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모펀드(PEF)는 기업을 인수한 뒤 가치를 높여 되팔고 회수한 돈을 출자자(LP)에게 배분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낸다. 따라서 매각가격뿐 아니라 회수까지 걸리는 시간도 중요하다. 보유기간이 길어지면 같은 금액에 기업을 팔더라도 연환산 수익률은 떨어질 수 있고 인수금융을 사용한 경우 차입 이자와 차환 비용도 계속 발생한다. 회수한 자금을 LP에게 배분하고 새로운 투자에 활용하는 시점도 뒤로 밀린다.
MBK의 국내 장기 미회수 자산으로는 네파와 홈플러스가 대표적이다. 2013년 인수한 네파는 13년째 엑시트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2015년 약 7조 2000억 원에 인수한 홈플러스는 2025년 3월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법원은 지난 7월 한때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지만 메리츠금융의 2000억 원 긴급운영자금 지원과 MBK·김병주 회장의 연대보증이 이뤄지면서 절차를 재개한 상태다.
2017년 약 7000억 원에 인수한 모던하우스는 지분 매각 대신 또 한 번의 차환을 앞뒀다. MBK는 2022년과 2024년 두 차례 매각을 추진했지만 거래를 마치지 못했다. 2021년에는 3000억 원대 중반의 인수금융으로 리파이낸싱을 실시했고 오는 11월 만기를 앞두고 최근 신규 대주단 구성을 위한 주선사 선정에 나섰다. 지난해 말 금융기관 차입금은 3020억 원이다. 매각을 통한 최종 회수가 늦어지면서 기존 차입금을 다시 끌고 가야 하는 상황이다.
롯데카드는 인수 7년째 세 번째 엑시트를 시도하고 있다. MBK와 우리은행은 2019년 롯데카드 지분 79.83%를 약 1조 3810억 원에 인수했다. 2022년 첫 매각은 가격 눈높이 차이로 무산됐고 2024년 말 재추진한 거래도 지난해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중단됐다. 금융당국의 제재 수위가 지난 7월 확정되면서 매각 절차가 다시 시작됐다. UBS는 잠재 원매자에게 투자안내서를 배포했으며 이르면 9월 예비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골프존카운티와 넥스플렉스에서도 당초 구상과 다른 매각 방식이 등장했다. 골프존카운티는 지분 100% 통매각에서 출발했지만 직접 보유한 11개 골프장 가운데 일부만 떼어 파는 방안과 MBK 측 경영권 지분만 매각하는 방안까지 협상 대상에 포함됐다. 넥스플렉스는 7월로 거론됐던 본입찰이 밀린 뒤 베인캐피탈이 이탈하고 새로운 전략적투자자가 들어왔다. 매도 측은 일괄 본입찰 대신 원매자마다 실사를 마치는 시점에 바인딩오퍼(구속력 있는 인수제안)를 받는 방식으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투자금 회수가 늦어지면 해당 자산에 묶인 자금과 금융비용이 함께 부담으로 남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투자금이 회수돼야 유동성을 확보하고 재투자가 되는데 투자금 회수를 못하면 자금이 계속 묶일 수밖에 없다”며 “차입이 있는 자산은 부채 상환과 이자비용 부담도 계속 발생한다”고 말했다.
보유기간 연장을 곧바로 투자 실패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현재 가격에 매각해 목표수익률을 낮추는 것보다 금융비용을 더 부담하면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낮은 가격에 억지로 매각하는 것보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제값을 받을 수 있다면 투자기간을 유연하게 가져가는 게 나을 수 있다”며 “차환 등 금융비용보다 앞으로 예상되는 추가 이익이 크다고 판단하면 보유기간을 늘리는 전략도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매각 장기화에 따라 펀드 성과에도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MBK가 올해 LP들에게 공개한 연례서한에 따르면 롯데카드와 지오영 등이 담긴 바이아웃 4호의 지난해 IRR은 11.6%로 2024년 14.8% 대비 3.2%포인트(p) 하락했다. 메디트와 오스템임플란트 등이 들어 있는 5호도 21.3%에서 14.0%로 떨어졌다. 김병주 회장은 4·5호가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다며 올해 보유 기업을 매각해 수익률을 높이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국내 M&A 시장이 전반적으로 얼어붙은 영향만으로 보기는 어렵다. 같은 기간 다른 대형 PEF에서는 굵직한 엑시트가 이어졌다. 한앤컴퍼니는 올해 대한항공씨앤디서비스 지분 80%를 7500억 원에 대한항공에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고 케이카와 케이카캐피탈도 총 7500억 원에 KG그룹 측에 매각하기로 했다. 케이카 투자에서는 IPO(기업공개·상장)와 배당을 포함해 누적 회수금이 1조 원을 넘어 투자원금 대비 4배 이상의 수익을 거둘 것으로 추산됐다. VIG파트너스도 지난해 프리드라이프 지분 99.77%를 8879억 원에 웅진에 매각해 투자원금의 4배 이상을 회수했다.
MBK의 펀드레이징에서도 이전과 다른 분위기가 읽힌다. MBK는 6호 바이아웃 펀드의 목표액을 90억 달러에서 70억 달러로 하향했지만 지난해 최종 55억 달러 규모로 결성을 마쳤다. 공무원연금은 2024년 7월 MBK를 국내 사모 대체투자 위탁운용사로 선정했으나 이후 투자확약서 발급과 정관 날인 등 후속 절차는 진행하지 않았다. 공무원연금 측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홈플러스 사태를 이유로 사실상 선정 취소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홈플러스 사태 이후 금융당국의 제재 절차까지 이어지면서 MBK를 둘러싼 평판 부담도 커지고 있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결국 기관투자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계속 자금을 모집해야 하는데 홈플러스 사태와 각종 논란이 반복되면 펀드의 단기 수익률과 별개로 다음 펀드레이징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최근 MBK를 둘러싼 자금조달 환경의 변화도 이런 평판 악화와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평판 악화의 배경에는 MBK의 투자방식을 둘러싼 논란도 자리 잡고 있다. MBK는 홈플러스 인수 과정에서 대규모 인수금융을 일으켰다. 이후 홈플러스는 점포와 물류창고 28곳을 매각해 4조 원 넘게 확보했으나 이 가운데 15곳은 부동산을 팔고 다시 빌려 영업하는 세일앤리스백 방식으로 처분되면서 재무부담이 악화했다.
차입을 활용해 기업을 사는 레버리지바이아웃(LBO)은 PEF의 일반적인 투자 방식이다. 문제는 차입 규모가 과도하거나 이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자산과 현금창출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LBO 자체는 인정해야 한다. 문제는 어느 정도까지 레버리지를 쓰느냐는 것”이라며 “홈플러스처럼 세일앤리스백을 통해 자산을 현금화하면서 피인수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방식이라면 약탈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엑시트 지연에 투자방식 논란까지 겹치면서 당장의 펀드 수익률보다 MBK의 평판과 향후 자금조달 여건을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서지용 교수는 “당장 실적이 크게 나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사업모델의 지속 가능성이 흔들리는 국면인 것 같다”며 “단기간의 실적 부진보다 중장기적으로 평판이 악화되고 앞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이 생길 가능성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