서 내가 경험한 기쿠치에 대해 선수들에게 이야기해줄 것이다.”
이정후는 WBC에 출전하는 각오로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남겼다.
“여러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진 상태지만 다른 선수들 모두 최고의 선수들이고, 부상으로 선수들이 빠졌다고 해서 우리가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다면 경기를 뛰는 선수 입장에서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많은 팬들이 기대를 해주시는 만큼 이번 대회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둬 전세기 타고 마이애미로 향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다부진 각오를 전한 이정후와 김혜성이 공통적으로 걱정하는 일이 있다. 바로 시차 적응이다. 이정후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올 때는 괜찮은데 미국에서 한국으로 간 후에는 시차 때문에 고생 많이 했다”면서 “미국에서 일본으로 가는 거라 일본 도착 후 분명 시차로 어려움을 겪을 것 같아 구단 트레이너가 멜라토닌과 슬립 키트 등 여러 가지를 챙겨줬다”고 설명했다.
김혜성도 “다른 건 걱정 안 하는데 시차가 걱정”이라면서 “일본 도착 후 가장 먼저 시차 적응에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미국 애리조나=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