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수본은 확보한 압수물을 분석함과 동시에 경기도선관위 직원 A 씨를 공전자기록위작 및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에 대한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A 씨는 김포 선관위 직원으로부터 투표자 수 오입력과 관련한 대처 방법에 대한 문의를 받자, 중앙선관위 관계자와 통계 조작 방식과 수치 등을 논의해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투표조작 방법과 구체적 수치가 담긴 엑셀 파일을 중앙선관위 관계자로부터 받아 전달한 사실이 있으나, 이외의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까지 6·3 지선 본투표 당일 투표율 등 오입력 사태가 발생한 지역은 경기 의왕·김포, 충북 진천군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김포시는 다른 투표소로 투표자 과다 입력분을 분산해 수치를 조정했고, 진천군과 의왕시는 투표자 수가 기존 오입력 수치를 넘어설 때까지 같은 수치를 유지하는 방식을 썼다.
사태는 갈수록 커지는 형국이다. 다른 지역에서도 투표 통계를 조작한 것 아니냐는 의혹들이 제기되면서다. 연합뉴스가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실로부터 ‘6·3 지선 경기도 관내 투표소별 투표자 수 및 투표율’ 자료를 제공받아 분석한 결과 경기도 평택·동두천·구리·여주·성남·안산·고양 등 각지에서 의심스러운 정황이 포착됐다.
합수본은 이러한 조작 행위가 광범위하게 벌어졌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수사를 통해 통계 조작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향후 합수본 수사가 지역뿐만 아니라 과거 치러진 선거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선관위는 그동안 ‘전산 조작은 불가능하다’고 국민 앞에 수차례 공언해왔지만, 이번 사태로 전산 조작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세상에 드러났다”고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장동혁 대표는 ‘참정권 박탈 사태의 진상규명’에 정부여당은 손을 떼라고 경고했다. 장 대표는 7월 29일 현안 기자회견을 통해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었다. 조직적인 전산 조작까지 드러났다”며 “투표율을 조작하면 득표율 조작은 당연히 따라온다. 그 외에 어떤 숫자도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의심했다.
이어 “그동안 이 대통령과 민주당은 선관위의 숱한 범죄들을 덮고, 감추고, 옹호해왔다. 부정선거를 걱정하는 국민들을 음모론자로 몰았다”며 “국민은 더 이상 이 정권의 ‘셀프수사’를 믿지 못한다. 특검 추천부터 온전히 야당에 맡기고, 특검의 수사범위를 무제한으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선관위 특검 수사대상에는 선거 통계 조작 의혹과 선거관리시스템 관리·보안·운영 부실 의혹 등 12가지다. 활동기간은 특검 임명 후 20일 준비, 90일 수사, 30일씩 두 차례 연장 등 최장 170일이다. 수사인력도 특검보 5명, 특별수사관 70명, 파견검사 20명 이내, 파견공무원 70명 이내 등 총 165명 안팎 규모다.
당초 여야는 선관위 특검법안을 7월 말까지 처리하기로 합의했으나, 특검 수사 범위에 선관위 서버를 포함할지 여부 등을 두고 이견을 보이다 막판에 합의안을 이끌어냈다. 법안이 통과된 이후에도 특검의 수사범위 등과 관련해 여야가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아 갈등이 이어질 여지가 있다.
수사범위에 대해 국민의힘은 6·3 지선뿐 아니라 지난해 대선을 포함한 과거 선거들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민주당은 특검의 수사범위는 6·3 지선 관련 사건에 한정된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선관위 서버 수사 문제를 두고도 국민의힘은 수사범위에 ‘선거관리시스템’이 포함된 만큼 가능하다고 보고 있고, 민주당은 수사대상이 범죄의 주체로 한정돼 서버 자체는 수사대상이 아니라고 맞섰다.
민주당이 더 진상규명과 선관위 개혁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국민의힘에서는 선관위가 독립된 헌법기관임을 알면서도, 선관위 문제를 이재명 정부의 관리 부실로 엮으려고 하고 있다. 민주당은 선관위를 옹호해줄 필요가 없다”며 “민주당이 국조든 특검이든 다 선제적으로 치고 나가야 한다. 하지만 현재는 그런 모습이 안 보인다. 전당대회 중이라 지도부의 공백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조정식 국회의장의 ‘현직 대통령 연임 개헌’ 논란으로 선관위 개헌도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조정식 의장은 7월 28일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개헌 시 이 대통령의 임기 연장 문제’에 대해 “현직 대통령 연임 개헌 문제는 결국 주권자인 국민 선택”이라며 “정치적 당사자들이 합의해야 할 문제”라고 답했다. 국회의장실과 청와대가 뒤늦게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개헌은 불가능’이라고 입장을 냈지만, 야권에서는 즉각 “친명 국회의장이 이재명 대통령 연임을 위해 총대를 멨다”고 공세를 폈다.
여권 한 관계자는 “조정식 의장의 말실수로 개헌이 다시금 블랙홀이 됐다. 권력구조 개편이 아니어도 개헌 논의를 꺼내면 보수진영에서는 공격을 할 것”이라며 “22대 국회에서 조 의장 하에서는 개헌이 사실상 어려워진 것 아니겠느냐. 그럼 선관위 개혁도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