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ㆍ기업형슈퍼마켓에 등에 대한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어 유통업체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최근 서울시는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판매품목 제한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가 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품목은 콩나물·오이 등 야채 17개, 두부·달걀 등 신선식품 9개, 오징어·북어 등 건어물 8개, 갈치·고등어 등 수산물 7개, 사골·우족 등 정육 5개, 담배·소주 등 기호식품 4개, 여기에다 쓰레기종량제봉투를 포함해 모두 51개다.
대형 유통업체는 둘째치고 당장 거래처 상실에 따른 파산을 걱정하는 농어민과 중소업체들이 서울시에 항의방문을 하는 등 반발하고 나섰다. 또 이들 품목은 대부분 서민 생활과 직결되는 생필품이어서 대형 유통업체뿐 아니라 서민들도 불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세상인을 살리겠다는 서울시의 생각이 오히려 역효과가 난 것이다. 반발이 거세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실제 적용방안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했지만 “절충점을 찾겠다”고 한 것으로 보아 대형마트와 SSM의 판매품목 제한은 어떤 식으로든 실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정부의 대형마트 영업일수와 영업시간 제한에 이어 지자체까지 나서 품목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아예 죽으라는 것이냐”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시장이 정체돼 있는 데다 경기 침체로 가뜩이나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대형 유통업체들은 이제 “성장은커녕 생존을 걱정해야 할 때”라며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해 대형 유통업체의 실적은 직전사업연도인 2011년보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의 경우 감사보고서상에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모두 전년 대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으나 산출 기간이 달라 단순비교할 수 없다. 신세계와 이마트가 2011년 5월 1일 분리됐기에 직전사업연도 기간은 2011년 5월 1일부터 시작된다. 직전사업연도의 8개월과 당해사업연도의 12개월을 비교할 수는 없는 것.
홈플러스의 지난해 실적도 전년 대비 악화했다. 영업외수익이 늘어 당기순이익은 늘었지만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하락했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새로운 수익사업을 찾기에 바쁘다. 하지만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편의점 사업. 유통업계에서는 ‘이마트 에브리데이’, ‘홈플러스365’, ‘롯데슈퍼’ 등을 통해 편의점 사업에 진출할 것으로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현재 편의점 사업을 진행하고 있기에 새삼스레 진출 여부를 말할 단계는 지났다”라며 “적극적으로 확장을 하지는 않지만 프랜차이즈 상담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 관계자 역시 “편의점 사업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고는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편의점 사업마저 정치권의 규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 12일 민병두 민주통합당 의원이 편의점의 24시간 심야영업 강제 금지 등을 담은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편의점의 핵심경쟁력인 ‘24시간 영업’을 규제하겠다는 것이어서 한국편의점협회가 즉각 반발했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구조조정을 통해 몸집을 줄이거나 보유 자산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실제로 유통업계에서는 구조조정의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홈플러스는 이승한 회장의 대표이사직 사임에 맞춰 고강도 구조조정을 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현재 홈플러스는 신규 출점과 관련된 부서 직원에 대해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우리는 구조조정을 얘기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특정 부서에 한해, 그것도 강제성이 없는 희망퇴직을 두고 구조조정 운운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홈플러스는 여러 부서에서 인력이 감축되고 있음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이마트는 유동성 확보와 신사업 진출을 위해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 지분 매각이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신세계 관계자는 “삼성생명 지분을 팔 만큼 어려운 상황이 아니다”라며 부인했다.
유통업체들은 정부 눈치를 보느라 말과 행동을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 한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는 “4대그룹도 투자계획을 내놓지 못하는 마당에 우리가 먼저 나서기 힘들다”고 말했다. 다른 대형 업체 관계자는 “솔직히 우리가 정부 정책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며 “새 정부 사정기관 인사가 모두 완료된 후 분위기를 더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