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츠켄 삼바’는 배우 마쓰다이라 켄(애칭 마츠켄·72)이 자신의 가요쇼 무대에서 선보이기 위해 만든 노래였다. 여러 버전 가운데 가장 유명한 곡이 2004년 대히트를 기록한 ‘마츠켄 삼바Ⅱ’다. 오랫동안 시대극 스타로 사랑받아 온 원로 배우 마쓰다이라가 화려한 금빛 의상을 휘감고 흥겨운 리듬에 맞춰 삼바를 추는 모습은 당시로선 파격 그 자체였다.
흥미로운 건 인기가 한때의 유행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10~20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마츠켄 붐’이 일고 있다.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뮤직비디오는 조회 수 3600만 회를 넘어섰고, 운동회 등 각종 학교 행사에서도 사용되며 어린이들에게까지 친숙한 노래가 됐다. 팝업스토어와 상업시설의 협업도 잇따르며 등장할 때마다 소셜미디어(SNS)에서 화제를 모은다.
이 노래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일본 언론들이 주목하는 키워드는 ‘행복감’이다. 보고 있으면 이유 없이 기분이 좋아지고, 정치나 사회 갈등과도 거리가 멀다. 나이도 취향도 크게 타지 않는다. SNS에서 단 몇 초만 마주쳐도 곧바로 즐길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일본 매체 ‘앳다임’에 따르면 “최근 일본에서는 ‘다행감(多幸感)’이 하나의 소비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다행감은 강하게 느끼는 행복감을 뜻하는 말로, 보기만 해도 마음이 밝아지는 콘텐츠나 메이크업, 캐릭터 등을 설명하는 표현으로도 폭넓게 쓰인다. 앳다임은 “마츠켄 삼바가 꾸준히 사랑받는 배경에도 이처럼 ‘불안의 시대가 원하는 행복감’이 있다”고 분석했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정보와 감정에 지친 사람들에게 별다른 설명 없이도 웃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작은 위안이 된다는 것이다.
#Z세대까지 홀린 ‘행복 아이콘’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인기 비결은 ‘참여성’이다. 마츠켄 삼바는 가만히 앉아 감상하는 노래가 아니다. 춤을 따라 하고 “오레!”를 외치며 누구나 쉽게 끼어들 수 있다. 영상의 배경음악으로 쓰거나 밈으로 만들어 공유하기도 한다. 강렬한 인트로와 단순하고 중독성 있는 후렴, 따라 하기 쉬운 춤, 한눈에 각인되는 황금빛 비주얼까지. 2000년대에 탄생했지만, 지금의 숏폼 시대와 놀라울 만큼 궁합이 좋다.

노래 한 곡에서 시작된 유쾌한 이미지는 굿즈와 협업으로 뻗어 나가면서 기업들이 탐내는 ‘캐릭터 IP’로까지 진화하고 있다. 그 위력을 보여준 것이 요코하마 핫케이지마 씨파라다이스다. 이곳에서는 지난 4월 17일부터 5월 7일까지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마츠켄투성이 유원지’가 열렸다. 그동안 ‘스파이 패밀리(SPY×FAMILY)’ ‘보노보노’ 등 인기 캐릭터와 협업해 온 씨파라다이스가 올해는 마츠켄을 택한 것이다.
콘셉트는 확실했다. 어디를 가도 마츠켄, 무엇을 해도 마츠켄 삼바다. 마츠켄의 얼굴로 뒤덮인 장식과 포토존, 협업 어트랙션과 한정 굿즈가 등장했다. 공원을 누비는 ‘마츠켄 트레인’과 무료로 나눠준 ‘마츠켄 가면’도 큰 인기를 끌었다. 흥행은 숫자로도 확인됐다. 시설 측에 따르면 방문객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6% 증가했다고 한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