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냉면은 전체 면 시장에서 약 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아직은 미미한 셈. 공식적인 시장점유율도 조사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식품업계에서는 “포장냉면 시장이 급속도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여름에만 집중됐던 판매가 사계절로 확대되고 있고 칼로리가 적어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CJ제일제당(CJ)에서는 4종의 포장냉면을 시판 중이다. 경쟁사들에 비하면 다소 적다. CJ에서는 “제품 종류는 적지만 전체 판매량만큼은 다른 곳에 밀리지 않는다”며 “단일 제품 판매 순위를 보면 4종 모두 상위권”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근 소비자의 입맛이 다양해지면서 CJ로서는 종류를 다양하게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경쟁사에서는 포장냉면 기본 아이템인 비빔냉면과 물냉면 이외에도 7~8가지를 더 선보이고 있다. 물론 CJ에서도 ‘뽕잎냉면’ ‘매실냉면’ 등을 판매하고는 있지만 “경쟁사와 대적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포장냉면 판매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쫄면 막국수 등이 없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CJ에서는 “앞으로 많은 제품을 개발해 소비자들의 다양한 입맛을 충족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CJ에서 가장 많은 매출액을 올린 제품은 ‘동치미물냉면’이다. 그래서 올해도 이 제품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한다. 동치미물냉면의 포인트는 바로 육수. 단맛이 풍부한 제주산 무를 사용해 국물이 시원하고 뒷맛이 깔끔하다고 한다. 또한 면발을 가늘고 길게 뽑는 예전 방식을 CJ만의 자체 특허기술로 재현해 “전통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단 2인분에 966g으로 타사 물냉면에 비해 양은 적은 편이다. 가격은 4200원.
CJ 관계자는 “식품업계 1위가 가지는 이점을 살려 다양한 패키지 상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건강이나 맛에서 타사는 흉내조차 낼 수 없다.”
풀무원은 자사 포장냉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현재 풀무원이 내놓고 있는 포장냉면은 총 10종. 여기에 ‘비빔생쫄면’ ‘춘천비빔막국수’ 등을 더하면 16종이다. 종류로만 따지면 업계 1위다. 풀무원은 “그만큼 소비자의 다양한 입맛에 부합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한 후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지난해 판매량도 우리가 1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경쟁사에서는 풀무원을 ‘한 수 아래’로 접어두는 듯한 분위기도 엿볼 수 있다. 종류가 많은 것은 인정하지만 딱히 대표 주자라 부를 만한 제품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풀무원에서는 “근거 없는 소리”라며 펄쩍 뛴다. 자사의 일부 제품은 단일 판매 순위에서도 상위권에 있다는 것.
지난해 풀무원에서 가장 잘 팔렸던 제품은 ‘평양물냉면’이다. 풀무원에 따르면 평양물냉면 육수는 무 파 마늘 양파 등을 직접 우려낸 것에 동치미를 섞어 새콤달콤한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따로 식초를 넣을 필요가 없다고. 면발에는 도토리 가루를 넣어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을 살리는 데 중점을 뒀다”고 한다. 또한 100㎉로 열량이 비교적 낮다는 것도 장점이다. 2인분 990g에 4300원.
풀무원 포장냉면의 특징은 웰빙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클로렐라물냉면. 이 제품은 면에는 클로렐라와 시금치를, 육수엔 한약 재료인 황기를 넣었다.
오뚜기가 ‘냉면’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판매하고 있는 제품은 CJ와 같은 4종이다. 하지만 냉면육수와 냉면사리, 쫄면 소바 등을 합하면 14종으로 올라간다. 오뚜기는 “우리가 포장냉면 원조”라며 “면발이나 육수를 만들어내는 기술력만큼은 가장 앞선다”라고 주장했다. 냉면 고유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것은 오뚜기 제품이라는 것.
하지만 CJ와 풀무원은 “오뚜기 포장냉면의 매출액은 면사랑평양물냉면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냉면사리일 것”이라고 공격한다. CJ엔 냉면사리가 없고 풀무원은 단 한 종류만을 판매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오뚜기를 ‘포장냉면의 변방’ 쯤으로 여기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오뚜기는 “냉면사리를 잘 생산해 내는 업체가 진정한 포장냉면 업체”라고 반박했다.
오뚜기의 지난해 최고 인기상품인 ‘면사랑평양물냉면’은 최상급의 메밀을 사용해 쫄깃함을 높였다고 한다. 또한 동치미 육수와 궁합이 맞는 연겨자 소스를 제품 안에 동봉했다. 단 605㎉로 열량이 높다는 것이 흠. 2인분 1000g에 4180원이다.
오뚜기의 또 다른 히트상품은 바로 냉면사리와 육수. 특히 육수 시장은 오뚜기가 장악하고 있다. 동치미 육수만 있는 것이 아니라 흑초와 석류맛 육수가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사실 시중에 나와 있는 포장냉면은 큰 차이가 없다”며 “매장에서의 제품배치나 홍보 등에서 명암이 판가름 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