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흥행은 신의 영역이라고 하잖아요. 사실 제가 출연한 영화의 관객 수도 다 모아야 1000만이 될까 말까 한데(웃음), 그래도 이번 작품은 다른 배우들과 이 이야기의 힘을 믿어보고 싶어요. 감독님 아버님께서는 최종 관객 수 7000만을 생각하신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러려면 전 국민이 다 봐야 하는데, 너무 귀여우시죠(웃음)? 진짜 그런 스코어가 나온다면 해외 토픽감일 거예요."

"글에서 느껴지는 잔상이 마음 속에 훅 들어오면서 길게 남았던 것 같아요. 대본을 다 읽고도 며칠 동안 이 이야기가 계속 생각나더라고요. 이 영화가 좋은 영화가 될 것이라는 확신은 감독님을 만나는 순간부터 딱 들었어요. 사실 처음 제안 때 고사했었는데 나중에 동생들까지 다 캐스팅되고 나서 감독님이 한 번 더 말씀을 주셨거든요. 그때 '이건 내 운명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감독님이 저를 진짜로 원하셨다는 것도 느껴졌고요. 그런데 (이)정은 엄마가 주인공이란 소리를 듣고 '나도 하고 싶은데!'라는 생각도 하긴 했어요(웃음)."
'경주기행'에서 공효진은 자매 중 맏이로 이미 자신의 가정을 꾸렸지만 엄마의 가게에서 함께 일하며 아직 완벽한 자립을 하지 못한 장주 역을 맡았다. 엄마와 자신을 한 몸처럼 생각하는 장주는 다른 동생들에 비해 옥실의 복수 계획에 제일 먼저 앞장서 순순히 따르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가족 중에서 현실을 가장 자주 쳐다보는 인물이기도 하다. 남편과 딸이 있는 장주는 엄마의 복수가 끝난 뒤 '내 가족'에게 어떤 일이 닥칠지도 함께 걱정할 수밖에 없다. 공효진은 장주의 이런 이중적인 면모에 주목했다.
"장주에겐 엄마가 제일 무서운 존재예요. 엄마가 혼을 내는 것, 실망하는 것, 엄마의 상처가 깊어지는 것, 그리고 이 이상으로 폭주하는 것도 장주는 너무 두려워해요. 감독님께선 자매들 사이에서 장주가 큰언니니까 제일 의지되는 인물이 아니라 '조심해, 언니는 엄마한테 가서 다 얘기할지 몰라. 언니는 엄마 편이야'라는 느낌이라고 설명해 주셨어요. 엄마의 사령탑이자 오른팔이지만 엄마를 안쓰러워하고, 자신 역시 엄마이기에 옥실에게 깊이 공감하고 있죠. 하지만 동시에 복수 후의 현실도 가장 크게 자각하고 있어요. 후반부에 가서 장주가 폭발하는 것도 자신이 그냥 옥실의 딸이 아니라 '내 가족과 딸이 있는 엄마'라는 각성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고요."

