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신세계는 신세계투자개발을 계열사로 편입했다. 신세계투자개발은 지난해 말 자본금 10억 원으로 설립한 부동산 개발·임대업 전문 회사다. 신세계투자개발은 롯데와 벌이고 있는 인천종합터미널 부지 확보전을 위해 설립한 회사로 알려져 있다. 일부 신세계 직원들조차 이 같은 점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신세계 측의 공식적인 얘기는 다르다.
신세계 관계자는 “인천터미널 부지뿐 아니라 그룹 차원에서 하는 용지 매입과 부지 개발 사업 등을 담당할 것”이라며 “복합쇼핑몰 등에 대한 외국인 투자 유치와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인천터미널 부지 확보만 위해 설립한 회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유통업체들의 경우 부동산 개발 관련, 소규모 계열사 혹은 자회사가 설립되고 없어지는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전국 중요 점포에는 각각 그곳 부동산 문제만 전담하는 자회사가 따로 있을 정도”라며 “그 회사들이 벌어들이는 수익도 꽤 짭짤하다”고 귀띔했다. 게다가 유통업체의 점포 자리나 예정 부지는 하나같이 목이 좋은 곳들이라 잘 하면 큰 시세 차익을 얻을 수도 있다.
대기업 중에는 외자 유치와 용지 매입이 아닌, 자사 보유 부동산 개발 사업을 전담하는 계열사를 두고 있기도 하다. 재계에서 ‘땅부자’로 유명한 롯데는 롯데자산개발이 그룹 보유 부동산 개발을 도맡아 하고 있다.
유통업체뿐 아니다. 웬만한 대기업들은 부동산 개발 사업 계열사·자회사를 가지고 있다. 건설계열사를 둔 대기업은 물론 KT 같은 통신회사도 임대·개발 사업을 위해 KT에스테이션이라는 부동산 개발 전문 회사를 설립한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부동산 개발 회사는 적은 자본으로 쉽게 설립할 수 있는 데다 그룹의 부동산 개발 계획과 사업을 전부 담당함으로써 짧은 시간 내에 급격히 몸집을 불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감 몰아주기 방식의 하나인 셈이다.
임대사업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임대사업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 중 하나가 공실률인데, 계열사들을 입주시키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된다. 그야말로 ‘땅 짚고 헤엄치기’나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방문해 “대기업들이 부동산을 과도하게 사들인다”고 지적했던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사실 대기업이 부동산 개발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현상도 아니다. 하지만 기술이나 설비투자 없이 현금만 쌓아놓은 채 신사업이랍시고 부동산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지난 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요 상장사 147개사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을 포함한 현금성 자산 규모는 126조 7738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37% 늘어난 수치다. 삼성전자가 2011년 말 26조 8800억 원에서 지난해 말 37조 4500억 원으로 39.3% 증가했고 현대차는 15조 4150억 원에서 19조 1430억 원으로 24.1% 늘었다. LG디스플레이는 3000억 원, 포스코는 800억 원 증가했다. 경제 전망이 불투명한 탓에 주요 기업들이 투자에 소극적이었다는 의미다. 설비투자에는 몸을 사리면서도 부동산 개발 사업에 대해서는 적극적이었던 것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부동산사업이 결코 쉽지 않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부동산사업은 첨단기법이 필요한 데다 미래예측산업”이라며 “단순히 투자 개념이나 매매 위주로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항변했다. 이 관계자는 “개발사업의 경우 리모델링을 할 것인지, 용도를 변경할 것인지, 아예 허물고 새로 지어야 할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며 “미래예측이 정확하지 않으면 큰 위험을 안고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회사가 한순간에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