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팀 인천 유니폼을 입은 이천수는 마지막 투혼을 불태우겠다는 각오다. 사진제공=인천 유나이티드
# 축구는 정치다?
2009년 여름, 전남 드래곤즈의 요청으로 프로축구연맹이 임의탈퇴 선수로 공시하면서 이천수는 전남이 풀어주지 않으면 국내 어디에서든 뛸 수 없었다. ‘사고뭉치’로 각인된 이천수의 컴백은 시간이 지날수록 요원해 보였다. 만약 축구계 혹은 아주 높은 곳으로부터 내려온 도움과 명령(?)이 아니었다면 이번에도 불가능할뻔 했다.
시작은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새누리당 국회의원)이었다. 인천에 줄을 대면서도 전남의 강한 자세로 실마리를 풀지 못하던 이천수는 작년 말 정 명예회장과 허정무 축구협회 부회장, 김정남 프로축구연맹 부총재 등 몇몇 유력 인사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천수를 유난히 아낀 정 명예회장은 전남의 모기업 포스코에 선처해줄 것을 부탁했다.
이 과정에서 인천 구단주 송영길 인천광역시장(민주통합당)의 역할도 컸다. 인천이라는 같은 배를 탔던 허 부회장이 감독직을 내려놓으며 발생된 마케팅 공백을 메워야 했다. 흥행을 위해, 또한 구단 생존을 위해 특급 스타가 필요했고, 마침 고향까지 인천인 이천수를 떠올렸던 것이다. 구단주로서 송 시장은 인천 프런트에 복귀 프로젝트를 지시했고 본격적인 영입 움직임이 작년부터 이뤄졌다. 정확한 시점은 김남일과 설기현을 영입한 작년 1월 이후로 알려지지만 더 적극적인 영입 작업이 시작된 건 허 부회장이 인천을 떠나면서부터였다. 이천수의 복귀 프로젝트가 축구계가 아닌, 정치적인 루트를 통해 이뤄졌다는 비난도 함께 나올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이유였다.
일련의 이천수 사태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전남은 정치권이 개입하면서 졸지에 가해자가 되는 이해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복수의 축구인은 “이천수는 마지막까지 진정성을 보이지 않았다. 복귀를 위해 영향력이 큰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고, 자신에 우호적인 일부 매체를 통해 여론몰이를 했다. 포스코가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또 다른 축구인도 “이천수는 복귀 협상 중에도 중동 리그 이적도 함께 추진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뛰고 싶어 이적을 추진한 게 아니라 인천이나 다른 국내 구단에 ‘내가 타 리그의 오퍼를 받았는데 이토록 K리그 클래식에 애착을 갖고 있다’는 걸 보이기 위한 행동이었다. 이적 추진을 도와준 사람은 어떻게 되는가. 결국 또 다른 눈속임이었다. 끝없이 피해자를 양산하는 대단한 능력을 지녔다”고 일갈했다.
설기현, 송영길 인천시장, 이천수, 김봉길 감독, 김남일(왼쪽부터)이 파이팅을 하고 있다.
항간에서는 “그래도 이천수가 제 몫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낸다. 실력이나 잠재력만큼은 인성과 사생활, 과거 행적을 뛰어넘기 충분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좀 더 냉정히 말해 이천수의 전성기는 지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에서도 ‘쉬운 과정은 아닐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더욱이 사우디-일본을 다녀온 뒤 1년 이상을 쉬었다. 아무리 개인 훈련을 했다지만 축구는 단체 스포츠다.
다만 한 시절을 화려하게 수놓았던 천재성은 부연 설명이 필요 없다. 탁월한 킥 감각을 지닌 데다 전술적인 활용가치도 높다. 미드필더부터 공격수까지 다양한 전술 옵션으로 기용할 수 있다. 인천 김봉길 감독 역시 “선수 이천수의 기량은 충분히 높다”고 했다. 물론 “좀 더 시간이 지난 뒤”라는 단서를 단 후였다. 떠돌이 시절을 보내는 동안, 이천수는 동아리 축구에서 재능기부와 동시에 꾸준히 몸을 만들어 왔다고 했다. 하지만 거친 프로에서의 90분과 아마추어에서의 90분은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 이천수가 개인적인 성향이 짙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김남일이나 설기현 등 베테랑 외에는 딱히 내로라할 만한 스타플레이어 없는 인천의 최대 자랑은 끈끈한 팀워크였다. ‘선수’로서 가치는 높아도 ‘팀원’ 이천수의 가치는 낮다는 인식이 주를 이룬다. 기존 선수들도 이천수의 영입을 마냥 반긴 건 아니었다고 한다. 벌써부터 잡음이 들려온다. 이천수가 또 사고를 치고 물의를 일으킨다면 그 책임은 본인뿐 아니라 그의 복귀를 도운 다수 인사들에게도 돌아간다. 일단 인천은 이천수의 투입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세웠다. 그토록 꿈꿨던 ‘필드 복귀’는 이뤘지만 이천수가 풀어가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
이천수 결혼설 “사실무근…재기가 먼저” 이천수의 K리그 복귀 무렵, 축구계에는 때 아닌 이천수의 결혼설이 나돌았다. 결혼 상대의 직업과 현재 근황이 구체적으로 제시됐고, 이미 결혼식 날짜를 잡고, 예식장까지 예약을 했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그러나 이천수의 측근은 이천수의 결혼에 대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 프로축구 무대에 복귀한 그가 지금 결혼하기엔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 이전부터 증권가 정보지를 통해 이천수의 열애설이 종종 나돌았던 것처럼, 결혼설 또한 그러한 근거 없는 소문 중 하나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천수와 함께 인천에서 뛰고 있는 A 선수는 자신도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었다. 복귀는 했지만, 아직 제대로 그라운드를 밟지 못한 이천수로선 결혼보다는 성공적인 재기가 더 시급한 게 아니냐는 것. 그 또한 결혼시기가 적절치 않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이천수는 그동안 미스코리아 출신 및 연예인들과의 염문설이 끊이지 않았다. 그가 만났던 여자 연예인들만 해도 한둘이 아니었던 것. 축구장 밖에서 떠돌던 시간이 많았던 만큼 그도 하루 빨리 가정을 갖고 안정을 되찾고 싶어 하지만, 그의 지인들은 ‘설령 결혼을 한다고 해도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는 말을 공통적으로 내뱉었다. 한편 이천수를 잘 알고 있는 또 다른 지인 B 씨는 “K리그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선 결혼을 서두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만약 이천수의 결혼이 발표된다고 해도 그건 탓할 일이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