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팀 NC의 사령탑으로 1군에 복귀한 김경문 감독은 지도자에 데뷔하는 기분으로 시즌에 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홍순국 사진전문기자
2011년 6월 두산베어스 감독에서 물러나 1년 9개월 만에 다시 NC의 1군 사령탑으로 모습을 드러낸 김경문 감독은 시범경기를 앞두고선 “마치 입학식을 기다리는 초등학생 같은 설렘이 있다”며 잔뜩 기대를 드러냈다.
‘화수분 야구’의 대명사로 불리는 김 감독을 만나 NC의 전력과 올 시즌 예상 성적에 대해 솔직한 소회를 들어봤다.
김경문 감독은 대만전지훈련 초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NC의 미래이자 마스코트나 다름없었던 나성범이 오른쪽 손바닥 통증을 호소했고, 결국 일본에서 수술을 받고 귀국, 지금은 재활 중이기 때문이다. 인터뷰는 자연스레 나성범 얘기로 시작됐다.
―인터뷰 때마다 나성범에 대한 기대와 칭찬이 자자했다. 그런 주전급 선수가 당분간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된 부분이 NC의 시즌 구상에 막대한 차질을 빚을 것 같다.
▲당연하다. 내가 다친 것보다 성범이가 다친 게 훨씬 더 아프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웃음). 그러나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성범이가 돌아올 때까지 우리 선수들이 잘 버텨주길 바랄 뿐이다. 복귀 시기에 대해 말들이 많은데 수술하고 재활 중이라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성범이가 돌아오길 기다리기보다는 올 시즌 성범이 없이 우리 라인업을 어떻게 잘 꾸려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게 급선무이다. 시즌 시작하기도 전에 벌써 큰 ‘예방주사’를 맞은 것 같다.
―대표팀을 이끌고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장본인이다. 이번 WBC대회에 참가한 한국대표팀의 결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어이쿠, 나 좀 살려주라.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 대표팀 맡고 나 또한 가슴앓이를 많이 해봤기 때문에 류중일 감독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대표팀에 관한 얘기는 김인식, 김성근, 김응용 감독 아니고선 쉽게 논할 부분이 아니다. 류 감독은 또한 상대팀 감독이지 않나. 선수들도 느낀 게 많았을 것이다. 그걸 잊지 않으면 된다.
―너무 몸을 사리시는 게 아닌가(웃음). 그건 그렇고, 시범경기가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1군 무대 체험과 적응에 나선다. 두산 감독직에서 물러난 후 1년 6개월 만에 복귀하는 셈인데 소감이 어떤가.
▲긴장과 설렘이 공존한다. 과연 우리 팀 전력이 1군에서 어느 정도의 스탠스를 유지할지 정말 궁금하다. 그런 점에서 시범경기가 중요하다.
―‘형님’ 격인 8개팀은 상대적으로 ‘막내’ NC와 붙을 때 약간은 편하게 ‘쉬고 가는’ 게임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러다 만약 우리한테 패하기라도 한다면 그 또한 망신 아닌가. 경험과 경력은 절대 부족하지만 패기 면에선 상대팀한테 뒤지지 않을 자신 있다.
―그래도 이 팀은 NC가 해볼 만하다, 하는 팀이 있나.
▲설령 마음속으로 그런 팀이 있다고 해도, 그걸 입 밖에 내는 순간, 그 팀은 NC전에 더 철저히 대비할 것 같아 말해줄 수 없다(웃음). 굳이 적을 만들 필요가 있겠나. 지금 우리는 바짝 엎드려서 상대팀을 예의 주시해야 할 입장이다.
―두산에 대해 어느 감독보다 잘 알고 있는 분이라 NC와 두산전이 롯데전 못지 않은 흥행몰이를 할 것 같다.
▲하하, 나만 두산에 대해 잘 알고 있겠나. 김진욱 감독도 나에 대해 훤히 꿰뚫고 있는 지도자다. 내가 다 안다고 해서 그 팀을 이길 수도 없고, 모른다고 해서 질 수 없는 경우도 생긴다. 그게 야구다. 단, 내가 몸담았던 팀인 만큼 멋진 승부를 펼쳐 보이고 싶다.
―올 시즌 우승이 목표라는 얘기가 들리더라.
▲(깜짝 놀라면서) 무슨 큰 일 날 소리를 하는가. 창단팀이 1군 첫 해부터 우승 운운한다는 게 말이 되겠나. 난 올 시즌 5할 승부와 4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목표로 세웠다. ‘막내팀’이라고 해서 꼴찌 탈출 경쟁을 하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4강 진출을 목표로 하고 선수들을 독려할 것이다.
―NC의 ‘비밀병기’ ‘히든카드’를 꼽는다면?
▲신인 중에서는 권희동이 연일 파워 배팅을 선보이며 이미 깜짝 스타로 떠오를 준비를 마쳤다. FA 신분으로 합류한 주장 이호준도 충분히 ‘히든카드’가 될 수 있다(웃음). NC를 야구인생의 마지막 팀으로 알고 있는 만큼 NC에서 호준이가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투수 이민호, 윤형배, 최금강, 이성민에다 야수 김종호, 모창민, 조영훈까지 모두가 우리의 ‘비밀병기’들이다.
김 감독은 9개팀 감독 중 자신이 한화 김응용 감독 다음의 서열이라며 활짝 웃었다. 그러면서도, “창단팀 막내 감독으로 신분 조정이 된 만큼 이제 막 지도자 데뷔를 하는 기분으로 시즌에 들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 감독은 ‘베테랑’ 감독이란 수식어를 극구 사양했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
“홈구장 섭섭하지만…” 마산야구장에서 롯데와의 경기 모습. 새 구장은 진해 옛 육군대학 부지로 결정됐다. 김경문 감독은 NC 다이노스의 새 야구장이 경남 창원시 진해구 옛 육군대학 부지로 확정된 데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내면서도 행간 속에는 안타까움이 잔뜩 배어 있었다. 김 감독은 야구장 부지가 논란이 됐을 때만 해도 ‘설마’ 했다고 한다. 마산이나 창원시 쪽에 새로운 야구장이 설립될 것이라고 기대했던 부분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상황이었다. “섭섭한 걸 이루 다 말할 수가 없다. 그러나 야구팀인 만큼 실력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마산, 창원 팬들에게 인기있는 구단이 되려면 NC의 힘을 먼저 키우는 게 중요하다. 선수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신경 썼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