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일본 X(옛 트위터)에 올라온 한 장의 사진이 큰 관심을 끌었다. 사진 속에는 고장 난 닌텐도 스위치2의 수리 명세서가 담겨 있었다. 본체뿐 아니라 조이콘과 독(Dock), AC 어댑터까지 물에 젖은 것으로 판정돼 교체해야 할 부품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그런데 명세서 맨 아래 찍힌 수리비는 ‘0엔’이었다.
사연이 알려지면서 닌텐도를 향한 호평이 이어졌다. 게시물에는 13만 개가 넘는 ‘좋아요’가 달렸고, “역시 닌텐도다” “닌텐도는 평생 응원하고 싶다”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과거 자신도 닌텐도로부터 좋은 서비스를 받았다며 경험담을 꺼내놓는 이용자들도 적지 않았다.

한 번이라면 미담으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같은 선택이 거듭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 기업이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지가 선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일본 IT 전문매체 ‘미디어믹시’도 거듭되는 닌텐도의 재난 지원에 주목했다. 매체는 닌텐도에 ‘재난 대응의 틀’이 자리 잡고 있다고 짚었다.

그렇다면 이런 무상수리가 닌텐도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미디어믹시는 “무상수리를 사회공헌으로만 보는 것은 일면적”이라고 지적한다. 오늘날 게임기는 단순한 전자제품이 아니다. 다운로드한 게임과 세이브 데이터, 계정, 온라인 서비스가 촘촘하게 연결된 하나의 플랫폼이다. 고장 난 게임기 한 대를 다시 작동시키는 것은 고객과 닌텐도의 연결을 이어가는 일이기도 하다.

게임기가 오래 살아남을수록 게임과 온라인 서비스를 판매할 기회도 함께 늘어난다. 그런 점에서 재난 피해 제품의 무상수리는 사회공헌인 동시에 고객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장기적인 투자로도 해석할 수 있다.
닌텐도가 중요하게 제시하는 경영 방향 중 하나는 ‘고객과의 장기적인 관계’다. 더 많은 사람이 닌텐도의 게임과 캐릭터를 좋아하게 만들고, 한번 맺은 고객과의 관계를 오래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마리오나 젤다를 좋아했던 아이가 어른이 되어 새로운 게임을 사고, 훗날 자신의 아이와 다시 함께 게임을 즐긴다. 닌텐도가 말하는 ‘세대를 넘어 오래 사랑받는 존재’는 이런 모습에 가깝다.

일본에서는 게임의 무대를 고령자 시설로 넓혔다. 고령자 주거시설을 운영하는 곳과 손잡고 전국 약 200개 시설에 닌텐도 스위치를 도입했다. 앉아서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몸을 움직이고, 입주자끼리 어울리거나 어린이들과 교류하는 데 활용한다.
기업의 철학은 그럴듯한 문구보다 고객이 실제로 무엇을 경험했느냐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런 점에서 수해로 망가진 게임기의 수리 명세서에 찍힌 ‘0엔’은 꽤 상징적인 숫자다. “사람들을 미소 짓게 하겠다”는 말이 한 이용자에게는 실제 경험이 됐고, 그 경험은 다시 “평생 응원하고 싶다”는 반응으로 돌아왔다.
닌텐도에 입사하려면? “게임 천재보다 ‘세 가지’ 갖춘 사람”
닌텐도에 들어가려면 게임을 누구보다 잘하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넘쳐야 할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닌텐도가 인재를 바라볼 때 중요하게 여기는 키워드는 독창성·유연성·성실함이다. 독창성은 남들과 다른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내는 힘, 유연성은 과거의 성공이나 상식에 얽매이지 않고 변화에 대응하는 태도를 뜻한다. 여기에 일을 진지하게 대하고 스스로 돌아보며 발전하려는 성실함을 더한다.
후루카와 슌타로 닌텐도 사장은 채용 메시지에서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갖춘 개성 있는 인재를 언급하며 “어려움에 맞서 긍정적으로 도전을 이어갈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다”고 밝혔다. 협업도 중요하다. 닌텐도는 게임과 엔터테인먼트를 만드는 일이 한 사람의 힘만으로 완성될 수 없다고 본다. 서로 다른 관점과 강점을 지닌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주고받고 함께 결과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강조한다. 결국, 닌텐도가 찾는 인재는 혼자 빛나는 ‘천재’라기보다 자신만의 강점을 갖고 동료와 함께 새로운 재미에 도전하는 사람이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