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선 재판부는 “한 전 총리의 내란 중요 임무 종사 혐의가 인정된다”면서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형법 87조가 규정한 내란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특검이 처음 적용한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는 범죄로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해 “범행 주체·시기·장소·구체적 행위가 동일하기 때문에 방어권 침해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판결을 이어갔다.
재판부는 2025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와 포고령 발령 일련의 과정을 형법상 내란으로 판단하고, 사건을 ‘12·3 내란’으로 명명했다. 한 전 총리가 국무총리로서 불법 계엄을 막아야 할 헌법적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방조하고 핵심적 역할을 수행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민주적 정당성과 책임을 부여받은 국무총리로서 헌법을 수호해야 할 중대한 책무를 지고 있었다”며 “그럼에도 12·3 내란이 성공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러한 의무를 끝내 외면한 채 가담을 선택했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자칫 국민의 기본권과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가 유린되던 독재의 과거로 되돌아갈 뻔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국무총리로서 12·3 내란의 진실을 밝히고 합당한 책임을 지기는커녕, 사후 자신의 안위를 위해 이 사건 비상계엄 관련 문건을 은닉하고 비상계엄 선포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처럼 보이게 하려 허위 공문서를 작성했다가 폐기했으며, 헌법재판소에서 위증했다”며 한 전 총리의 사후 행동에 대해 강도 높게 질타했다.
또한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계엄을 막아섰다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변호인은 국무위원들의 뜻을 모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만류하기 위해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고 계엄에 반대했다고 주장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그러나 대통령실 국무회의장에는 원격 영상회의가 가능한 시설이 갖춰져 있었으므로, 실제로 만류할 의사가 있었다면 세종시 등지에 있는 국무위원들까지 모두 참석할 수 있도록 원격 영상회의 방식의 개의를 제안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피고인이 그러한 제안을 했다고 볼 만한 사정은 없다”고 꼬집었다.
12·3 계엄이 짧은 기간에 종료되고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아 내란으로 볼 수 없다는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피고인들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12·3 내란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고 몇 시간 만에 종료된 것은 국민의 용기와 일부 정치인들, 위법한 지시에 저항한 일부 군인·경찰에 의한 것”이라면서 “짧은 계엄이 내란 가담자의 형을 정하는데 고려할 사정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선고 직후 법정구속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심문을 진행한 뒤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법정구속을 결정했다. 이 재판장은 구속에 앞서 한 전 총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물었고, 한 전 총리는 “겸허하게 따르겠다”고 답했다.
한편 한 전 총리는 이 사건과 별도로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혐의(직무유기)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 해당 사건에는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정진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주현 전 민정수석 등도 함께 기소됐으며, 첫 정식 재판은 다음 달 3일 열릴 예정이다.
김철준 기자 cj5121@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