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팀 두산 베어스로 돌아온 홍성흔은 주장으로 선수들을 잘 이끄는 모습을 보였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분명 친정팀은 맞지만 4년이란 공백 때문인지, 다시 두산 선수들을 만났을 때 약간의 어색함이 존재했다. 그래서 스프링캠프 동안 선수들과의 간극을 좁히는 데 주력했다. 누구보다 (김)동주 형과 보이지 않는 어색함을 털고 싶었다. 그래서 더 가까이 다가가려 한 것이다.”
2009년 FA 신분으로 두산에서 롯데로 떠났던 홍성흔이 두 번째 FA를 맞아 다시 두산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대부분의 두산팬들은 홍성흔과 김동주의 공존이 가능할지에 대해 의문부호를 달았다. 왜냐하면 3루수였던 김동주가 지난 시즌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면서 2군에 머물거나 1군에서도 지명타자로 출전한 상황에서 역시 지명타자인 홍성흔이 가세할 경우 김동주의 설 자리가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로 인해 일부 두산팬들은 홍성흔의 복귀를 반기지 않는 사태에 이르렀다.
시범경기를 치르고 있는 지금, 두산의 김진욱 감독은 홍성흔과 김동주를 번갈아 4, 5번에 세우며 경쟁 체제로 가고 있다. 두산에서 10년간 4번타자로 나섰던 김동주 입장에선 이런 상황이 마뜩치 않을 수도 있지만, 그한테는 새로운 경험과 채찍질이 되고 있는 것.
“주장인 나로선 동주 형을 선배 대우하고 좋은 경쟁 관계로 가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래서 선수단에 어떤 일이 생기면 무조건 동주 형한테 먼저 물어보고 상의한다. 동주 형도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달라지는 모습을 통해 내게 힘을 실어줬다. 어떤 앙금이 있거나 불편한 관계가 아니었기 때문에 오히려 쉽게 풀렸는지도 모른다.”
“프로 15년 동안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팀이 어떻게 해야 바르게 갈 수 있는지에 대해 나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몇 가지를 부탁했다.
가장 먼저 심판 판정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지 말라고 얘기했다. 지금보다 더 나은 선수가 되려면 심판의 판정을 인정하고, 설령 투수가 실투로 날 맞혔다고 해도 큰 부상 아니라면 툭툭 털고 일어서서 1루로 걸어 나가라고 주문했다. 또한 감독의 선수기용이나 코칭스태프의 지시에는 가급적 불만을 나타내지 말고 수용해 줄 것을 요구했다. 뒷말이 많은 팀 치고 성적 좋은 팀이 없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그래야 우리의 염원인 우승을 일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행이 선수들이 잘 받아들였고, 어느 해보다 단단한 팀워크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홍성흔은 말만 앞서는 주장이 되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즉 지명타자이긴 해도 주어진 기회를 살리고, 팀 타선에 ‘불’을 지필 수 있는 강한 화력을 자랑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3월 15일 현재, 홍성흔은 시범경기 동안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시범경기라서 큰 의미를 부여하진 않지만, 선수 자신은 타격을 끌어올리기 위해 많은 고민 중이다.
“지금까지 힘을 앞세운 스윙이었다면 올 시즌부터는 부드러운 스윙폼으로 바꾸려 하는데, 그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 워낙 공격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 보니 부드러운 폼이 잘 나오지 않는 모양이다. 모니터를 해봤는데 내가 봐도 무섭게 돌리더라. 개막 전까지 얼마나 힘을 빼고 스윙을 하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
홍성흔에게 올 시즌 목표를 물었다. 그는 주저없이 ‘우승’이라고 말했다. 프로 3년 차 두산시절 우승컵을 거머쥔 후 아직까지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는 그는 어느 해보다 우승에 목말라 있다는 말로 간절함을 대신한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
NC 김경문 감독과 의미있는 재회 “‘지명타자’ 조언 감사” 김경문 NC 감독 3월 14일 포항에서 벌어진 두산-NC전을 앞두고 홍성흔은 김진욱 감독과 얘기 중이던 김경문 감독을 찾아가 정중히 인사를 드렸다. 두산 시절 코치와 선수로 만난 두 사람. 홍성흔은 당시 포수 출신인 김경문 감독과 유독 코드가 잘 맞았다. 그러나 2007년 부상으로 수비 불안을 나타낸 홍성흔에게 김 감독이 지명타자를 권유하면서 홍성흔과 김 감독은 마찰을 빚었고, 홍성흔이 2008년 시즌을 마치고 FA가 돼 롯데로 이적한 배경으로도 작용했다. 당시만 해도 홍성흔은 김 감독에 대한 앙금이 존재했다. 그러나 지명타자로 전업 후 승승장구했던 그는 김 감독의 진심을 알게 됐고, 결국엔 김 감독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었다. 롯데에서 두산으로 돌아온 선수와 두산에서 다른 팀 감독으로 신변 변화를 이룬 감독. 홍성흔은 김 감독을 다시 만난 데 대해 “감독님을 야구장에서 다시 뵐 수 있게 돼 반가웠다”면서 “옛날의 좋지 않았던 감정은 전혀 없다. 따라서 감독님을 찾아가 인사드리는 건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 또한 제자의 인사에 대해 “성흔이가 이전보다 더 좋아진 모습이라 반가웠다”면서 “성흔이가 친정팀으로 돌아와 안정을 찾은 것 같은데 NC전에 너무 잘 하면 곤란하다”고 말하고선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