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래 없이 마른기침이 계속된다면 어떨까. 먼저 ‘기침형 천식’을 의심해볼 만하다. 일반적인 천식과 달리 숨을 쉴 때 쌕쌕거리는 천명이나 뚜렷한 호흡곤란 없이 기침만 오래 이어지는 게 특징이다. 밤이나 새벽에 심해지는 경우가 많고, 찬 공기를 마시거나 운동을 할 때 기침이 도드라지기도 한다. 어린 시절 천식을 앓은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
의외의 복병은 역류성 식도염이다. 흔히 속쓰림이나 잦은 트림을 떠올리지만, 이런 증상 없이 기침만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때 눈여겨볼 것은 기침이 심해지는 시간과 자세다. 밤에 잠자리에 들거나 몸을 눕혔을 때 유독 기침이 심해진다면 위산 역류가 원인일 가능성을 살펴봐야 한다. 도쿄 의료기관 ‘요쓰야 메디컬큐브’의 세키 요스케 부장은 “역류성 식도염을 오래 방치하면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조기에 진료받을 것”을 권했다.
이 밖에도 매일 먹는 약이 마른기침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고혈압 치료에 쓰이는 ‘ACE 억제제’가 대표적이다. 약을 먹기 시작한 뒤 없던 마른기침이 생겼다면 의사와 상의해 약을 조정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② 가래가 끓는 습성 기침
마른기침과 달리 가래나 콧물이 섞인 듯 탁한 소리가 난다면 ‘습성 기침’이다. 이런 기침은 가래의 색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호흡기내과 전문의 오타니 요시오는 “먼저 부비동염이나 알레르기성 비염 때문에 콧물이 목 뒤로 넘어가는 ‘후비루’를 원인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고 전했다.
또 하나 경계해야 할 질환은 폐렴이다. 폐렴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이 폐에 감염돼 생기는데, 반드시 고열이 나는 것은 아니다. 고령자는 열이 뚜렷하지 않을 때도 있다. 노랗거나 초록빛을 띠는 끈적한 ‘농성 가래’가 계속된다면 세균 감염 가능성이 있으니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핵도 염두에 둬야 한다. 과거의 질병처럼 여겨지지만, 국내에서도 여전히 매년 1만 명이 넘는 폐결핵 환자가 발생한다. 폐결핵은 오래가는 기침과 함께 가래나 객혈을 동반하기도 한다.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오는 ‘혈담’은 폐암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인 만큼 결코 가볍게 넘겨선 안 된다.
③ ‘쌕쌕’ 소리 나는 기침
숨을 내쉴 때 ‘쌕쌕’ ‘휘휘’ 하는 소리가 난다면 좀 더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이런 소리는 기도가 좁아질 때 나타나며, 대표적으로 천식을 들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질환이 숨어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중에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심부전이다. 홋카이도정보대학 의료정보학부 사토 히로키 교수는 “심장 기능이 떨어지면 혈액이 원활하게 순환하지 못하면서 폐에 혈액과 수분이 정체된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기침이 나거나 숨이 차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계단을 오르거나 걷는 등 몸을 움직일 때 기침과 숨참이 심해지고, 밤에 누웠을 때 증상이 두드러진다면 심부전을 의심해볼 수 있다. 여기에 심한 호흡곤란이나 가슴 통증까지 동반된다면 심근경색 등 응급질환 가능성도 있어 즉시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기침과 숨찬 증상이 오래 이어진다면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나 ‘천식-COPD 중복(ACO)’도 의심해볼 만하다. COPD는 흡연이 주요 위험 요인으로, 기도가 좁아지면서 기침이 나고 숨쉬기가 힘들어지는 질환이다. ACO는 천식과 COPD의 특징이 함께 보이는 경우를 말한다. 웃거나 찬 공기를 들이마실 때 기침이 심해지는 등 작은 자극에도 기침이 유발될 수 있다. 상태가 악화되면 호흡곤란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한번 시작하면 기침이 연속적으로 이어져 쉽게 멈추지 않는 발작성 기침도 있다. 대표적인 원인으로 마이코플라스마 감염증과 백일해가 꼽힌다. 오타니 요시오 전문의는 “마이코플라스마라고 하면 흔히 폐렴을 떠올리지만, 폐렴으로 진행되지 않고 기관지염에 그치면서 기침만 오래가는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백일해는 발작적인 기침이 오랫동안 이어지는 급성 호흡기 감염병이다. ‘백일(百日)’이라는 이름도 기침이 수주에서 수개월까지 길게 지속될 수 있는 데서 유래했다. 어린이는 심하게 기침한 뒤 숨을 들이마실 때 ‘흡’ 하는 특징적인 소리가 나기도 하지만, 성인은 전형적인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구별하기 쉽지 않다. 증상이 심하면 구토를 하거나 드물게 갈비뼈가 골절되는 등 합병증이 생기기도 한다. 발작성 기침이 좀처럼 멎지 않는다면 일반 감기약에만 의존하지 말고, 반드시 진료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
⑤ 기침, 언제 병원에 가야 할까
기침은 워낙 흔한 증상이다. 감기를 비롯해 음식을 먹다 사레가 들리거나 꽃가루 등 알레르기 물질에 노출됐을 때도 기침이 날 수 있다. 일시적인 기침은 대부분 저절로 좋아진다. 이 때문에 기침이 계속돼도 ‘이 정도로 병원까지 가야 하나’ 싶어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다.
그렇다면 기침이 얼마나 오래가면 진료를 받아야 할까. 오타니 요시오 전문의는 “별다른 증상이 없더라도 기침이 2주 이상 계속된다면 의료기관을 찾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진료를 받아도 뚜렷한 원인을 찾기 어렵다면 흉부 엑스레이 검사를 통해 폐렴이나 결핵, 폐암 등 다른 질환이 숨어 있지 않은지 확인해볼 것”을 권했다.
평소와 다른 기침이 이어진다면 몸 상태를 점검해볼 때다. 일시적인 증상으로 넘기지 말고 제때 원인을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