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국현 전 대표
정치컨설턴트 이재관 마레컴 대표는 “문국현 전 대표와 안철수 전 교수는 여러모로 닮았지만 엄연히 밑천과 체급이 다르다고 본다”며 “중도 사퇴하긴 했어도 안 전 교수는 대선 막판까지 여론조사 지지율이 40%를 넘을 정도로 문 전 대표보다 훨씬 대권과 가까웠다”라고 전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신당’이 만들어지는 것은 기정사실화됐다. 안 전 교수로서는 이번 보궐 선거를 통해 신당 창당의 원동력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번 노원병 출마는 문국현 전 대표의 은평구 출마와 비교했을 때 명분과 함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관 대표는 “18대 총선 때 이재오 당시 후보는 이명박 정부의 실세이자 대운하 전도사였다. 유한킴벌리 사장을 지낸 문국현 전 대표는 ‘친환경주의자’ 이미지가 강했다. 은평구에 출마할 명분이 있었던 셈”이라고 전했다. 전계완 매일P&I 대표도 “안 전 교수의 노원병 출마는 지나치게 정치 공학적으로 접근한 것이 아닌가 싶다”라고 전했다.
자칫하면 안철수 신당이 창조한국당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급조된 창조한국당은 지난해 19대 총선에서 지역구 의석 획득에 실패했고, 비례대표 정당 득표에서도 0.43%를 얻으면서 정당 등록이 취소됐다. 복수의 정치평론가들은 창조한국당의 실패 이유로 ‘1인 사당화’를 꼽았다.
이재관 대표는 “개인을 중심으로 가는 정당은 위험하다. 창조한국당은 지역 기반도 없었다. 이재오 의원을 물리치고 국회에 입성했던 문 전 대표는 교섭단체 구성을 위해 자유선진당과 손을 잡았는데 그의 기존 이미지와 상반되는 행위였고 명분이 없는 행위였다. 이때부터 창조한국당은 무너지기 시작했다”라고 전했다. 안철수 신당 역시 ‘개인 안철수’를 중심으로 꾸려진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 역시 “안철수 신당은 1인 정당이 아닌 대중정당이 되어야 한다. 안철수 현상은 안철수 개인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광범위하게 사람을 모아 함께 가야한다”고 전했다. 김대진 정치컨설턴트는 “창조한국당은 대선 끝나고 3개월 만에 총선을 맞았다. 반면 ‘안철수 신당’은 다음 큰 선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있다. 현재 꺼지지 않고 있는 안철수 현상만 잘 유지하고 야권 정치인들이 갈 곳을 찾아 헤매는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라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컨설턴트는 “안철수 신당이 성공하려면 2014년 지방선거에서 ‘공천장사’를 잘 해야 한다. 현재 민주당 내부에서는 ‘지방선거 때 공천 받아봤자 떨어진다’는 분위기가 강하게 형성돼 있다. 이를 잘 활용한다면 신당에 사람이 대거 몰릴 수 있다”라며 “문국현 전 대표가 교섭단체 구성을 위해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와 연대를 모색했던 것처럼 박원순 서울시장을 끌어들인다면 성공 확률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김임수·배해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