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심이 2024년 절치부심하고 재도전에 나선 이유는 그해 5월 삼양식품에 시가총액이 역전됐기 때문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농심은 외국인 입맛에도 맞을 신규 제품으로 신라면 툼바를 내놓았고, 미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당시 농심은 삼양식품에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내준 데 대해 “일시적 현상일 뿐이며, 북미지역에서 압도적인 라면 판매량을 보이고 있는 만큼 신라면 툼바 월마트 입점을 계기로 다시 1위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일개 제품에 불과한 줄 알았던 불닭볶음면은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였고, 기대했던 농심의 판매량 증대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시가총액 격차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도 사모펀드도 떠난다
2024년 농심의 선언을 믿고 주식을 늘린 기관투자자에는 대표적으로 국민연금이 있다. 국민연금은 2024년 한 해 동안 꾸준히 농심 주식을 사들였다. 그해 9월 30일 기준 보유주식은 68만 3964주(11.24%)로 늘었다. 국민연금은 2024년 평균 45만 원, 최고 48만 8171원에도 주식을 매수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농심 주가 성적이 신통치 않자 2024년 말부터는 매도세로 돌아섰는데, 가장 많이 판 것이 올해 초였다. 지난 4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한 대량보유상황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농심 주식을 12만 1988주(2.01%) 매도해 지분율이 5.90%까지 감소했다.
국민연금의 매도 공세는 현재 진행형인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 공시 시점이 도래하지는 않았지만 한국거래소에서 제공하는 매매 동향에 따르면 2분기(4~6월)에도 주식을 매도하고 있다는 것이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국민연금은 농심 주식을 손절매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3월 13일, 6만 958주를 매도했다고 공시했는데 당시 주가가 30만 원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자산가를 대상으로 자금을 모집해 주식 운용을 하는 사모펀드 전문 운용사 A 사도 농심 주식을 손절매 중이다.
A 사는 배당률이 높은 국내 업계 1위 내수주를 주로 매매하는데, 농심의 유통 파워면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아성이 어느 정도는 균열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농심의 주장이기도 했으나, 결과적으로 실패하는 분위기다.
A 사 대표이사는 “투자 레터에도 농심 등 비인기 주식을 너무 많이 담아서 시장지수(코스피) 대비 부진했다고 고백했다”면서 “다만 농심 투자가 완전히 틀렸다고 보지는 않는다. 해외 판매가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아직은 기대해도 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 당시 행동주의 캠페인을 펼쳤던 농심 소액주주 ‘언로킹 밸류(Unlocking value)’와 그를 지지하는 소액주주 그룹도 농심 주식을 매도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보유하고 있는 지분이 0.95%라고 밝혔던 언로킹 밸류는 익명의 투자자다. 지난해 1월과 3월 두 차례 주주 서한을 보내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라고 요구했고, 회사가 응답하지 않으면 이사회 진입을 노릴 것이라고 공식화한 바 있다. 그러나 주주총회가 끝난 뒤엔 별다른 활동이 없다. 업계에서는 주주 서한을 보낼 당시 강한 워딩을 쓰며 회사 측을 압박했다가 곧바로 사라진 것을 봤을 때, 특정 시점에 주식을 팔았을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고 추정한다.
#농심이 매출은 더 많지만…
농심의 해외 시장 공략에 대한 주식시장에서의 평가는 부정적이지만, 수치만 놓고 보면 성과가 없다고 보기는 힘들다. 지난 1분기 농심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9340억 원, 674억 원으로 전년 대비 4.6%, 20.2% 증가했다. 국내법인 매출이 6212억 원으로 전년 대비 2.8% 감소했음에도 전체 성적은 해외 법인 덕분에 선방한 셈이다.
캐나다 법인이 부진했지만, 중국과 일본이 호조세를 보였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미국 또한 지난해 7월 가격을 11% 인상하고, 주요 유통 채널 입점 확대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늘어났다고 한다. 증권가에서는 해외 매출이 늘고 있으므로 글로벌 식품업계 정도의 주가이익비율(PER)을 책정할 수 있고, 이 경우 주가가 50만 원대 후반까지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도 농심 주가는 전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여러 차례 50만 원대에 오르긴 했으나 이내 다시 30만 원대로 고꾸라지고 있다. 삼양식품도 작년 9월 166만 5000원까지 올랐다가 현재는 반도체에만 자금이 몰리는 이상 현상 때문에 107만 원대로 하락하기는 했으나, 그래도 시가총액이 8조 원대다.
2조 원대 초반인 농심의 4배에 가깝다. 매출은 농심이 면류, 스낵, 음료 다 합쳐 3조 5143억 원(2025년 기준)으로 삼양식품(2조 5000억 원대)보다 아직은 많지만, 주가만 놓고 보면 도저히 삼양식품에 견줄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증권가에서는 2028년이면 삼양식품 매출이 4조 원대를 훌쩍 넘어 매출마저 농심을 앞서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10년여 전인 2015년만 해도 농심 매출이 삼양식품의 9배였으니, 상상하기조차 싫은 굴욕인 셈이다.
#신라면 로제로 '불닭'에 대항
전문가들은 당장 농심이 주도주 자리를 빼앗지는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삼양식품이 불닭을 지식재산권(IP)으로 활용하면서 까르보불닭, 치즈불닭, 짜장불닭 등으로 영역을 넓히는 데 성공하는 반면, 농심은 신라면을 기반으로 제품을 다양화하고는 있으나 이를 한꺼번에 묶는 브랜드로서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것이다.
농심은 시장의 기대치가 높을 뿐, 어느 정도는 성과를 내고 있다고 강조한다. 신라면 툼바만 하더라도 출시 두 달 만에 1000만 개 이상 팔린, 최근 10년 사이 농심이 내놓은 신제품 가운데 보기 드문 메가히트 사례였다는 것이다.

신라면 툼바가 에드워드 리 셰프를 광고 모델로 내세워 전 세대를 품으려고 한 반면, 신라면 로제는 광고모델 에스파로 볼 수 있듯 2030 젊은 여성을 공략하려는 의도를 명확히 하고 있다. 맛 자체가 토마토·크림 베이스에 고추장을 더한 ‘K-로제’ 콘셉트인데, 이는 까르보불닭 시장을 노린 것이라고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농심은 부산 녹산에 구축하고 있는 수출 전용 공장을 올해 안으로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당장은 판매촉진비 등 마케팅비 집행으로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고, 증권가의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할 수는 있으나 그래도 꾸준히 불닭의 아성을 허무는 징후는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일각에서는 기대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투자자들의 판단, 주가 등 주식에 대해서 따로 설명하기 어렵다”면서 “2030년까지 매출 7조 원, 영업이익률 10%, 해외매출 비중 61%를 달성하겠다는 목표가 담긴 ‘비전 2030’에 따라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민영훈 언론인 journalist@ilyo.co.kr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