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딕토 16세가 고 김수환 추기경과 함께한 장면(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일요신문]
로마가톨릭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오늘 28일 퇴위하기로 결정했다.
베네딕토 16세는 11일 추기경 회의에서 “하느님 앞에서 양심을 거듭 성찰해본 뒤 고령으로 기력이 떨어져 더는 교황 직무 수행에 적합하지 않다고 확신하게 됐다”며 28일 오후 8시에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베네딕토 16세가 퇴위하면 1415년 그레고리 12세가 추기경들에 의해 파면돼 강제적으로 사임한 이후 598년 만에 처음으로 선종에 앞서 퇴위하는 교황이 된다. 특히 종신직인 교황이 265대까지 이어지는 동안 교황이 자진해서 사임한 것은 1294년 첼레스티노 5세가 유일했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첼레스티노 5세는 교황청이 나폴리 왕에게 장악당하고 행정력 부족 등을 이유로 추기경들의 신뢰가 떨어지자 즉위 5개월 만에 “임무를 수행할 수 없을 것으로 느낀다”며 사임한 바 있다.
베네딕토 16세는 퇴위 발표에서 “이 (퇴위) 행위의 중대성을 잘 알고 있으며 교황직 퇴위 선언은 완전한 자유 의지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최근 연설문을 읽기 힘들 정도로 기력이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베네딕토 16세는 2010년 11월 출간된 저서 '세상의 빛'에서 “교황 업무 수행이 어려울 경우 스스로 물러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교황청은 3월 추기경단 비밀회의인 콘클라베를 열어 후임 교황을 선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네딕토 16세는 2005년 4월 19일 78세의 나이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뒤를 이어 제265대 교황에 올랐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