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의 대형 신축 빌딩 관리 우선협상대상자에 LG 계열사인 서브원이 선정됐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전경련은 오는 7월 완공 예정인 신축 빌딩(FKI타워) 관리 우선협상대상 업체로 서브원을 선정했다고 지난 2월 25일 밝혔다. 서브원은 입찰에 참여한 삼성에버랜드, 한화 63시티 등을 따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기간과 금액 등 최종 계약이 성사되면 서브원은 전경련의 새로운 회관으로 주목받고 있는 대형 빌딩을 관리하게 된다.
새로운 전경련회관은 올해 건물자산관리 시장 최대어로 꼽히고 있을 만큼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관리업체 입장에서 보면 매출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전경련 신축 회관의 경우 관리에 대한 매출은 연간 70억 원 정도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서브원의 FM(Facility Management, 건물의 시설관리, 운영, 자산관리 등 건물과 관련한 제반사항을 모두 서비스하는 사업) 부문 매출 규모에 비춰볼 때 큰 사업은 아니지만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 회사를 꿈꾸는 서브원으로서는 큰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또 대외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수입원을 하나 확보했다는 것도 의미 있다.
서브원은 (주)LG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 (주)LG의 최대주주는 10.91%를 보유하고 있는 구본무 회장이다. 또 구 회장의 친동생들인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7.72%,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 5.13%를 보유하고 있으며 구 회장의 양아들이자 그룹 후계자로 알려져 있는 구광모 LG전자 부장이 4.72%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지분을 합하면 28.48%이며 여기에다 구씨 집안과 특수관계인들의 지분까지 합하면 48.59%다. 게다가 구본무 회장이 2012년 3월까지 서브원의 대표이사를 맡기도 했다. 대기업 회장이 직접 MRO업체 대표를 맡았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서브원은 구본무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 회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브원의 2011년 매출은 4조 6028억 원, 영업이익은 1849억 원, 당기순이익은 1159억 원. 지난해 실적은 3분기까지 매출 3조 2007억 원, 영업이익 1174억 원, 당기순이익 782억 원을 기록했다. 눈에 띄는 점은 배당이다. 2010년 1주당 6000원을 배당한 서브원은 2011년에는 8000원으로 배당성향(당기순이익에 대한 현금배당액 비율)이 35%를 넘었다. 서브원 관계자는 “지난해는 아직 이사회가 열리지 않아 배당에 대해 결정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이에 대해 서브원 관계자는 “지난 1월 동반위로부터 ‘시정 및 향후준수계획’ 공문을 받았으며 곧바로 ‘준수하겠다’는 회신을 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비록 연간 70억 원 규모에 불과하지만 전경련 신축 빌딩 관리를 맡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일부에서는 전경련과 LG의 관계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1999년 이른바 ‘반도체 빅딜’ 이후 전경련과 거리를 두고 있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자리 등에만 출석할 뿐이다. 최근 구 회장이 전경련에 발을 디딘 것은 지난해 12월 26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 당선인이 전경련을 방문했던 때다.
재계에서 LG의 위상을 생각할 때 구본무 회장이 전경련에 성의를 보이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큰 차이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허창수 회장이 전경련 회장으로 추대될 때 미션 중 하나가 구본무 회장의 전경련 복귀라는 말이 있었다”고 전했다. 구 회장의 마음을 돌리는 데 사돈인 허 회장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구 회장은 아직까지 전경련에 큰 뜻을 두지 않고 있다.
전경련이 새로운 빌딩으로 회관을 옮기면서 구 회장에게 준 ‘선물’이 전경련을 향한 구 회장의 얼어붙은 마음을 조금이나마 녹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해석도 적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구본무 회장을 향한 전경련의 구애로 보일 수 있다”며 “구 회장과 서브원으로서는 내부거래 비중을 줄일 수 있고 중소기업 영역을 침범한 것도 아닌 터여서 여러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구 회장의 사돈인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지난 2월 21일 정식으로 전경련 회장을 연임하게 됐다. 전경련 측은 “평가 점수에 따라 서브원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서브원 측 역시 “아직 최종 결정이 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