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감독이 베네치아영화제에서 수상한 것은 2002년 ‘오아시스’로 감독상을 받은지 24년 만이다. 당시 주연 배우 문소리도 신인 배우상을 받았다. 한국 영화가 베네치아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수상한 것도 2012년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황금사자상을 받은 이후 14년 만이다.
이 감독은 수상소감에서 동생이자 제작자인 이준동 파인하우스필름 대표와 공동 각본을 쓴 오정미 작가, 전도연·설경구·조인성·조여정 등 주연 배우들을 차례로 언급하며 감사를 전했다. 영화에 투자한 넷플릭스와 가족에게도 감사의 뜻을 밝혔다.
이어 “노동이 사라져 가는 시대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끊어져 가는 시대에 영화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영화가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질문하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들었다”며 “이 상을 주신 것은 그 질문을 계속하라는 뜻으로 알겠다”고 말했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홍콩 거장 두치펑(두기봉) 감독은 “이 감독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성숙하고 섬세한 성찰이 담긴 작품”이라며 “나는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깊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가능한 사랑’은 ‘버닝’(2018) 이후 이 감독이 8년 만에 내놓은 장편 신작이다. 해고 노동자 호석(설경구 분)과 아내 미옥(전도연 분), 이들의 삶을 다큐멘터리에 담으려는 감독 예지(조여정 분)와 그의 남편 상우(조인성 분) 등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두 부부가 다큐멘터리 제작을 계기로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는 9월 6일 베네치아영화제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상영 직후 약 7분간 기립박수를 받았으며, 영화제 기간 현지 비평가들의 평점에서도 줄곧 상위권을 유지해 수상 가능성이 거론됐다.
‘가능한 사랑’은 폐막식에 앞서 국제영화비평가연맹(FIPRESCI)상도 받았다.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은 세계 각국 영화평론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영화제 출품작 가운데 우수작을 선정해 수여하는 상이다. 국제비평가연맹은 ‘가능한 사랑’에 대해 “미묘한 역학 게임을 완벽한 속도감과 여러 층위로 그려낸다”며 “착취, 계급, 사랑, 욕망, 소유, 이야기의 윤리를 탐구한다”고 평가했다.
‘가능한 사랑’은 베네치아 수상에 이어 국제영화제 순회와 함께 본격적인 미국 아카데미시상식(오스카) 레이스에 나선다. 토론토·뉴욕·산세바스티안·취리히·밴쿠버 등 주요 국제영화제에 잇따라 초청됐다. 지난달 25일에는 제99회 오스카 국제장편영화 부문 한국 대표작으로도 선정됐다. 국제장편영화 부문 예비후보 선정 여부는 올해 말 가려진다. 영화는 오는 9월 23일 국내 극장에서 개봉한 뒤 11월 6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다
한편 올해 베네치아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은 덴마크 마이 엘투키 감독의 ‘우먼 언노운’에 돌아갔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덴마크를 배경으로 독일군 병사와 관계를 맺었던 과거 때문에 사회적 낙인에 직면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감독상인 은사자상은 소련 물리학자 레프 란다우를 소재로 한 ‘다우’의 일리야 흐르자놉스키 감독이 차지했다. 황금사자상을 비롯한 주요 수상작 발표를 끝으로 9월 2일 개막한 제83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는 9월 12일 막을 내렸다.
한승구 기자 win9@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