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해 7월부터 김정은 지시로 탈북자 재입북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AP/연합뉴스
국내 대북단체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북한 보위부가 대대적인 탈북자 재입북 공작을 전개하기 위한 ‘특별 소조’를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 특별 소조는 북-중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탈북자 가족의 집을 직접 방문, 각종 회유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소식통은 “탈북자 가족들에 대해 무작정 함부로 대했던 과거와는 다르다”며 “소조 소속 보위원들은 탈북자 가족들에게 ‘만약 탈북한 가족이 재입북한다면, 죄를 묻지 않고 김정은 동지의 배려로 용서받을 것’이라고 회유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밖에도 최근 보위부는 지역 강연회를 열어 재입북 유도를 위한 각종 선전을 전개하고 있다고 한다. 함경북도 회령에서 진행된 경연회에서 보위부 소속의 한 강연자가 ‘탈북자’란 표현 대신, ‘해외 친인척 동포’라는 표현을 써가며 “지난해 재입북한 ○○○ 씨는 장군님의 넓은 아량으로 용서받고, 평양 거주권과 살림집을 선물 받았다”는 식의 선전을 전개했다고 한다.
이미 북한은 지난해 7월, ‘동까모(김일성 동상 파괴 공작 모임)’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 전영철 씨를 재입북시켜 기자회견을 연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전 씨는 한국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과 한국에 있는 북한군 출신 탈북자들의 조직인 ‘북한인민해방전선(북민전)’ 등 대북단체들의 공작활동에 대해 언급하며 북한 당국의 선전활동에 동조한 바 있다.
북한 당국은 이후 지난해 11월, 김광혁 씨 내외, 올해 1월 김광호 씨 내외 등 네 차례에 걸쳐 재입북자들의 공개 기자회견을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전국에 방영했다. 이들의 기자회견 언급 내용은 앞서 전 씨의 경우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지난해 7월 재입북 당시 기자회견 하는 전영철 씨. 사진출처=조선중앙방송 영상 캡쳐
그렇다면 재입북을 종용하고 있는 김정은의 속내는 무엇일까. 이윤걸 대표는 이에 대해 크게 대내·외적 효과, 두 가지 측면으로 분석했다. 대내적 효과 측면에서는 우선 주민들에 대한 내부 단속 의도가 강하다. 이 대표는 “북한 당국으로서 핵과 미사일도 중요하지만, 주민들에 대한 내부 단속도 중요하다”며 “재입북자들을 통한 내부 선전활동을 전개하는 것은 결국 북한 주민들이 갖고 있는 ‘한국 사회’에 대한 환상을 깨고자 하는 것이다. ‘한국 사회도 살기 어렵구나’하는 생각을 들게끔 말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하나는 한국 사회의 ‘남·남 갈등’ 조성이다. 이 대표는 “한국 사람들이 재입북한 탈북자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어차피 다시 넘어갈 것, 탈북자들 도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겠느냐”며 “이러한 사례가 늘면 늘수록 한국 사회의 탈북자 이미지에는 ‘간첩’이라는 시선이 덧씌워지게 될 것이다. 북한 당국으로서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탈북자는 “국내 탈북자들 상당수가 북한 현지의 가족들과 휴대전화 등을 통해 접촉하고 있다. 탈북자들이 중국으로 출국해 접경지역으로 가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며 “상당히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탈북자들의 경우, 외부의 시선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재입북자들의 기자회견이 공개된 이후, 탈북자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부 탈북자들은 실제 한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라며 “이들은 북한의 재입북 회유책에 쉽게 넘어갈 수도 있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북한 당국이 실제 재입북한 탈북자들의 신변을 지속해서 보장해주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동안 공개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재입북자들 중 기자회견 이후 현재까지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는 단 한 명도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월에 재입북한 김광호 씨 내외의 경우, 최근 그들의 근황을 물은 평양 주재 외신 기자들의 질문에 북한 당국은 ‘병사했다’는 공식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북한 당국이 ‘활용이 끝난 재입북자는 비공개 처형되는 것 아니냐’는 용도폐기설이 제기되기도 한다.
탈북자 2만 명 시대, 북한은 재입북 종용이라는 방식으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형식의 ‘대남 심리전’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한국 정보 당국 입장에서는 분명 이에 대한 대응책을 염두에 둬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