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고등법원 내란전담재판부인 형사1부(윤성식 부장판사)는 지난 6일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사건 결심공판을 열었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앞서 1심의 구형량을 유지한 것이다.
특검팀은 “국가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지위를 이용해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공권력을 사유화해 죄질이 불량하다”며 “헌법을 수호해야 함에도 중대범죄를 저질렀고, 범행을 부인하며 수사와 재판에 비협조적 태도로 일관하는 등 전혀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또한 윤 전 대통령이 초범이라는 점을 유리한 양형 사유에 포함하는 등 죄질에 부합하는 형을 선고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약 20분간 진행된 최후진술을 통해 “체포를 방해한다는 생각은 갖고 있지 않았다”며 “검사 시절 청와대 영장 집행 시도를 많이 했지만 군사시설, 보안구역이기 때문에 한 번도 들어간 적이 없다. 관행상 정립된 것이고 경호관들도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라 법에 입각해서 일한 것이다. 이렇게 의율(혐의 적용)하는 것 자체가 아무리 정치적으로 저를 올가미를 씌우려고 한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기소하고 재판을 받게 하는 게 상식에 맞나 싶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 측 유정화 변호사는 최종 변론에서 “국무위원의 심의권은 공무원의 권한일 뿐 권리가 아니므로 직권남용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원심은 직권남용죄와 내란죄의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판단했지만, 법정형에 현저한 차이가 있다. 기본적 사실관계가 다르고 동종·유사 범행에 해당하지 않아 직접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7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2-1부(이승철·조진구·김민아 고법판사) 심리로 열린 한 전 총리의 내란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 사건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특검팀은 한 전 총리에게 징역 23년을 구형했다. 1심 선고 형량을 유지해달라는 취지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계엄 선포를 막기보다 절차적 외관을 갖추는데 관여했다고 1심 재판부가 지적한 것을 인용하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항소심에서도 원심과 같은 취지로 범행을 부인하고,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태도로 일관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피고인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헌법재판관을 미임명하는 등 국론 분열을 야기했다”며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의 형은 피고인의 죄책과 죄질에 부합한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특검팀은 1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내란 방조 혐의,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혐의도 전부 유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당시 국무총리였던 피고인이 서명한 계엄 선포 문건은 대통령기록물로서 언제든 수사·탄핵 심판 과정에서 제출될 수 있는 성격이 있어, 이를 보관한 행위 자체로도 행사에 해당한다”며 “원심의 무죄 판단에는 법리 오해가 있다”며 “피고인의 행위는 윤 전 대통령의 내란 범행을 용이하게 한 것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이날 피고인 심문에서 “제가 (받는 혐의로) 비난을 많이 받았고, 당연히 제가 받아야 할 비난이라 생각한다”며 “저로서는 정말 50년 동안 기여한 이 나라가 완전히 망가져버리는 상황에 한 마디로 정신이 나가있었다고 생각하고, 자책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의 혐의 부인 입장은 유지하되 정치적·도덕적 책임에 대한 자책의 뜻을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내란 본안 사건의 향방이 두 파생 사건의 선고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두 사건에서 중형이 선고될 경우, 본안 사건인 내란죄 양형은 더욱 무거워 질 가능성이 높다”며 “반대로 방어권 행사가 폭넓게 인정되거나 방조의 고의성이 엄격하게 배척된다면, 내란 본안 재판에서도 피고인 측의 정무적·상명하복적 상황 논리가 일부 참작될 여지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한 전 총리 사건의 핵심은 ‘내란 방조’로 볼 수 있는데 법리적으로 방조죄가 성립되려면 정범(내란 수괴 등)의 범죄 행위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한 전 총리에게 내란 방조죄가 인정되면 이는 재판부가 12·3 비상계엄 사태가 단순한 정치적 오판이나 직권남용을 넘어선 명백한 내란 행위라는 것을 명확히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한 핵심 군·경 지휘부의 내란 공모 혐의를 입증하는 데 있어 특검 측에 매우 유리한 법리적 발판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사건에 관해서는 “윤 전 대통령의 체포방해 사건은 내란 행위 그 자체는 아니지만, 사후 대응 과정에서의 위법성을 묻는 사건”이라며 “이를 항소심에서 인정할 경우 윤 전 대통령이 헌법적 절차와 사법부의 판단을 자의적으로 무시했다는 특검의 논리에 힘을 실어주게 되면서 윤 전 대통령 측의 ‘헌법적 권한 내의 계엄 선포’라는 주장의 신빙성을 잃게 된다”고 덧붙였다.
특검 관계자는 “두 사건의 항소심 선고는 단순한 개별 사건의 형량을 정하는 것을 넘어, 대한민국 사법부가 12·3 사태라는 거대한 역사적 사건의 성격을 어떻게 법적으로 규정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고편으로, 추후 있을 내란 본안 사건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구형한 대로 선고가 이뤄졌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철준 기자 cj5121@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