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사건 가운데 눈에 띄는 사건이 하나 있다. 김연창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의 뇌물수수 사건이다. 앞서 김 전 부시장은 대구시 경제부시장 재임 중인 2015년 풍력발전업체를 운영하던 친구로부터 대구 연료전지 발전사업과 관련한 업무 편의 청탁과 함께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2020년 기소돼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지난해 출소했다.
출소 후에도 줄곧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주장해온 김 전 부시장은 최근 검찰미래위 조사대상으로 선정됐다. 정확한 명칭은 ‘김연창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검찰의 별건·표적수사 및 진술 회유 관련 의혹 사건’이다. 검찰미래위는 검찰의 수사·기소 과정에서 인권침해나 검찰권 남용 의혹이 제기된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지난 6월 10일 출범했다.
일요신문은 지난 20일 서울 합정동에서 김 전 부시장을 만났다. 그는 “사업자에 대한 별건수사 과정에서 나온 돈을 검찰이 나와 연결해 뇌물로 만들었다”며 “무죄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검찰이 어떤 과정을 거쳐 사건을 구성했는지 객관적으로 다시 봐 달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김 전 부시장과의 일문일답.

“검찰미래위 조사대상에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덜컥하면서 찡했다. 38년 동안 공직생활을 하면서 가장 용서하지 않았던 것이 부패였다. 긴 공직생활 끝에 남는 것은 명예와 자존심이라고 생각했는데 뇌물죄로 복역하면서 그게 모두 무너졌다고 느꼈다. 처음 기소됐을 때만 해도 ‘내가 하지 않은 일을 어떻게 했다고 만들겠느냐’고 생각했다. 하지만 수사와 재판을 겪으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이것만으로 명예가 회복됐다는 뜻은 아니지만, 당시 수사 과정을 다시 들여다볼 기회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조사대상에 선정됐는지.
“집사람은 수사와 재판 과정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재심이고 뭐고 다시 하지 말고 그냥 살자고 했다. 나도 망설였다. 가족들은 내가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했다. 그래도 살아 있는 동안 명예를 회복할 방법이 없을까 하는 생각은 계속 있었다. 그러다 검찰미래위가 국민제안을 받는다는 기사를 보고 제안서를 냈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선정됐다.”
―유죄 판결을 받게 된 1억 원은 어떤 돈이었나.
“돈을 받은 사실은 부인하지 않는다. 다만 대구시 직무와 관련한 뇌물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돈을 준 사람은 30년 가까이 알고 지낸 친구였다. 친구가 운영하는 풍력발전업체가 어려워졌을 때 5억 원가량의 자금을 마련하는 데 도움을 줬고 회사 대표를 맡으면서 지분도 일부 갖게 됐다. 이후 대구시 경제부시장으로 가면서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그 돈은 친구가 내가 갖고 있던 회사 지분과 미지급 급여 그리고 회사에 기여한 부분 등을 감안해 준 것이었다.”
―돈의 성격을 확인할 자료가 없었나.
“그 돈은 경제부시장 직무와는 전혀 상관이 없었기에 뇌물이라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았다. 친구를 믿고 돈의 성격이나 지분 정리에 관한 서류도 남겨두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영수증이나 지분 정리에 관한 확인서를 받아두지 않은 것이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서류를 남기지 않았다는 것과 직무의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별건·표적수사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내 사건은 처음부터 나를 겨냥해 시작된 수사가 아니었다. 검찰이 친구가 연루된 다른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과거 내게 준 1억 원을 확인했고 이후 친구 회사의 자금 문제까지 폭넓게 들여다봤다. 검찰이 그 돈을 대구시 업무(연료전지사업)와 연결해 뇌물로 구성했다고 생각한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 친구의 진술이 바뀌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친구도 처음엔 그 돈이 풍력사업과 관련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런데 검찰이 친구 회사 자금 문제를 넓게 들여다보기 시작했고 가족들까지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상황이 되면서 진술이 달라졌다. 진술이 바뀌게 된 과정을 밝히는 것이 이번 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증거 중 친구가 구속된 뒤 가족들과 나눈 접견기록이 있었다. 거기에는 친구가 수사 과정에서 ‘뇌물을 줬다고 하면 다른 것은 봐주겠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가족들에게 이야기한 내용이 나오는 것으로 안다. 이 부분을 꼭 확인해야 한다.”
―기업유치 과정에서 한 행정행위가 특혜 정황으로 해석됐다고 했는데.
“적극행정과 위법한 특혜는 구별해야 한다. 경제부시장으로 있으면서 기업유치를 위해 사업자를 만나고 필요한 부지를 검토하도록 지시하는 일은 다른 기업에도 해왔다. 기업이 들어오겠다고 하면 부지를 찾아보고 전기나 기반시설, 인허가 문제를 관계기관과 협의하는 것은 경제부시장의 통상적인 업무로 특정인에게만 한 일이 아니었다. 다른 기업에도 하던 일을 일부만 떼어 특혜로 해석하면 공무원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미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사건이다. 판결을 다시 다투려면 별도의 재심 절차가 필요한데 재판에서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보나.
“수사와 재판을 다시 겪는 게 너무 힘들어 재심까지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재판 과정에서 내가 제출할 수 있는 증거는 대부분 냈고 변론도 했다. 그런데 딱 하나 확인하지 못 한 것이 돈을 준 친구의 수사기록 전체다. 검찰이 친구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내 사건까지 이어졌고 두 사건이 맞물려 진행됐기 때문에 나를 조사하기 전후로 친구를 언제, 몇 차례 불렀고 어떤 조사를 했는지까지 확인했어야 한다. 진술이 바뀐 시점과 친구 회사나 가족에 대한 수사가 진행된 시점을 함께 놓고 보면 당시 상황을 더 정확히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검찰은 없는 범죄를 만드는 기관이 아니라 숨은 범죄를 밝히는 기관이 아닌가.”
―검찰미래위를 두고 정치적 사건이 지나치게 많다는 비판도 나온다.
“검찰개혁이 특정 정치세력과 검찰의 싸움으로만 비치면 국민적 공감을 얻기 어렵다. 정치사건뿐 아니라 검찰 수사 과정에서 부당한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하는 일반 국민들의 사례도 들여다봐야 한다. 그래야 국민제안을 받은 의미도 있다고 생각한다. 내 사건 역시 정치적 사건을 처리하기 위한 ‘물타기’로 포함됐다는 비판을 받고 싶지 않다.”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조건 무죄라는 결론을 내려달라는 것이 아니다. 내 주장만 믿어달라는 것도 아니다. 검찰이 어떤 과정을 거쳐 사건을 구성했는지 당시 수사기록과 자료를 놓고 객관적으로 다시 확인해 잘못이 있었다면 밝혀지고, 앞으로 비슷한 일이 반복되지 않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검찰미래위는 향후 진상조사단을 통해 과거 검찰권 행사 과정에서 인권침해나 권한남용이 있었는지 살펴보고 재발방지책 등을 권고할 예정이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