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17일 종합특검팀이 출범 52일째를 맞이하며 반환점을 돌았다. 지난 2월 25일 출범한 종합특검팀의 기본 수사기간은 총 90일로 오는 5월 25일까지다. 30일씩 두 차례 연장할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이미 3분의 1가량 지난 상태다.
성과와 속도 전부 미흡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핵심 피의자들에 대한 소환 자체가 원활하지 않다고 알려졌다. 현재까지 포토라인에 섰거나, 설 예정인 피의자도 전혀 거론되지 않고 있다. 통상 특검 수사가 출범 직후 압수수색과 핵심 인물 조사로 속도를 내는 사례와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종합특검팀에는 많은 숙제가 쌓여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외환과 김건희 씨 비리의혹 및 순직해병 사건 미제를 전부 풀어야 한다. 특검법에 명시된 수사 범위만 11개 조항이다. 개별 사건을 다 합치면, 다뤄야 할 혐의가 수십 개에 달한다는 분석이다.
종합특검에 성과를 기대하는 시각은 찾아보기 어렵다. 애초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이른바 '노상원 수첩'은 메모 내용과 '정치인 체포조' 명단을 비교 중이다. 하지만 상황을 급반전할 묘수는 아직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노상원 수첩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내란 혐의 1심 사건에서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한 바 있다.
최근에는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무혐의 처분에 관여한 모 검사를 소환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해당 검사는 미국에서 연수 중이다. 종합특검팀은 법무부 측에 협조를 요청했으나, 법무부는 "그동안 도울 만큼 도왔고, 더는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까지 종합특검팀에 이첩됐다. 이 사건은 과거 검찰이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지사 시절 쌍방울에 대북송금을 하도록 했다'고 엮고자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등 핵심 관계자들에 연어회와 술 등을 제공하며 진술을 회유했다는 의혹이다.
해당 논란은 종합특검팀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이해충돌이 문제였다. 권영빈 특검보가 2012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변호인으로 활동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그는 또 대북송금 사건 핵심 인물로 알려진 방용철 전 쌍방울 부회장의 업무상 배임 사건 변호인으로도 활동했다.
결국 종합특검팀은 4월 16일 인사를 교체했다. 권 특검보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에서 빠지고, 김치헌 특검보를 투입하기로 했다. 다만 이해충돌 지적은 끝내 인정하지 않았다. 종합특검팀은 "권 특검보는 2023년 2월 방 전 부회장으로부터 변호사 해임을 당했다"며 "이는 '연어 술파티' 시점으로 의심되는 2023년 5월 중하순경 이전이었으므로 이해충돌과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김 특검보는 '더딘 수사 속력'을 놓고 "빌드업 과정으로 곧 국민들이 원하시는 장면을 보시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김건희 씨 일가 양평고속도로 의혹'에 대해서는 "고속도로 같은 국책사업이 용역업체나 도로공사 직원 선에서 변경됐다고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수사기관은 공식 브리핑 외에는 진행 중인 사건에 관해 말을 최대한 아낀다. 정치적 중립 위반 등 논란을 차단하려는 목적이다. 앞서 내란·김건희·순직해병 사건을 수사한 3대 특검(조은석·민중기·이명현)도 수사 종료 전까지 특정 매체에 출연해 인터뷰를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종합특검팀의 '언론플레이'는 이전부터 지적받아 왔다. 지난 3월에는 권 특검이 직접 특정 언론사 기자 몇몇을 따로 불러 술자리를 갖기도 했다. 출범 당시 약속한 "개별 매체와 접촉 금지" 방침과 배치되는 행보였다(관련기사 [단독] "언론 개별 접촉 없다"더니…권창영 특검, 기자들과 술자리 논란).

김지미 특검보는 해당 방송 출연 당시 김건희 씨 금품 수수 의혹 등과 관련해 "새로운 진술이 상당히 많이 있다"며 수사 결과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렇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당장 수사 인력 자체가 부족한 탓이다. 현재 종합특검팀은 검사가 12명으로 특검법상 정원인 15명에 못 미친다. 일각에선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로 인력 충원이 더 어려워졌다는 말도 나온다. 동료 검사를 수사해야 하는 상황에 부담을 느낀다는 전언이다.
이에 일부 사건은 방치에 준하는 수준이다. 앞선 3대 특검 때도 '반쪽 짜리' 비판을 받은 순직해병 사건이 한 예다.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의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로비 의혹은 종합특검법에 명시된 수사 대상이다. 하지만 3대 특검 때 이 사건으로 조사를 받았던 이들이 현재는 모두 잠잠하다. 이 사건으로 3대 특검 때 여러 차례 수사를 받았던 한 인사는 "(종합특검에서) 조사는커녕 전화 한 통 못 받았다"고 전했다.
와중에 순직해병 사건 관계인들은 '개별 전선'을 형성해 다툼을 심화하고 있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임성근 구명로비 의혹을 JTBC 등에 처음 제보한 김규현 변호사와 '멋쟁해병' 구성원 및 이관형 씨 등은 여전히 서로 고소·고발을 이어가고 있다.
멋쟁해병은 이종호 전 대표와 함께 임 전 사단장을 도우려던 6명이 모인 단체 채팅방 이름이다. 이관형 씨는 2024년 6월 이종호 전 대표의 이른바 '임성근 구명로비 의혹'을 민주당에 처음 제보한 인물이다. 그러다 이후에는 여러 정황상 구명로비는 없었던 듯하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들은 김 변호사가 근거 없이 구명로비설을 주장한다는 등 이유로 2024년 7월 그를 고발했지만 무혐의로 마무리됐다. 이에 김 변호사는 올해 초 멋쟁해병 일부를 무고죄로 고소했다. 그러자 이관형 씨 등이 최근 김 변호사를 다시 무고 등으로 고발했다. 수사 공백 속에서 여러 관계인들이 서로 고통과 피로감을 쌓아가는 형국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종합특검 운영비는 수사기간 최대 연장을 전제로 총 154억 3100만 원으로 추산된다. 인건비로만 약 55억 원이 투입된다. 권 특검 월급여가 약 1200만 원, 특검보는 약 1000만 원, 수사관은 약 712만 원으로 책정됐다. 국회예산정책처 측은 "향후 인력이나 구성비 등이 변경되면 추가 재정소요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