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후회하지 않아>의 한 장면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지난 3월 20일 서울중앙지검 형사 1부(조상철 부장검사)는 연예인의 동성애 장면을 영상으로 몰래 촬영해 돈을 뜯어낸 혐의로 전 매니저 K 씨(30)를 구속기소하고 공범 B 씨(28)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받고 있는 혐의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및 공갈 혐의. 방송인 A 씨(44)는 그리 유명하지는 않지만 2000년대 중후반 각종 예능과 시트콤, 드라마 등에서 개성 있는 모습으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K 씨와 B 씨 등은 A 씨의 매니저 생활을 하면서 한 집에서 동거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A 씨가 B 씨에게 성적인 접촉을 여러 번 시도하자 K 씨와 B 씨는 이를 몰래 찍어 CD로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2010년 8월경 둘은 인터넷을 통해 구입한 볼펜형 카메라를 이용해 A 씨가 B 씨에게 키스하는 장면 등을 몰래 촬영했다. A 씨에게 협박을 하기 위한 증거 동영상을 만든 것이다.
이후 K 씨는 올해 2월 A 씨 부모님 앞으로 영상을 보내 동영상 원본을 줄 테니 5억 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K 씨 협박에 겁을 먹은 A 씨는 이들에게 400만 원을 송금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에 만족하지 못한 K 씨는 돈을 받은 후에도 문자 메시지를 총 45차례 보내며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A 씨는 이를 견디지 못하고 수사기관에 K 씨와 B 씨를 고소했고 사건은 수면 위로 드러났다.
피의자들은 조사 과정에서 혐의를 대부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은 협박 혐의를 인정하고 현재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K 씨는 성폭력 범죄와 공갈 혐의가 모두 인정돼 구속됐고, B 씨의 경우 영상을 촬영한 것만 인정돼 불구속 기소된 것”이라고 전했다.
사건이 알려진 후 이슈가 되자 A 씨는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A 씨는 피의자들의 혐의에 대해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도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언론에서 동거남으로 밝혔던 B 씨와는 실제 동거하지 않았고, 그가 머물 곳이 없다고 해 자신의 집에 몇 차례 머문 것이 전부라고 해명했다. A 씨는 B 씨와의 관계에 대해서 “친한 후배일 뿐”이라고 못을 박았다.
또한 동성애 동영상에 대해서도 A 씨는 ‘절대 동성애가 아니다’라며 부인했다. 그는 “난 동성애자가 아니다. 내 모습이 담긴 영상을 B 씨가 K 씨에게 넘긴 건 사실이지만 영상에서 B 씨와 키스는 물론 어떠한 신체 접촉도 하지 않았다”며 “K 씨가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나를 협박했고, 나는 이미지 손상을 입고 싶지 않아 돈을 건넸다”라고 했다.
또한 A 씨는 피의자들에 대해 “두 사람 모두 나에게 울면서 사죄하더라. 용서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진심이 느껴져 용서하기로 마음먹었다. 조만간 구치소에 수감된 전 매니저 K 씨를 찾아가 고소취하와 처벌불원에 대한 내용을 담은 합의서를 작성하려 했다. 조용히 마무리하려 했는데 사건이 노출돼 속상하다”고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A 씨의 말처럼 고소 취하가 이뤄질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고소취하 부분은 들어본 적 없다”며 “이미 조사가 끝나 재판에 넘어간 상황이고 친고죄가 아니기 때문에 법원의 양형 문제이지 취하는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
