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종 설에 시달리던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최근 국세청 조사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나 더없이 속타는 여름을 맞이하고 있다. 박삼구 회장. | ||
금호아시아나는 지난 2006년 12월 중국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지방에 위치한 한 골프장을 인수했다. 이때 들인 돈은 800억 원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에서는 이 자금 중 일부의 사용처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골프장 매입에 들어간 돈 이외에 부대시설 건립비용 영수증이 불분명하거나 없는 것이 있다. 또한 현지 골프장 시설 등을 확인해본 결과 비용이 과다하게 책정됐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돈을 해외로 빼돌리기 위해 골프장을 이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국세청이 금호아시아나의 해외 골프장 인수와 관련해 조사에 착수한 것은 중국 현지에서 인테리어 사업을 하는 J 씨의 제보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던 것으로 보인다. J 씨는 올해 초 <일요신문>을 비롯한 몇몇 언론사에 한 통의 이메일을 보냈다.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금호아시아나의 골프장 인수에 관여했던 계열사 임원 A 씨가 여러 차례 “회장님을 대신해 (골프장 인수가 아닌) 다른 명목으로 돈을 관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골프장 내에 건축 중인 부대시설과 관련해 어떠한 계약서도 없는데 이것은 돈을 감추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J 씨는 우선 이러한 내용을 금호아시아나 감사팀에 제보했는데 묵살당했다고 한다. J 씨는 지난 4월 중순 <일요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내가 말한 모든 것에 대해 구체적인 근거까지 제시했는데 회사 측에서는 덮기에만 급급했고 오히려 A 씨를 감쌌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국가기관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 남자가 골프장에 관해 이것저것 물어보고 갔다”고 덧붙였다. 결국 J 씨의 제보에서 비롯된 골프장 인수 문제는 국세청까지 흘러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는 “자체적으로 A 씨를 감사한 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J 씨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현재 국세청은 금호아시아나 측의 총 투입자금 가운데 골프장을 인수하는 데 들어간 자금뿐만 아니라 남은 자금이 어디에 쓰였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홍콩에 있는 금호아시아나의 한 법인이 이 돈을 관리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 홍콩법인이 금호아시아나의 해외 비자금 창구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금호아시아나 측은 국세청 조사와 관련해 “전혀 조사받은 사실이 없다. 우리가 잘나가니까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는 것 같다”라고 안타까워했다.
▲ 광화문에 위치한 금호아시아나 본사 전경. 사진=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게다가 최근 검찰은 청와대로부터 ‘참여정부에 관한 비리는 사소한 것이라도 밝혀내라’는 지침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는 10%대까지 추락한 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향수는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J 씨의 주장이나 국세청 조사내용이 사실로 드러나면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박삼구 회장은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중국 골프장 의혹뿐만이 아니다. 국세청은 금호아시아나가 보유한 국내의 한 골프장에서도 비리가 있다는 제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의 한 정보통에 따르면 “그 골프장이 분식회계를 통해 그동안 여러 차례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이 있어 국세청이 확인 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기서 나온 돈이 정치권, 특히 참여정부 시절 실세 정치인들에게 흘러들어갔을 것이라는 얘기가 파다하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아직 확인해 줄 수는 없지만 제보가 들어오는 경우 어느 정도 근거가 있으면 확인은 한다”라고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혔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금감원도 금호아시아나에 화살을 겨누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올해 초 대우건설과 금호산업이 주식을 매각할 때 부당한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제보가 금감원에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 대한통운 인수 주력사였던 두 회사는 금호아시아나가 대한통운 인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1월 말부터 약 한 달간 일시적으로 주가가 상승했다. 이 기간 금호산업은 3만 3600원에서 4만 6580원, 대우건설은 1만 6600원에서 2만 500원으로 올랐다.
금감원은 “개별 기업에 대한 것은 말해줄 수 없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금감원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본격적인 조사는 아니고 현재 자료수집 단계다. 대우건설과 금호산업이 주식을 파는 과정에서 내부 정보를 이용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의혹들에 대해서 금호아시아나는 “악성 루머일 뿐이다”라고 일축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