"모녀가 모두 봉고차를 타고 출발하는 첫 시퀀스는 정말 '덜덜 떨리는' 알리바이의 시작이니까 어떤 분위기를 가져가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아무래도 운전석에 앉은 장주와 영주가 먼저 관객들의 흥미를 유발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들의 기행을 이해하도록 만드는 게 중요했죠. 보시면 장주는 정말 여행 가는 것처럼 선크림을 막 바르고 있잖아요. 위험한 일을 진행하면서도 그걸 깜빡했다가, 다시 현실을 자각했다가 왔다 갔다 하고 있는 거죠(웃음). 장주는 관객들과 가장 가까운 감정을 보여줘야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던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코미디와 스릴러를 오가는 '경주기행' 속 복수는 목표인 동시에 네 모녀가 서로의 속마음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드는 장치이기도 하다. 막내 경주의 원을 풀겠다는 같은 마음으로 출발했지만 복수를 실제로 눈앞에 둔 순간부터 합쳐져 있던 네 사람의 마음은 조금씩 갈라진다. 그 과정에서 영화가 들여다보는 것은 '사이다' 복수의 정당성이 전부는 아니다. 서로 다른 선택 앞에서 흔들리는 딸들과 그럼에도 끝내 자식을 위해 어디까지든 갈 수 있는 엄마 사이에 끊어낼 수 없는 유대감까지 함께 비춘다.
"'경주기행'의 핵심은 엄마라는 존재가 내게 어떤 일이 생긴다면 지옥까지 쫓아가서 복수를 해준다는, 그런 100% 믿음을 주는 존재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비현실적인 사건을 통해 그 복수가 옳은지 그른지를 고민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자식을 위해 뭐든지 해낼 수 있는 엄마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도 함께 말하는 거죠. 이정은 선배님도 그런 해석으로 연기하셨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는 딱 전율이 느껴졌어요. 그야말로 '우리 엄마는 어떻게든 다 해줄 거야'라는 자식과 엄마 사이의 깊은 유대감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 모녀 관객분들이 우리 영화를 많이 봐주셨으면 하고요(웃음)."

"제가 리뷰나 댓글을 잘 찾아보지 않는 편이라 정확히 어떤 여론인지 몰랐다가 나중에서야 알게 됐어요. 사실 아직도 어떻게 된 일인지 파악을 제대로 못하고 있지만 한편으론 '이게 다 뭐지'란 생각도 들어요(웃음). '유부녀 킬러'에서는 저희 둘 호흡이 정말 잘 맞았거든요. 촬영장에서도 보면 정준원 씨는 제가 이렇게 신중한 사람 처음 봤다고 할 만큼 말하기 전에 엄청 생각해서 신중하게 말하는 편이에요. 저희 남편이 (정)준원 씨 캐릭터를 진짜 좋아하는데 목소리가 너무 좋다는 말을 '유부녀 킬러' 처음 볼 때부터 하더라고요. 저랑 연기하는 걸 샘내지도 않고 그냥 좋대요(웃음)."
이렇듯 두 배우의 좋은 호흡을 타고 꾸준히 준수한 시청률을 기록 중인 '유부녀 킬러'는 물론이고 '파스타', '최고의 사랑', '질투의 화신', '동백꽃 필 무렵' 등 공효진이 출연하는 로맨스 드라마는 무조건적인 성공 공식처럼 여겨져 왔다. 하지만 정작 배우 자신은 그 공식을 마냥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완성된 전체 이야기를 보지 못하고 출연 여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초반 대본에서 자신이 믿을 수 있는 방향을 찾은 뒤 작품에 몸을 맡겼더니 우연히 성공을 거뒀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그렇게 믿음 하나만으로 여러 차례 드라마의 성공을 경험했지만 영화 흥행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기에 이번 '경주기행'을 향한 기대도 유독 클 수밖에 없었다.
"종종 '선배님은 잘될 드라마가 어떤 건지 느껴지세요?'라는 질문을 받는데, 사실 저도 정말 몰라요(웃음). 그냥 대본을 볼 때 유치하진 않겠다는 생각으로 먼저 고르게 돼요. 다들 개인적인 호불호가 있으니까 처음에 거기서 맞는 것들을 찾다 보니 뒷이야기나 완결까지 못 보고 결정하는 게 대부분이거든요. 그 이후로는 다 모험이죠. 기본적으로 '이럴 것이다'라는 상상으로 선택하면서도 내 결정대로 마지막까지 잘 이어갔다는 믿음을 줄 만한 작품을 고르게 되는 것 같아요. 이번 '경주기행'에도 그런 믿음이 있었으니까, 영화가 잘돼서 저도 한 번 흥행으로 관객 수가 막 치솟는 그런 살 떨리는 경험을 한 번 해보고 싶네요(웃음)."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