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이른 감이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집권 초반부와 박근혜 정부 초반부가 비슷하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유행하는 말로 ‘평행이론’이다. 일부 인사들의 분석은 이렇다.
“점령군같이 등장했던 이명박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대거 청와대로 입성했다. 하지만 곧 광우병 소고기 촛불집회가 시작됐다. 이를 안이하게 봤던 이 전 대통령은 적절한 처방을 하지 않았고, 결국 2008년 6~7월 수습되기 전까지 대국민담화 형식으로 대국민 사과를 3번이나 해야 했다. 그런데 새 정부도 비슷한 길로 가고 있다. 실기(失期)하면 몇 개월은 잃고 만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정부조직 개편안이 국회로 넘어온 뒤에 곧바로 박 대통령은 장관 인선을 발표했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국무위원보다는 청와대 인사부터 해달라고 요청한 것을 박 대통령이 듣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야권은 박 대통령이 개편안을 국회가 처리할 것으로 보고 인선을 한 것 아니냐며, 무시당한 데 대해 뻗치기에 나선 모양새다. 그러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했는데 타이밍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여야 할 것 없이 내놓고 있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솔직히 지금은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보이지 않을 뿐이지 당시 광우병 촛불집회보다 더한 사안”이라며 “문제는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어느 때보다 낮고, 박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 ‘어디 한번 두고 보자’고 하는 부류가 대한민국의 절반에 해당하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김용준, 최대석, 김종훈 등 인사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왜 책임지는 사람이 없느냐는 질문을 내놓고 있다. 또 이명박 정부에서와는 달리 청와대 인사도 언론이 취재하지 않으면 밝히지 않는 ‘물밑 지명’을 하는 데 대해서도 불쾌감이 고조되고 있다. 박 대통령의 노출 빈도도 어느 정부에서보다 적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고 약 3개월 뒤, 공신 중 한 명이었던 정두언 의원이 잘못된 인사를 지적하고 이 대통령과 직접 맞서면서 촛불 정국으로 씨름하던 이 대통령은 국정 드라이브를 걸지 못했다. 최근 새누리당 내부에서 박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에 대해 “한마디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일면서 늑장 출범과 불길이 맞물려 ‘잃어버린 1년’을 자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 전 대통령에게는 그 당시까지만 해도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여의도에서 큰소리를 냈다면 박 대통령에게는 그럴 만한 방패막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이 전 부의장도 이듬해 당내 요구에 의해 2선 후퇴 했을 정도였으니 지금이 어느 때보다 큰 위기인 것만은 부인할 수 없어 보인다.
선우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